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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성캥거루 Oct 08. 2021

이모티콘을 구독한다고? wow! (1)

카카오톡 이모티콘 플러스의 wow point!

 얼마 전, 카카오에서 이모티콘 구독 상품인 '이모티콘 플러스'를 최대 2개월 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프로모션을 진행한 바 있다. 수수료 문제나 국정감사 등 여러 문제로 시끌시끌한 요즘이지만, 그와 별개로 이모티콘 플러스의 서비스와 프로모션은 나로 하여금 탄성을 자아냈다. 구독제가 화두가 되면서 기업들의 주요 관심사가 된지는 좀 되었지만, 이모티콘을 구독한다니..!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을까? 왜 난 이런 생각을 못했지?' 자기반성적인 생각들과 함께 이모티콘을 구독제로 내놓았을 때의 사업적 효과, 사용자 경험 측면에서의 변화, 프로모션의 섬세한 설계 등 여러 생각들이 스쳐갔다. 카카오톡 이모티콘 플러스를 보며 기획자로서, PM으로서 wow 했던 지점들을 정리해보려 한다.


Wow Point 1. 사용자가 '이거, 나를 위한 거잖아?'라고 생각하게끔 하는 서비스 장점


 나는 웬만해서는 결제를 하지 않는 보수적인 스타일이다. 정말 마음에 드는 이모티콘이 생겨도 꼭 필요한지, 사야만 할지 장고 끝에 구매를 결정한다. 하지만 이모티콘이 수중에 들어오기만 하면 적재적소에 기가 막히게 활용한다. 이모티콘을 구독한다는 컨셉을 보고 자연스레 가성비를 따지게 되었고, 카카오는 내가 가성비를 판단할 수 있는 시간을 2달이나 주었다. 그렇다면 과연 나 같은 유형의 사람들에게만 유효했을까?


 분류해보면 이모티콘을 사용하는 빈도와 구매하는 빈도, 두 가지로 나누어 사용자층을 분류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어중간한 사람도 있겠지만, 사분면으로 나눠 생각하면 아래와 같이 4종류의 세그먼트로 나뉜다.


구매빈도와 사용빈도로 나눠본 이모티콘 사용자 세그먼트


1) 세그먼트 A

 이모티콘 사용 빈도가 높고 활용능력이 우수하면서 구매도 곧잘 하는 부류의 사용자들이다. 트렌드세터의 기질을 지닌 이들은 힙한 이모티콘을 구매하여 적재적소에 잘 쓰는 모습을 보이고 싶어 한다. '세상에는 매력적인 이모티콘이 너무 많아. 언제 다 사용해보지?' 이미 달에 여러 이모티콘을 구매하는 이들 입장에서는 같은 값, 혹은 그 이하의 금액으로 무궁무진한 콘텐츠를 얻는다는 것이 '갓성비'일 수밖에 없다.


2) 세그먼트 B

 그림체가 귀엽거나 내가 좋아하는 연예인 이모티콘이라서, 혹은 나도 남들처럼 힙해 보이고 싶어서 이모티콘을 구매하는 빈도가 높은 사용자들이다. 동기가 뚜렷하여 평균 이상의 구매력을 보이지만, 적재적소에 활용할 순발력과 센스가 부족한 사용자가 이 부류에 속한다. 이모티콘 플러스는 손쉽게 많은 이모티콘을 사용할 수 있게 도움으로써 이들을 센스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준다.


3) 세그먼트 C, D

 웬만하면 결제를 하지 않고 기본으로 제공된 이모티콘만을 사용하는 이들이 여기에 속한다. 나도 세그먼트 C에 속하는 부류다. 이모티콘을 구매하는 것에 주저함이 크지만, 이모티콘 자체에 대한 관심은 크다. 기회만 되면 사용해보고 싶고 무료로 제공된 이모티콘은 기깔나게 사용한다. 극단적인 케이스를 제외한다는 가정 하에, 비교적 저렴한 금액으로 다양한 경험을 해볼 수 있다는 것은 이들에게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세그먼트 C, D는 무료로 제공되는 기간 동안 어떻게 설득하느냐에 따라 유료 전환이 결정될 것이다. 최근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미 여러 서비스에 걸쳐 구독 시스템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당위성만 설득된다면 이들의 결제도 생각보다 쉽게 이끌어낼 수 있다는 판단이 있지 않았을까 싶다.


