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야생 Dec 19. 2023

첫눈이 내린 날 아침, 마을 한바퀴

^^비가 와도 좋고 눈이 와도 좋은 거에요^^

요며칠 포근했지요? 겨울을 훌쩍 넘어 봄이 왔나 싶을 정도였어요. 촉촉하게 비도 내리고요. 나뭇가지에 빗방울이 맺혔네요. 보석처럼 반짝여요. 부자가 된 느낌이에요. 잠깐만요. 심상치가 않아요. 또르르 흘러는데... 앗! 빗방울이 얼었어요. 비가 눈이 되려는 조짐이었네요.



드디어 첫눈이! 누군가가 그러더라고요. 쌓여야 첫눈이라고. 자연이 주는 황홀한 선물에 감사할 따름이에요. 밤새 내린 눈을 오롯이 받아낸 나뭇가지가 고맙네요. 가까이 다가가서 천천히 자세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여유, 참 좋아요. 호흡이 저절로 깊어질 것 같지 않나요?



하늘을 내려다 볼 수 있는 지점에 도착했네요. 서쪽 하늘이 개이고 있어요. 아침 산책길인데 살짝 노을빛으로 물들어 있네요. 마을길이에요. 활명요양병원에 온 후 9개월 동안 이 길을 걷고 있어요. 물릴만도 한데 전혀 물리지가 않아요.



옛날엔 눈이나 비가 오면 걱정이 생겼는데요. 요즈음은 달라졌어요. 비가 와도 좋고 눈이 와도 좋은 거에요.



마을길을 걸으며 이 집에 누가 사는지 참 궁금하더라고요. 사람 사는 기척도 없고. 추측이 난무했죠. 사랑해님은 무아레 창고라고 확언(?)했던 것 같은데...ㅎ


얼마 전에 온마음님이 그 미스테리를 풀어주었어요. 집주인을 만나서 이야기까지 했다고. 디자인쪽에서는 유명한 사람인가봐요, 서기흔이라고. 그 분의 작업실이자 작품보관실이라고 하더군요.



그린트리 주인 할머니네 건데요. 봄에서 가을까지 갖가지 꽃을 길러낸 항아리에요. 지천에 풀이고 꽃인데 이렇게 항아리에 꽃을 키우는 할머니의 마음은 어떤 마음이었을까요?



아무도 밟지 않은 눈을 보면 뭔가 흔적을 남기고 싶지 않은가요? 아침에는 온마음님을 만나고 오후에는 수화님과 걸었는데요. 그때 남긴 흔적들이죠. '고니'는 나중에 합류했네요.


아몰랑은 누구냐구요? 제가 얼마 전에 닉네임을 '몰라'로 바꿨습니다. 너무 아는 체 하고 살아서 힘들고 피곤했다는 것을 이제야 깨달은 거죠. 그래서 선언했어요. 나는 아무 것도 모른다! 몰라! 몰라!


그런데 독서모임 이름 공모 중, 정말 마음에 드는 이름이 후보로 떠오른 거에요. 아(我)몰랑! 신비님의 아이디어에요. 너무 탐이 났는데... 수화님이 카톡에서 저를 아몰랑으로 부르더라고요. 아, 이참에 쟁취해야 되나...ㅎ

작가의 이전글 낯선 세계가 당신을 구원할 수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