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리사심슨 Nov 15. 2023

모유수유 분유수유

시집살이 개집살이 50

모유는 축복이다. 신이 주신 가장 원초적이면서도 소중한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소녀에서 아가씨로, 아가씨에서 부인으로까지만 살아왔던 나는 가슴의 용도를 미학적으로만 생각했지 생물학적으로 생각해본적이 한번도 없었다. 가슴의 진정한 용도를 알게 된게 출산 후였다.

가슴에 '징~'하고 진동이 울리는 듯한 느낌이 들더니 '젖이 돈다'는 느낌을 처음 받았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아이는 겹겹이 입은 옷 속의 젖냄새를 기막히게 맡았다. 허겁지겁 내 가슴에 얼굴을 부비며 젖을 찾았다. 나는 그 모습이 정말 사랑스러웠다.


그래서 가능하면 젖을 오래, 많이 먹이고 싶었다. 하지만 내 가슴은 그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남들은 젖양이 너무 많아서 젖몸살을 심하게 앓았다, 젖몸살이 애 낳는것보다 아프더라 했지만...나는 젖양이 턱없이 부족했다. 초반에는 아이의 뱃구레가 작으니 적은 양으로도 배가 채워졌지만 아이가 클수록 내 젖양은 늘지 않아서 아이가 모유를 먹고 나면 금방 배고파했다. 혹은 모자라서 울거나...

유축도 열심히 하고 젖 잘도는 차도 먹어보고 물도 많이 먹어보고 국물도 많이 먹었지만 좀처럼 양이 늘지 않았다. 새벽수유를 해야 젖이 는다는 말에 꼬박꼬박 새벽수유도 했지만 될 가슴이면 된다고(?) 나는 안될 가슴이었나보다.


매번 이렇다보니 내가 젖을 먹이고 있으면 시어머니가 보시고 한마디씩 하셨다.


"또 젖먹이냐?"


"분유를 먹이지 애 좀 푹자게."


나는 이 말이 그렇게 스트레스였다. 그래도 내 새끼 모유라도 한방울 더 먹이겠다는데 왜 자꾸 지나가면서 저런 말씀을 하시는걸까. 도와주시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한마디를 던지고 안방으로 들어가서 티비를 보시는데 정말 짜증났다.

겨우 어찌저찌 젖을 먹이고 나면 한시간이 갓 넘자마자 아이는 배고프다고 울어댔다. 별수 없이 분유를 타면서글퍼졌다. 만약 분유가 없는 옛날에 태어났으면 우리 애기는 굶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더 서글펐다.

출산후 호르몬이라는게 이렇게 무서운거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분유 먹이고 아기며 나며 속편할수 있는 것을...별것도 아닌걸로 서럽고 슬펐으니까.

먼저 결혼해서 아이를 낳은 친구에게 이런 고충을 털어놓자 친구가 말했다.


"그래도 차라리 시어머니가 분유 수유에 긍정적이셔서 다행이야. 우리 시어머니는 나한테 2-3시간 간격으로 전화하셔서 젖먹이냐고 물어보셨어. 마치 베이비타임(수유어플)처럼. 그리고 절대 소 젖 먹이지 말고 애미 젖먹여야 한다고 하셨다니까"


이 말에 나도 '그래..모유수유에 너무 집착하는 꼬장한 어른보다는 낫겠지..'하고 긍정의 힘을 얻었다.


하루는 친정아버지가 무릎 수술에 들어가셔야 해서 내가 보호자로 병원에 가야하는 일이 있었다. 부득이하게 시어머니께 아이를 맡기고 친정 근처 병원으로 가 친정 아버지의 병구완을 했는데 병원에 온지 3시간도 채 되지 않아서 전화통에 불이 났다. 전부 시어머니였다.


-어멈아! 유리 지금 젖 찾고 난리났다!! 끝나면 바로 와야 된다! 알겠냐?!-


나는 알겠다고 말하며 전화를 끊었다. 젖을 찾는건 애기가 아니라 어머니 같았다. 갑자기 모유수유 예찬론자가 된것 같은 시어머니의 모습에 나는 당황스러울 뿐이었다.

작가의 이전글 나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