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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myo Jul 03. 2020

침묵의 소리

언젠가부터 습관이 되어버린,


침묵.

누군가에겐 당연한 것

누군가에겐 답답한 것

누군가에겐.. 학습된 결과일지도 모르겠다.


어릴 적부터 눈물이 너무 많았기에

한 번 울기 시작하면

가족들이 성가시고 신경 쓰이고

마음이 아프니까 울지 말라고 했다.

그리고 왜 우는지, 뭐가 그렇게 속상한지

얘기하라고 할 때면 가장 두려웠다.

까닭은 울면서 말을 하는 내 목소리가 너무 싫었고

지금도 혐오스럽다

그때부터 들었던 습관인지 소리를 안 내고,

티 안 나게 우는 방법들을 혼자 터득했다.

여전히 왜 우냐는 말엔 대답을 잘하지 못한다.





침묵 속에서 뭐라고 소리치는지

나 혼자 듣는다.


‘난 정말 너무 약한 사람이니까,

괜히 큰 상처를 받지 않게 제발

나를 가지고 놀지마!’


‘내 능력은 저 사람보다 뛰어난데,

모두가 알아줬으면 좋겠어’


‘사실은 나 정말 좋은 사람이야.

제발 날 믿어줘’


‘난 속으로 너를 안 믿어.

그런데도 계속 잘해주니 괜히 신경 쓰여’


모순 그 자체라서 웃음이 나온다.

둘 중 하나만 했으면 좋겠는데,

어느 한쪽이든 확신이 드는 쪽이 없다.

자괴감이 바닥을 친다.

나를 부수는 게 외부적이라도

그것들을 부술수 없으니까

나라도 부순다

그리고선 비유가 아닌 정말로

가슴 한가운데가 너무 아파온다


왜 항상 마지막에 상처 받는 건 나여야만 하는지

내게 확신을 주던 이들도 결국은 왜 변하는지

좋게 시작해서 만족하지 못한 채로 끝나는 건

왜 이리도 많았는지

추억을 회상하는 건 쉽고

상황 안에 있는 건 이토록 지옥인지

침묵하는 건 쉽고 양해를 구하기는 쉽지 않고


그래도 너는 아니지?


라고 던진 물음들은 결국 무의미해졌다

이미 그 질문을 던질 때부터 알고 있었다

모든 이들은 어차피 나에게 진심을 다할 수 없고

나도 그들에게 언제나 진심을 다하긴 어렵다

그래서 더더욱 따뜻한 사람이 되어야 하는 것도

어둠 속에서 가장 선명히 보이는 게 뭔지도 안다.

그걸 이성적으론 이해하는데

내 속과 눈물샘은 그걸 이해 못하는지

한없이 답답하고 한없이 흐른다

속절없이 눈물이 나다 보면

뇌가 녹아내리는 것처럼 아파온다


화가 나는 내가

눈물이 나는 내가

어이없는 환경이 전부 다

이해가 안 되고 혹여 말을 실수할까

사람들 앞에선 눈물과 말을 동시에 하기 어렵다


도대체 나는

왜 이렇게 태어나서,

왜 이런 사람들을 만나서

왜 이렇게 살아가서

이다지도 아파하는지

나중 가면 알 수 있을까

알면 나아질까


꼭 알아야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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