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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성캥거루 Sep 27. 2021

취업깡패 화공 대학원생이 스타트업을 택한 이유 (6)

Product/Market fit과 지수적 성장 가능성

드디어 시리즈의 마지막 글이네요! 본 글은 이전 글과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 취업깡패 화공 대학원생이 스타트업을 택한 이유 (5) 보러 가기



- 내게 맞는 회사를 결정하기 위한 질문


- 내가 성장할 수 있는 곳인가?

- 무엇을 얻어갈 수 있는가?

- 도메인이 내 관심사와 부합하는가? 그리고 성장 가능한 산업인가?

- 기업의 제품/서비스가 고객의 필요를 잘 채워나갈 수 있겠는가? 그리고 스스로 매출을 내고 지수적 성장을 이루겠는가?



4. 기업의 제품/서비스가 고객의 필요를 잘 채워나갈 수 있겠는가? 그리고 스스로 매출을 내고 지수적 성장을 이루겠는가?


 본 글에서 다룰 질문은 직전에 다룬 질문, '성장 가능한 산업인가?'의 연장선상에 있는 질문이다. 산업의 성장 가능성도 판단해야 하지만, 산업의 성장과 기업의 성장은 별개로 타진해야 한다. 산업에 속한 이상 산업의 성장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아주 별개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스타트업은 산업의 성장에만 기대서는 안된다. 거름망을 들어 올려도 구멍보다 작거나 응집력이 없으면 새어나가는 법이다. 성장 가능한 산업일지라도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원동력과 잠재력이 없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렇다면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원동력과 잠재력은 어떻게 알아볼 수 있을까? 저마다 노하우가 있겠지만 나는 아래 항목들을 살펴보았다.


1) 기업의 제품/서비스가 고객의 필요를 잘 채워나갈 수 있겠는가?


 "Product/market fit"을 확인하라. 넷스케이프 창업자이며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리스트인 마크 앤드리슨은 이 개념을 아래와 같이 정의했다.


Product/market fit means being in a good market with a product that can satisfy that market.
좋은 시장에서 그 시장을 만족시킬 수 있는 제품을 갖고 있는 것.


 '좋은 시장'에 대해서는 이전 글을 통해 살펴보았으니 이번에는 '시장을 만족시킬 수 있는 제품'을 살펴보자. 일반적으로 경쟁기업이 있는 상태에서 파이를 나눠갖는 경쟁을 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확인하는 것이 좋다.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시장을 만족시킬 수 있는 제품을 내놓아야 하며, 얼마나 '타깃'을 잘 설정하고 타깃의 '필요'를 채워주는 제품이냐에 따라 성패가 좌우된다.


 A기업은 IT 직군으로 커리어 전환 및 역량 강화를 필요로 하는 '성인'을 타깃으로 했다. 성인이 타깃이라는 점은 세 가지 면에서 큰 의미가 있었다. 첫째, 출산율이 감소하고 고령화가 가속함에 따라 성인 인구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청소년 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현상이지만, 그렇기에 반대로 성인 대상의 교육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은 유효한 전략으로 보였다. 좋은 제품을 만들었는데 이를 소비할 고객층이 나날이 줄어든다면 얼마나 기운 빠지는 일일까? 둘째, 막 성인이 되었고 앞으로 성인이 될 세대의 성향이다. MZ세대라고 일컬어지는 이 세대는 내가 필요하다고 느끼면 지불할 의사가 확실한 세대다. 고민을 할 당시엔 MZ세대의 특성이 뾰족하게 언급되지 않던 때였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부각되기 전이었을 뿐, 관심 있게 들여다보면 앞으로 20-40대의 중심이 될 세대의 성향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셋째, 경제활동의 주체가 되는 성인은 스스로 지불할 여유가 있는 연령층이다. 이는 고객의 대부분이 스스로 구매를 결정하는 주체라는 뜻이다. 고객이 구매 단계에서 누군가의 컨펌을 거쳐야 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차이가 크다. 기업 입장에서는 제품 사용자와 결제자를 분리하여 고민할 필요가 줄어들고, 그만큼 고객이 결제 단계에서 제동이 걸릴 확률도 감소하기 때문이다.(물론 회사나 부모의 지원으로 구매하는 경우처럼 사용자와 결제자가 다를 때도 있다.)


 앞선 문단에서 알 수 있듯이 타깃의 필요는 'IT 직군으로 커리어 전환 혹은 역량 강화'에 있었다. 대부분의 우리는 사회의 요구에 따라 주어진 길을 걸었고 성적에 맞춰 전공을, 전공에 맞게 직업을 선택해왔다. 그러므로 전공과 직업에 회의를 느끼는 경우가 많은데, 기회와 방법은 마땅치 않다는 pain point를 잘 집어냈다. 인생을 재설계하고 다시 도전할 수 있는 second chance를 줄 수 있다는 점은 이 필요를 잘 채우고 있었다. 교육과 현업의 괴리가 크다는 pain point 또한 잘 집어냈다. 학교에서 가르치는 것은 현업과의 차이가 크다. 산업은 시시각각 변하고 발전하는데 비해 교육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뒤떨어진 내용을 배운다는 문제도 있다. 그로 인해 힘들게 취업을 하고 나서야 직군이 내 기대와 다름을 깨닫게 되거나 배운 것이 적용되지 않아 시행착오를 거치게 된다. 모든 일을 시행착오 없이 잘하기 어렵지만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면, 그 역할을 교육이 해줄 수 있다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시간과 사회적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겠는가? 이런 측면에서 A기업은 타깃을 잘 설정했고 타깃의 필요를 잘 채워줄 수 있는 제품과 방향성을 지니고 있었다.


