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습관이 되어버린,
침묵.
누군가에겐 당연한 것
누군가에겐 답답한 것
누군가에겐.. 학습된 결과일지도 모르겠다.
어릴 적부터 눈물이 너무 많았기에
한 번 울기 시작하면
가족들이 성가시고 신경 쓰이고
마음이 아프니까 울지 말라고 했다.
그리고 왜 우는지, 뭐가 그렇게 속상한지
얘기하라고 할 때면 가장 두려웠다.
까닭은 울면서 말을 하는 내 목소리가 너무 싫었고
지금도 혐오스럽다
그때부터 들었던 습관인지 소리를 안 내고,
티 안 나게 우는 방법들을 혼자 터득했다.
여전히 왜 우냐는 말엔 대답을 잘하지 못한다.
침묵 속에서 뭐라고 소리치는지
나 혼자 듣는다.
‘난 정말 너무 약한 사람이니까,
괜히 큰 상처를 받지 않게 제발
나를 가지고 놀지마!’
‘내 능력은 저 사람보다 뛰어난데,
모두가 알아줬으면 좋겠어’
‘사실은 나 정말 좋은 사람이야.
제발 날 믿어줘’
‘난 속으로 너를 안 믿어.
그런데도 계속 잘해주니 괜히 신경 쓰여’
모순 그 자체라서 웃음이 나온다.
둘 중 하나만 했으면 좋겠는데,
어느 한쪽이든 확신이 드는 쪽이 없다.
자괴감이 바닥을 친다.
나를 부수는 게 외부적이라도
그것들을 부술수 없으니까
나라도 부순다
그리고선 비유가 아닌 정말로
가슴 한가운데가 너무 아파온다
왜 항상 마지막에 상처 받는 건 나여야만 하는지
내게 확신을 주던 이들도 결국은 왜 변하는지
좋게 시작해서 만족하지 못한 채로 끝나는 건
왜 이리도 많았는지
추억을 회상하는 건 쉽고
상황 안에 있는 건 이토록 지옥인지
침묵하는 건 쉽고 양해를 구하기는 쉽지 않고
라고 던진 물음들은 결국 무의미해졌다
이미 그 질문을 던질 때부터 알고 있었다
모든 이들은 어차피 나에게 진심을 다할 수 없고
나도 그들에게 언제나 진심을 다하긴 어렵다
그래서 더더욱 따뜻한 사람이 되어야 하는 것도
어둠 속에서 가장 선명히 보이는 게 뭔지도 안다.
그걸 이성적으론 이해하는데
내 속과 눈물샘은 그걸 이해 못하는지
한없이 답답하고 한없이 흐른다
속절없이 눈물이 나다 보면
뇌가 녹아내리는 것처럼 아파온다
화가 나는 내가
눈물이 나는 내가
어이없는 환경이 전부 다
이해가 안 되고 혹여 말을 실수할까
사람들 앞에선 눈물과 말을 동시에 하기 어렵다
도대체 나는
왜 이렇게 태어나서,
왜 이런 사람들을 만나서
왜 이렇게 살아가서
이다지도 아파하는지
나중 가면 알 수 있을까
알면 나아질까
꼭 알아야 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