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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myo May 27. 2022

우리의 방어기제, 그것은 병.

각자가 가진 비겁함.  


방어기제 :

심리 두렵거나 불쾌한 정황이나 욕구불만에 직면하였을 때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하여 자동적으로 취하는 적응 행위. 도피, 억압, 동일시, 보상, 투사 따위가 있다.





정말 솔직하리라 약속했던 브런치에도 적기 힘든 여러 가지 일들이 한 번에 일어나서 정말 괴로웠다.

동시에 벗어나기 위해 새로 시작한 사업 외에 알바 두 개를 더 시작했다.


내가 그렇게 벗어나려 했던 서비스직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내가 다시 그 사회에?


 사람들과 얼굴 마주하고 일을 하고 또다시 실수를 저질러서 상사와 고객에게 털리고 심장이 두근거리고 땀이 나고 집에서 눈물 흘리고 머리 아파했었던, 그 시간을 또 보내야 하나 싶었지만

당장 생활비, 이자를 갚기에 급급하기도 하고

나름의 경력이라고 할 게 그 일들 뿐이었기 때문에  그냥 뛰어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교육과 동석을 끝내고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한 지 2일, 또다시 신경질과 클레임을 걸려고 드릉드릉하는 고객의 말투와

아직 잘 모르기에 한 번 더 생각하고 물어보고 처리해야 했을 일들을 그냥 처리해서 살짝의 꾸중을 들으니

그때처럼, 심장이 엄청 두근거리고 땀이 났다.

그리고 너무 바쁘다 보니 내가 제대로 처리를 못한 거 같은데 그냥 지나간 건들이 많은 거 같아

퇴근하고도 속이 많이 불편해서 제대로 된 한 끼도 안 먹었는데 더부룩했다.




그래, 어차피 이 세상 내 삶 인간의 삶

우주에선 먼지보다 더 작고 희미한

의미 없는 허무함 그 자체인 것을 너무 잘 알지만

내 머릿속, 심장, 목소리, 눈물샘은 당최 그걸 깨닫지를 못한다.


타인의 방어기제를 볼 때 난 불쾌해도 그냥 넘어가려고 이해하려고 하는데

타인들은 절대 나의 방어기제를 봐줄 생각이 없기에

그게 더 내 숨통을 조여 오고 뇌 안을 빨아들인다.


우울은 내 방어기제,

우울하지 않으면 이젠 내가 아니고

우울하지 않으면 난 더 불행하다

나 스스로 정신병이 있어서 그래,라고 믿고 말하면

얼마나 마음이 편하고 거북해지는지..

우울을 살찌우는 건 얼마나 보기 좋은지.


내가 괴로운 것은 모두 돈 때문에, 아니지

집을 떠나 마음이 편하려는 욕심,

그래 그것 때문이다.

지금보다 더 불편한 상황들을 절대 받아들이고 싶지 않기 때문에 최소한의 내 기본을 지키고 싶다.

이것마저 무너져버려 덕소로 돌아가 살겠다고 하면 그냥 내가 자살 직전이라고 생각하시라.

이렇게 또 방어기제 발동.




방어기제는 비겁하다.

근데 중요한 건 이게 무의식의 영역에 가깝기 때문에 스스로는 비겁한 짓이라고 느끼지 못한다.

지금 내 글을 읽는 비겁한 당신도

당연하게 방어기제를 갖고 있겠지.


상대방과 있는 중에 방어와 회피는 곧 공격이다.

기억해보자, 있는 힘껏 달려오는 상대를 대비하고 안아주지 않고 막아버리거나 이동해버리면

다가오던 상대는 그냥 그대로 고꾸라진다.


살면서 나도 그렇게 방어하고 회피한 적이 수천수만 번이지만 역시나 내가 당할 땐 너무 뼈가 시리고 아프다.


방어기제, 최대한 내가 죽여버려 볼까

더 이상 나도 상대방들을 넘어뜨리고 싶지 않기 때문에

더 이상 속이 편하면서 거북하기 싫기 때문에.



-



당신의 방어기제가 무엇이든

그것은 너무나 스스로에겐 정당한 것이지만

스스로에게 결국 너무나 비겁한 것이란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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