2) 스스로 매출을 내고 지수적 성장을 이루겠는가?


 자생적이고 지수적인 성장을 논하기 전에 투자에 대해 간단히 언급하려 한다. 스타트업의 매출은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직접 벌어낸 매출과 잠재력을 인정받아 유치한 투자. 기업이 투자를 받았다는 것은 다각도의 검증을 통해 사업의 잠재력과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았다는 뜻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의 투자 유치 사례와 각 단계별 투자 금액을 조사해보라고 권해드리고 싶다. 구글링 하면 뉴스 기사나 웹사이트(THE VC, 넥스트유니콘 등)를 통해 정보를 얻으실 수 있다.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투자금으로 회사를 운영하며 시간을 벌고, 자생할 수 있는 경쟁력을 모색한다. 결국 모든 스타트업의 종착지는 이곳이다. 스스로 매출을 내어 자립하는 것. 그렇기에 자체적으로 매출을 내고 순이익을 낼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인지, 확장성 있는 사업인지도 사전에 조사해야 한다. IT 직무가 세분화되고 새로운 툴이 시시각각 등장했으며 IT 산업 자체가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었기 때문에 A기업은 사업적으로 확장할 여지가 충분했다. 추후 기술이 뒷받침되면 온라인 교육으로도 확장 가능하다고 보았기에 가능성은 더 컸다. 실제로 입사 후, 회사는 매년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시도하고 확장하여 사업적으로 성장했다. 온라인 교육으로 사업을 확장하기까지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결국 온라인 쪽으로도 사업을 뻗었다. 의도치는 않았지만 환경적인 운도 따랐다. 온라인 콘텐츠를 시작하고서도 회사를 있게 한 전통의 오프라인 교육을 포기하지 못하는 분위기가 강했다. 이는 사업적으로 오프라인 콘텐츠에 치중된 무게중심을 과감히 이동하지 못하는 현상으로 이어졌다. 시시각각 경쟁자들이 온라인 교육 콘텐츠를 생산하는 가운데 우리는 더 잘할 수 있었음에도 사업적 강점을 100% 활용하지 못했다. 그러던 중 '코로나'라는 무시할 수 없는 환경의 영향이 찾아왔다. 온라인 콘텐츠로 반강제적인 사업 방향 선회가 이뤄졌고, 그것이 사업 성장에 또 한 번의 도약이 되었다.


 조사를 바탕으로 어느 정도 예측을 한 뒤로는 이를 기반으로 배팅하는 수밖에 없다. 기업에 입사하기 전에는 알 수 없는 것들이 있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해당 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혹은 일했던 사람을 통해 정보를 얻는 것도 방법이다. 스스로 매출을 내고 지수적 성장을 할 것인가? 사실 반드시 지수적인 성장을 할 필요는 없다. 지수적인 성장을 한다면 최상이겠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지속적이며 자생적인 성장'이다. 나의 경우엔 앞선 글들을 통해 언급했던 고민과 정보를 종합하여 A기업이라면 그러한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 기업의 모토대로 ‘인생을 바꾸는 교육’을 만든다면 가능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대외적으로 PR 하기 위한 허울 좋은 문장이라 하더라도, 나 하기 나름이라는 패기도 있었다. 회사에 들어가서 해보고 싶은 것들이 떠오르는가? 내가 포부를 갖고 해보고 싶고 해내고 싶은 일들이 있어야 나도 회사도 성장할 수 있다. 마음에 원동력과 동기부여가 살아 있다면 회사의 성장이 정체될 때에도 상황을 타개할 힘이 생긴다.




 무려 6편이나 되는 시리즈 글이 될 줄 생각지도 못했는데, 공유하고 싶은 내용이 많아져 글을 분리하다 보니 예상보다 길어졌다. 다뤘던 질문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잘 참고하셔서 '본인에게 맞는 좋은 회사'를 결정하는데 도움이 되시길 바란다.


- 내가 성장할 수 있는 곳인가?

- 무엇을 얻어갈 수 있는가?

- 도메인이 내 관심사와 부합하는가?

- 성장 가능한 산업인가?

- 기업의 제품/서비스가 고객의 필요를 잘 채워나갈 수 있겠는가?

- 기업이 스스로 매출을 내고 지수적 성장을 이루겠는가?


 '내게 맞는 회사인가?'에 대한 판단은 입사 후에도 계속되어야 한다. 비즈니스 모델, 리더의 성향과 사업적 판단력 등 내부에서만 알 수 있는 내용을 면밀히 살펴보시라. 동시에 나 또한 직원으로서 열심을 다하고 주도적으로 기여해야 할 것이다. 예측과 너무 다르다면 수습기간 동안 충분히 경험하고 나오는 것도 한 방법이다. 그러나 예상과 약간 차이가 있다고 해서 쉽게 포기하지 마시라고 충고드리고 싶다. 나오는 것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선택이다. 주어진 한계를 극복하며 얻는 경험은 그 어떤 경력보다도 값지다. 그 경험은 당신을 빛나게 하고 후회를 남기지 않으며, 사람들은 그 빛을 보고 당신에게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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