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이나 경영학에서 플랫폼이란 승객이 딛고 서 있는 역 플랫폼처럼 기업과 소비자가 서로 만나고 다른 제품이나 서비스가 공급되는 기반이 되는 공간을 말한다. 이런 구조가 잘 돌아가면 플랫폼 기업은 물론 참여하는 기업과 고객 모두 이익을 얻게 된다. 플랫폼이라는 공통의 기반을 중심에 두고 다수의 공급자와 소비자가 만난다. 플랫폼은 이렇게 공급자와 소비자 양측이 함께 활동하며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양면 시장'의 특성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플랫폼 경제 무엇이 문제일까? 28p
플랫폼이 성공적으로 운영되려면 공급자와 소비자 그리고 플랫폼 운영자까지 모두 수익을 얻어야 합니다. 그러나 플랫폼이 커지고 참여자가 많아지면서 복잡한 이해관계 때문에 갈등이 깊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우리가 스마트폰에서 앱을 설치할 때 쓰는 앱스토어가 그런 사례 중 하나입니다. -플랫폼 경제 무엇이 문제일까? 40p
앱스토어는 이런 불편을 해결하여 원하는 앱을 찾고, 간단하게 설치가 가능하다. 게임 등 유료 앱이라면 신용카드 정보로 그 자리에서 바로 결제할 수 있다. 또한 앱스토어에서는 애플이 검수한 앱들만 등록되기 때문에 사용자는 악성 소프트웨어나 바이러스 걱정 없이 쓸 수 있다. 대신 앱 개발사들은 수익의 30%를 애플에 수수료로 내야 한다.
이는 곧 앱스토어에 대한 불만으로 이어진다. 앱스토어 운영사가 아무것도 안 하고 수익의 30%나 가져가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다. 중소형 개발사들은 30% 수수료를 주고 나면 남는 이익이 별로 없음에도 불구하고 애플은 외부 결제 수단을 쓰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개발사들이 스스로 고객과 관계를 구축하기 보다는 애플 혹은 구글에 대한 의존도가 갈수록 높아지는 것이다. 이와 같은 논란으로 국회에서는 앱스토어에서 특정한 결제 수단 사용을 강요하지 못하게 하는 법이 통과되었으며, 결국 애플과 구글은 수수료를 낮추고 외부 결제 수단 사용을 허가하는 등 물러서게 되었다.
우버는 개릿 캠프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살면서 그곳의 불편한 택시로 인해 대안을 고민하게 되면서 창안한 아이디어에 기반한 서비스다. 개릿 캠프는 지인들과 해당 아이디어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누었으며, 트래비스 칼라닉과 뜻이 맞아 우버를 공동 창업했다고 한다. 2010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서비스를 개시하면서, 택시 산업이 뿌리째 흔들리고, 차량 호출을 넘어서 교통 전반의 변화를 촉발하게 된 첫걸음의 순간이다.
우버와 같은 차량 호출 서비스들은 세계 곳곳에 등장해서 교통 산업을 변화시켰으며, 이는 중국과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에도 영향을 미쳤다. 우버의 비즈니스 모델을 카피하고 벤치마킹한 사업이 대중교통 인프라가 잘 갖춰지지 않은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편리한 이동을 가능하게 해 인기를 얻었다. 또한 음식 배달과 결제, 금융 등 생활 전반에 걸쳐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게 되었다.
그러나 우버는 국내에서는 성공적으로 정착하지 못했다. 주변 지인들에게 우버에 대해서 물어볼 때 추상적이게 알고 있는 이는 있어도 실제로 사용자로서 경험한 이는 드물다. 그 이유는 우버는 2013년 한국에 진출했음에도 불구하고 택시 업계의 반발과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등 주무 부처의 압박으로 제대로 사업을 잇지 못하다가 2015년 서비스를 종료했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나라의 대중교통 서비스는 시스템이 비교적 잘 갖추어져 있기 때문에 타국과 달리 우버의 수요가 크지 않았다.
