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을 넘은 녀석들
결혼이란, 한 여자 더하기 한 남자일까?
무장해제하고 싶은 사람, 선을 넘고 싶은 사람에게 <마테호른>을 추천하고 싶다. 이 영화는 단순하고 느리게 흘러간다. 하지만 조금도 지루하지 않다. 나도 모르게 긴장이 풀려 몇번 웃다 보면 어느새 엔딩이다. 끝나는 게 많이 아쉬운 영화다.
프레드는 시계바늘 처럼 재깍재깍 움직이는 사람이다. 그는 준비된 식탁 앞에서 시계를 바라본다. 재깍! 시계 바늘이 마지막 한걸음을 떼어 12를 가리키자 두손을 모으고 감사기도를 한다. 다음은 벽에 걸린 액자를 본다. 아내와 아들 사진이다. 사진속 가족을 식탁에 불러들이기라도 하듯. 홀로 외로운 식사다.
프레드의 아내는 교통 사고로 죽었다. 아들은 프레드가 내쫓았다고 한다. 아마 아들이 성소수자였던 것 같다. 아내는 이런 프레드를 용서하지 않았다. 그리고 갑자기 교통 사고로 죽은 것이다. 프레드의 마음이 얼마나 문드러졌을까. 프레드는 마테호른에 가서 아내와 화해하고 싶다. 그곳은 프레드가 아내에게 청혼했던 곳이다.
그의 외로운 식탁에 한 남자가 나타난다. 프레드가 처음부터 그를 원했던 것은 아니다. 그 남자는 어른이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다. 절도있고 깔끔한 프레드 성격에 그 남자가 마음에 들리 없다. 그렇다고 내칠 수도 없다. 독실한 프레드는 작은 자 하나를 영접하는 것이 예수를 영접하는 것이라고 배웠다. 프레드는 착한 사마리아인처럼 그 남자를 먹이고 재운다.
그 남자의 이름은 테오다. 한참후에 그의 신분증을 보고나서야 알게 된다. 그는 자기 이름도 모른다. 자기 집도 자기가 결혼한 사실도 모른다. 그는 큰 사고를 당한 후 한참 후에 깨어난 것이, 지금 바로 갓태어난 아기처럼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다.
테오는 자기가 사람인지 동물인지 구별이 없다. 특히 염소랑 교감하며 음메! 소리를 낸다. 그는 마트에서 염소가 되어 어린 꼬마를 즐겁게 해준다. 이를 계기로 그는 어린아이 생일파티의 동물 공연자가 된다. 프레드는 기획하고 코치하며 짬짬이 돈을 모은다.
테오는 자기가 남자인지 여자인지 구별도 없다. 프레드 아내의 브라우스와 치마를 입고 밖에 나오기까지 한다. 보는 사람마다 아연실색이다. 그리고 이 일로 프레드는 사람들의 의심을 산다. 동성애자가 아닌지.
드디어 프레드네 집에 목사가 찾아온다. 식탁에 떡하니 놓여있는 술병을 본다. 들통나고 말았네! 게다가 테오가 하필이면 이때 또 아내의 옷을 입고 나타난다. 목사는 프레드를 회개해야 마땅한 죄인 취급한다.
오늘은 주일이다. 당연히 교회 가는 날이다. 그러나 프레드는 이 금기를 깨고 이벤트 공연에 나선다. 본래는 교회 갈 예정이었는데, 그 심경에 무슨 변화가 있었던 것일까. 교회로 향하는 마을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으며 두 남자는 당당하게 걸어나간다.
프레드의 표정을 보라! 얼음장 같았던 얼굴이 해빙된 모습을. 꽉 조였던 나사가 풀린듯 하다. 무장해제다. 해방이다!
테오는 프레드와 결혼하겠다고 한다. 처음의 프레드라면 말도 안되는 이야기다. 하지만 테오를 만나서 그와 지내는 동안 프레드는 변했다. 테오와의 결혼, 안될 것도 없다. 그들은 비가 억수로 쏟아지는 날 사람들의 눈을 피해 마을 교회로 달려간다. 그리고 마주선다.
오늘부터 죽음이 갈라놓을 때까지
좋을 때나 궂을 때나
아플 때나 건강할 때나
부유할 때나 가난할 때나
함께할 걸 약속합니까?
'결혼이 이런 거라면, 꼭 남자는 여자와 여자는 남자와 결혼할 이유가 없는거다.' 프레드, 생각이 이렇게 변한걸까. 선을 훌쩍 넘어버렸네. 테오에게서 뭔가 전염된 듯. 테오는 아무런 예절도 법도도 규칙도 상식도 편견도 고정관념도 없다. 비판하는 마음도 다른 사람을 탓하는 마음도 없다. 테오는 넘나들 수 있는 선 자체가 없는 사람이다. 프레드도 테오처럼 되고 싶었던 걸까.
드디어 마테호른 앞에 선 그들, 예전에 프레드 부부가 입었던 커플룩과 똑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