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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사심슨 Jul 14. 2023

파이리 시리즈(시누이편)

시집살이 개집살이 42

파이리 시리즈(시누이편)

우리 시누이는 청소나 정리 등의 살림은 참 잘하는데..

요리를 정말 못한다.


오늘날의 시누이는 거의 밀키트에 의존해서 먹고 있는데,

시누이도 신혼초에는 요리를 좀 해본다고 이것저것 도전해본적이 있었다.

한번은 새해에 떡국을 해주겠다며 우리 부부를 초대했다.


시누이의 요리 솜씨에 대해서는 신랑에게 말로만 들어왔던터라

어느정도인지는 잘 몰랐던 나는 시누이의 떡국이 퍽 기대됐다.


한참을 요리하던 시누이는 내게 간 좀 봐달라고 했다.

나는 냉큼 가서 간을 봐줬는데….

세상에…


뭐지..? 이 떡국 삶은 물은?

간이 하나도 안돼있고…국물 베이스가 순전히 맹물이었다.

오로지 떡국과 소고기, 파만 들어있는 끓는 물이었다.

시누이는 간에 대한 내 품평을 기다리고 있는듯 했지만 이건 간만 신경쓸게 아니었다.

처음부터 뭔가 잘못 되었다!

나는 숟가락을 내려놓으며 침착히 말했다.


“아..아무래도 미원을 조금 넣어야 할것 같아요…소고기 다시다나…”


왠만하면 미원이나 소고기 다시다는 절제하는 나였지만

시누이의 떡국은 그것들의 도움을 받아도 겨우 심폐소생을 할까 말까였다.

내딴에는 최대한 떡국을 살려보고자 권한것이었는데…

시누이는 아주 단호한 파이리 표정으로 말했다.




“우리 집은 소고기 다시다나 미원 절대 안써요!”


시누이의 어조에는 강한 (개똥)철학이 있었다.

나는 어처구니가 없었다..마치 미원이랑 소고기 다시다를 권한 나를 요리 하수인냥 보고 있었다.

아니..제발 좀 넣으라고…안넣는다고 다가 아니라고….맛이 너무 없다고…

이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애써 삼키고 함께 떡국을 먹었다.

닝닝한 떡국…(이럴거면 간은 왜 봐달라고 한건지)


맛없는 음식을 싫어하는 나지만 그래도 요리해준 성의가 있으니

배추김치 간으로 떡국 맛을 감추며 꾸역꾸역 먹었다.

매제도 마찬가지였는지 떡국 한 숟가락에 김치를 두 번씩은 퍼먹는것 같았다.


오로지 신랑만


“너 음식 솜씨 많이 늘었다. 결혼전에 나 떡국 해줬을때~ 그때는 국물에 핏물이 둥둥 떠있었는데”


하며 아주 맛있게 먹었다.


시누이는 다시 파이리 표정을 지었다.

아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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