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살이 개집살이 49
앞전 편에 시어머니는 내가 애기 잘때 같이 자는걸 이해 못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것말고도 시어머니가 이해 못하는 부분이 있었는데 그건 바로 '아기 목욕'이었다.
난 도무지 아기 목욕을 혼자 시킬 자신이 없었다.
손목힘도 없거니와 내가 까닥 잘못해서 애기를 놓치기라도 할까봐 겁이났다.
그래서 꼭 신랑이 퇴근하고 집에 돌아왔을때 같이 씻기고는 했는데 시어머니는 그걸 이해 못하셨다.
시누이는 남편이 늦게 퇴근하니 자기 혼자 씻기고 다 재워놨다는 말씀을 은근히 하셨다.
나는 겉으로는 "어머 그래요?"하고 넘겼지만 괜히 오기를 발동시켜 나 혼자 애기 목욕을 시킬 생각은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신랑은 퇴근이 늦는편도 아니거니와 신랑 역시 내가 혼자 씻기다가 뭔 일이라도 날까봐 걱정을 했다. 그래서 꼭 자기가 오면 같이 씻기자고 했다. 그마저도 나중에는 신랑차지가 되어서
신랑이 목욕을 시키면 나는 후다닥 애기 몸에 로션을 바르고 옷입히는 식으로 분업화가 이뤄졌다.
한번은 시어머니의 친구분이 집에 놀러오셨다. 유리를 보고 잔뜩 귀여워 해주시며 옛날일이 생각 났는지 말씀하셨다.
"아유~ 아주 지아빠 어렸을때랑 판박이다 판박이~! 얘 잠은 잘자니? 옛날에 네 시엄마는 말이다 애기가 잠을 안자서 밉다고 지 언니한테 애기 좀 데리고 가라고 했었어."
친구분의 말에 시어머니는 동공 지진을 일으키며 말씀하셨다.
"야, 너는 주책맞게 그런 소리를 왜 허냐"
"그뿐인줄 아니. 애기 목욕도 무서워서 혼자 못시키겠다고 지 시어머니랑 지 언니가 다 씻겨줬어."
오호? 그래놓고 내가 혼자 애기 목욕 못시키는걸 이해 못하셨다 이거지? 개구리 올챙이적 생각 못한다더니..
나는 속으로 조소를 지으며 시어머니를 바라보았다. 시어머니는 계속해서 자신의 옛 만행을 떠드는 친구를 보며 '제발 좀 닥쳐...'하고 표정으로 말하고 계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