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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myo Oct 19. 2022

심지가 타 버린 초

心志가 곧지 못해 무너지는 사람


원래도 내 인생은 스펙터클했고 부도덕적이고

스스로가 만든 오물에 점철된 삶이었는데

올해는 정말이지 그동안 힘들었던 것들은

아무것도 아닐 정도로 힘든 일들이 많이 생겼었다.


그래서 원래 있던 온갖 염증, 증상들이 악화됐고

약에 의지를 했고, 식욕이 사라져 밥을 안 먹고, 집에 은둔하는 시간이 엄청 길었다.

주위 사람들에겐 몸만 아프다고 찡찡댔지만

결국 내 정신이 온전치 못해 몸이 아픈 거라

그냥 내 몸이 허약해서라는 핑계를 대곤 한다.


그 와중에 그동안의 많은 주위 사람들에게 나는

그리 좋은 이미지가 아니었다는 것도 알아버렸고.


이제야 내가 올해 너무 힘들었던 사건들

'일부'를 조금씩 주위 사람들이나,

가족들에게 말을 할 수 있는 정도가 되었지만


내 모든 상황을 아무것도 모르는 친구들이나

지인들에게는 그저 나는 정신병자,

좀 이상한 년, 불편한 사람 되어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들의 술자리에서 안줏거리로

씹히는 존재가 되어있었고

내가 그들에게 아무 대가 없이 베푼 호의나

감사했던 추억이나 그때의 감정들 또한

그냥 어디 저 공기 속에 섞여 사라졌다.


그렇게 심지가 곧지 못했던 난

인생에서 가장 의지했던 이에게

매서운 상처를 줬고 그래서 거리가 생겼었고

이 상황을 만든 내 행적과 성격에 대해

큰 자괴감과 자아상실을 겪었다.


-


부정하고 싶었다.

나는 일반 사람들보다 생각과 말이 많고

욕망이 많지만 일말의 양심으로 드러내지 못하고

그래서 결국 자신을 파괴하고 축축하게 만든다.

그렇기에 타인들을 간접적이든 직접적이든

불편하게 만드는 것.


하지만 그것 또한 결국 나라는 것을 알고

인정하긴 싫겠지만 평생 족쇄를 차고 살아야 할 것을, 그래서 불특정 다수에게 친절을 베풀고

최대한 선한 영향력을 끼치도록 노력해야 된다는 걸 안다.

그냥 이게 나고, 남들이 뭐라 떠들던 다 맞고

다 아니다. 이건 참이기에 괜찮다.


그래서 새로운 목표를 찾아 어쩌면 또 내 우울이

나에게 일어서고 살아갈 빌미를 찾아준 것이기도 해서 고맙기도 하다.

하지만 또 불쑥 찾아오는 이상한 감정들로

앞으로의 내 목표가 망가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


심지가 타버리고 축축해서 불을 붙이기 어렵겠지만

그래도 불이 붙을 수 있는 가연성 인간이길 믿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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