 퍼널을 거쳐 원하는 목표지점까지 가는 동안 도달하는 사용자수는 줄어들게 마련이다. 각 전환 단계도 신경 써야 하지만 초기 유입량도 중요한데, 서비스의 장점이 프로모션 참여자를 충분히 확보하는데 도움을 주었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제품과 마케팅의 진정한 콜라보란 이런 것이 아닐까?


Wow Point 2. '부담 갖지 않아도 돼. 천천히 알아가자.' 세심한 전환 단계 설계


 이모티콘 플러스 프로모션을 통해 Wow! 했던 단 한 가지 지점을 꼽으라면 내 원픽은 단연코 이 것이다. 제품을 만들고 프로모션을 설계하다 보면 쉽게 간과하는 것이 있는데, 사용자는 똑똑하고 날로 현명해진다는 것이다. 사용자는 공급자적 마인드에 빠져있는 당신의 의도를 꿰뚫어 보고 있다. 


 사용자의 이탈을 줄이기 위한 갖은 노력이 벌어진다. 계정 삭제를 어렵게 만들어놓고, 무료체험을 제공했다가 자동 결제시키고.. 이런 설계가 무의미하진 않다. 그러나 공급자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장치는 아니었을까? 우리는 더 나을 수 없었을까? 이탈을 막으려는 복잡한 설계로 인해 오히려 서비스와 브랜드에 반감을 불러일으키고, 반감이 집요함을 낳고, 집요함은 오기로 발전한다. 결국 이탈할 사람은 어떻게든 이탈한다.


배려심 깊은 네게 반했어~


 카카오톡 이모티콘 플러스는 '1개월 뒤 자동 해지된다'는 정책으로 호감을 샀고, 적용 기간과 연장 희망 시 결제할 구독료가 얼마인지 가시성 있게 명시해놓았다. 이것만으로도 플러스인데, 결제정보를 적으면 1달 더 무료라니.. 카카오는 호감을 얻으면서 사용자들의 결제정보까지 얻게 되었다.


 언제 돈이 빠져나갈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무료체험을 하지 않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이번엔 달랐다. 유료 전환에 대한 불안함이 없다 보니 참여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진입장벽이 낮아 프로모션 노출 대비 무료체험 전환 비율이 우수하지 않았을까 예상해본다. 유료 결제일을 미리 캘린더에 기록해놓고도 신경 쓰이기는 마찬가지다. 그만큼 '자동 해지'가 주는 효과는 대단하다. 그 누구도 선뜻하지 못한 결정을 실행으로 옮긴 점에서 엄지를 치켜세운다. 이 결정을 하기까지 내부적으로 얼마나 지지부진한 논쟁이 있었을까. 그 덕택인지 무료 기간 만료일이 다가왔다는 푸시나 연장을 권장하는 푸시가 전혀 부담스럽지 않았다. 푸시에 대한 반감마저 상쇄시키다니..!


 전환 단계마다 세심한 설계가 돋보였다. 별다른 정보 등록 없이 1초 만에 시작하기로 사용자의 행동을 이끌어냈다. 종료 후 자동 해지를 통해 안심시키는 것은 덤이었다. 이렇게 하니 사용자는 마음 편히 1달을 체험할 수 있었다. 구독 기간 중에는 푸시를 통해, 마음에 든다면 결제 정보를 등록하고 무료로 1달 더 사용해보라고 유도했다. 배려심 깊은 설계와 1달 사용경험으로 이미 설득되었는데, 1달을 더 준다니 이젠 고마운 마음까지 든다. 이처럼 거부감 없이 결제정보 기입을 유도한 flow는 처음이었다. 서비스를 쓰다가 육성으로 '우와..' 해보긴 또 처음이었을 만큼. 세심하게 설계된 flow는 나를 소중한 사람처럼 대하는 듯했다.


