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묵화의 미학

[세살배기 3.0] 비움과 채움

by 라벤더핑크

한살 배기가 역경과 고난을 이겨내고 찾아온 한 해피엔딩 스토리의 동화였다면,

두살 배기는 한 편의 흑백영화였다. 장르는 잔혹하고 치열한 전투의 전쟁 영화.


그리고 세 살 배기는 한 장의 수묵화다.


수묵화를 그리려면 한참을 먹부터 갈아야 한다. 한참을 그렇게 먹이 제 몸을 으슬여 벼루에 먹물을 가득 담아 낼 쯔음이면 부드러운 붓에 검은 먹물을 적셔, 새하얀 화선지에 다소 느리지만 거침없는 한 획을 그어나간다.


하지만 화선지 위에선 채우는 것보다 채우지 않는 면적이 더 많다.


마치 화선지에 먹물이 그림을 채우고 있다라기 보다,


비움이 채움을

덜함이 더함을


그려주고 있기라도 한듯 말이다.



항상 많은 결과물을 짧은 시간동안 채워내는 것에만 익숙했었고, 스스로 그것을 즐기고 남에게 칭찬 받으며 항상 끊임없이 채우는 삶에만 익숙하게 살고 있었다. 그렇지만 나의 세번째 나이테는 비운 듯 멈춘 듯, 적당한 선과 여백으로 비움이 곧 채움이 되는그 모호한 접점에서 서서히 한 획을 그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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