우버는 기존의 대중교통 규제 틀에 맞지 않으며, 택시 사업자는 정부 규제와 감독을 받는다는 점, 개인택시 면허를 얻기 위해 수천만 원의 권리금 지불 등은 우버 모델의 논란을 일으키는 요소다. 또한 우버 기사의 신분 문제도 논란의 요소 중 하나다.
체스키와 게비아는 숙소를 구하지 못한 참가자들에게 돈을 받고 자신들의 집 일부를 빌려주는 아이디어를 냈다. 여기서 'BnB'라는 용어는 숙소(Bed)와 (Breakfast)를 제공한다는 의미에서의 축약어인데, 이 아이디어로 일주일에 천 달러를 벌어 월세를 갚게 된 그들의 경험은 현대인들이 많이 알고 있는 에어비앤비가 탄생한 배경이 된다. 집과 방을 임시로 빌려주는 비즈니스의 사업성을 판단한 후 본격적으로 온라인 사업으로 돌입해 2008년 에어비앤비를 창업하게 되었다.
한국에서 '배달의민족'을 모르는 이는 거의 없을 것이다. 20년 이후 전염병 사태가 심화되면서 더욱 그렇다. 배달의민족은 단순히 음식 주문을 편리하게 한 것을 넘어서 사람들이 음식을 먹고 즐기는 문화를 바꿔놓았다. 한국의 요식업 전체를 뒤흔들어 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배달의민족에서도 앱을 통해 결제된 금액의 6.8%를 수수료로 받으며, 이러한 반경 이내의 음식점 검색에서 상단에 노출되는 정액제 광고 상품도 함께 운영한다. 요기요와 쿠팡이츠는 각각 매출의 12.5%와 15%를 정해서 수수료로 받는다. 여기서 문제는 요식업 대부분이 영세한 자영업이고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의 수수료가 부담된다는 점이다. 실제로 자영업자의 입장에서는 배달 앱 수수료, 배달 대행 요금, 신용카드 결제 수수료 등을 제외하고 나면 순수익이 거의 남지 않는다는 불만이 제기된다. 게다가 배달 플랫폼에서 실시하는 프로모션에 억지로 참여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필자가 해당 서적을 읽으면서 다소 기억에 남았던 부분은 대형 플랫폼 기업의 상당수가 초기에는 '적자'를 감수한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플랫폼 기업의 상당수가 초기에는 늘어나는 사용자를 감당하기 위해 서버 등 인프라 확충에 투자를 하고, 더 많은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마케팅에 거금을 투자하기 때문이다. 우버, 카카오, 배달의민족, 쿠팡 모두 막대한 적자를 오랫동안 기록했고 회의적인 질문도 지속해서 받았다고 한다.
그렇다면 플랫폼 기업이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거금을 투자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는 '네트워크효과' 때문이다. 네트워크 효과란 상품과 서비스의 가치가 그 사용자 수에 영향을 받는 현상을 뜻한다. 시장을 지배하는 입지를 차지하면 수요를 더욱 급속하게 빨아들여 경쟁사의 위협을 물리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연유로 1등 플랫폼 기업이 되어 네트워크효과가 일어나면 고객과 사용자에 대한 방대한 데이터를 얻게 된다. 사용자의 모든 기록과 정보의 데이터를 모아 활용하게 될 경우 서비스를 개선하고 수익성을 높이는데 활용할 수 있다. 이것을 빅데이터라 부를 수 있다.
한 가지 예를 들자면 지금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의 주변 지인들은 대부분 카카오톡을 사용할 것이다. 국내에서 라인을 주 메신저로 사용하는 이는 드물 것이다. 즉 한국의 1등 메신저 카카오톡과 나머지 메신저들 사이에는 아주 높은 격차가 존재한다. 네이버는 모두가 사용하지만 다음 플랫폼을 주로 사용하는 이들이 적은 것도 두 번째 예로 들 수 있다.