Wow Point 3. 락인(Lock-in) 효과를 일으키는 편리한 기능과 그로 인한 효과


 이모티콘 플러스는 '다양한 이모티콘'을 '잘 사용할 수 있도록'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잘 사용할 수 있도록'이라는 부가적인 가치를 제공함으로써 서비스의 가치를 스스로 높였다. 이모티콘 플러스는 TPO에 맞는 추천을 통해 사용자의 일을 대신해주고 있다. 이전에는 상품별로 묶여 있는 이모티콘 가운데 상황에 맞는 것을 직접 골라 사용했어야 했다. 그러나 이제는 대화 중에 맥락에 맞는 이모티콘을 추천 받음으로써 보다 쉽게 원하는 결과물을 찾고, 적절한 리액션을 보낼 타이밍을 놓치지 않게 되었다.


이렇게 편리하면 계속 사용할 수밖에 없잖아?


1) "네가 표현하려던 게 이거지?"

 어떻게 가능했을까? 대화창에 입력을 하면 특정 단어에 하이라이트가 되며 연관 이모티콘을 출력해주고 있다. 카카오가 보유한 모든 이모티콘마다 태그를 걸어 태그 값이 대화창에 입력되면 그에 맞는 이모티콘이 목록으로 출력되도록 구현했다는 말이다. 검색 기능을 위해 태그 작업을 설계해봤던 나로서는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내부자가 아니니 자세히 알 수는 없지만, 적절한 태그를 선정하고 태그를 거는 작업만으로도 공수가 꽤 들어갔을 것이다. 어쩌면 어드민 내에 태그 시스템을 운영하기 위한 기능이 추가되었을 수도 있고, 태그 시스템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상품으로 묶여있던 이모티콘 데이터 구조를 변경해야 했을 수도 있겠다.


2) "네 언어에 맞춰줄게"

 유의미한 기능이 되기 위한 그들의 노력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맞춤법을 지키지 않아도 사용자의 의도를 예상한 추천이 들어오고, 요즘에 사람들이 쓰는 인터넷 용어와 변형된 단어를 기입해도 찰떡같이 그에 맞는 이모티콘이 제공된다. 얼마나 태그 값 선정에 공을 들였는지 알 수 있다. 심지어 그룹핑된 태그 값 내에서의 분류도 섬세하다. 같은 '네'더라도 'OK'의 의미가 있고, 빈정대는 'sarcastic yes'가 있고, 'pardon?'의 의미가 있다. 같은 단어라도 맥락이나 어투에 따라 미묘하게 의도가 다를 수 있는데 이마저도 고려하여 함께 제공한다.


3) "자주 사용할만한 걸 준비해봤어"

 그 밖에도 퀵메뉴를 통해 상황에 맞는 키워드를 추천해주기도 한다. 추석과 같은 이벤트 외에도 금요일이라면 '불금'이나 '칼퇴' 관련한 이모티콘을 추천해주는 메뉴가, 일요일 저녁이면 '월요병', '주말순삭' 등으로 아쉬움을 표현하는 이모티콘을 추천해주는 식이다.


4) "결정하기 힘들다면 당겨봐"

 공급자 입장에서는 무조건 선택지를 많이 주면 사용자가 좋아할 것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다. 선택지가 많으면 고민하다 지쳐 이탈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이모티콘 플러스는 선택지가 너무 많아 어떤 이모티콘을 써야 할지 결정하기 힘든 사람들을 위한 기능을 마련해두었다. 이모티콘 목록을 아래로 잡아당기면 이모티콘이 추천되고 대신 선택해준다. 이 또한 사용자가 해야 할 일을 대신해주는 셈이다.


 이모티콘 플러스를 보면 볼수록 Clay Christensen이 milkshake 사례를 예로 들어 언급했던 Jobs to be done framework가 떠오른다. 사용자가 직면한 문제(customer job)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해결해주고 있다. 상기 기능들을 통해 사용자는 더 풍성하고 재밌어진 대화에 몰입하게 된다. 평소에 이모티콘을 사용하던 flow와 시간이 축약되니, 숨 쉬듯 순식간에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찾을 수 있다. 즉, 사용자는 1개월도 채 되지 않아 이모티콘 플러스에 길들여지고, 구독해지와 동시에 느낄 갑갑함과 불편함은 상당히 클 것이다. 이로써 사용자는 한 걸음 더 결제에 가까워졌다.


비즈니스 임팩트와 관련한 내용은 다음 글로 이어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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