이와 같이 플랫폼은 1등 쏠림 현상이 심하게 일어난다. 초기에는 여러 기업이 치열하게 경쟁하나 시장이 자리 잡게 되면 절대 우위를 가진 1개 플랫폼으로 시장이 정리된다. 그 이유는 위와 같은 '네트워크 효과'로 인함이다. 같은 제품을 쓰는 사용자가 더 늘어날수록 그 제품을 쓰는 효용이 더 커지는 것이다. 어느 한 사람이 혼자 라인을 사용하고 주변 지인들이 카카오톡을 이용한다면 그 사람은 메신저를 통해 대화할 지인들이 없게 되기에, 결국 카카오톡을 이용하게 된다. 때로는 품질 자체보다 네트워크효과가 중요한 경우도 많다. 카카오톡은 국내에서는 독점 메신저가 되었지만 일본 시장 진출에는 실패했으며, 일본의 독점 메신저는 라인이 되었다.
플랫폼은 사용자가 몰릴수록 효용이 커지기 때문에 사용자가 많은 곳일수록 사람들이 더 많이 쓰게 됩니다. 사람들이 더 많이 쓰면 플랫폼의 효용은 더 커지는 순환이 일어나지요. 이미 익숙해지고 편리한 서비스가 있는데 굳이 비슷한 서비스를 여러 개 쓰는 건 번거롭습니다. 일단 한 제품이나 서비스에 익숙해지면 사용자는 굳이 다른 곳으로 옮겨가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플랫폼은 1등 사업자가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하고 경쟁 사업자는 세력이 미미한 경우가 많지요.-플랫폼 경제 무엇이 문제일까? 78p
앞서 플랫폼의 예시를 들었던 것과 같이, 플랫폼 경제로 인하여 파생되는 영향들은 장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단점도 공존하기에 현 사회에서 적잖은 논쟁을 낳는다. 이는 법률에서도 적용되는데, 예를 들어 흔히 이야기하는 노동 관련 제도는 기존의 근로자와 독립사업자 등을 기준으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직업의 형태가 다양해지면서 경계가 모호해져 플랫폼 노동은 기존 법 제도 안에서 다루기가 어려워 논의가 진행 중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2020년 플랫폼 노동자를 직원으로 대우해야 한다는 법을 통과시켰다. 이들 플랫폼 노동자들은 프리랜서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서 플랫폼 노동자들은 최저임금 기준을 적용받고 유급휴가도 갈 수 있게 되면서 플랫폼 기업에서의 비용 부담이 커졌다. 이에 맞서 플랫폼 기업은 '주민 발의'를 통해 소비자 불편과 일자리 창출 저하를 내세워 플랫폼 노동자를 직원으로 대우해야 한다는 법을 뒤집으려 했다. 이와 같이 노동자와 기업 간의 갈등이 첨예하게 갈리는 대립 상황은 앞으로 기업 사회에서 풀어나가야 할 과제일 것이다.
[플랫폼 경제 무엇이 문제일까?]를 읽으면서 단순히 긍정적인 시각으로만 관찰할 수 있었던 공유경제나 여타 플랫폼의 가치의 이면에 대하여 사유하게 된다. 긍정적인 측면뿐이 아닌 비판적 측면도 함께 관찰할 수 있어 유의미했다. 한 서적을 본 적이 있다. [배달의민족은 배달하지 않는다]는 이름의 서적. 이는 배달의민족에서 배민 라이더스로 근무하는 노동자의 시각으로 저술한 서적이다. 필자는 스타트업과 플랫폼에 평소 관심이 많았던지라 단순히 긍정적 측면에 대한 인식이 조금 더 강했으나, 아래 서적을 조금만 훑어도 플랫폼 노동자의 입장에서의 이면은 다를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플랫폼은 이제 전 세계적으로 없어서는 안 될 가상의 공간이 되었다. 국내만 보아도 플랫폼을 기반으로 창업하려는 스타트업들은 즐비하다. 누군가에게는 선의 영향을 주는 비즈니스가, 누구에게는 악영향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자각하게 된다. 모두를 충족시킬 수 있는 사업이란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 어떻게 하면 사회적으로 손실을 줄일 수 있는 최선의 대책이 나올 수 있는 것일까. 작은 희망사항과 과제가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