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아프고 눈이 저렸다.
사물이 두개로 보이고 맥박이 빠르게 뛰었다.
달리기를 하지 않았는데도 100을 늘 넘었다.
하지만 가장 큰 불편함은 눈이었다.
일을 해야 하는데, 읽을 수가 없었다.
내가 쓴 글을 읽지 못하는 난감함은 말로 설명을 못한다.
계속 신경안정제와 두통약, 안약을 달고 살았다.
그러다 아내가 혈압약을 지으러 가는 길에 나도 동행했다.
의사에게 증상을 이야기하니 혈압이 160이 넘으니 약을 먹어야 한다고 했다.
난 일시적일 수 있는 거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젊은 의사는 알았다며 진통제와 신경안정제를 처방했다.
난 엑스레이를 찍고 피를 뽑았다.
심전도 검사도 했다.
(아내는 이후 집에 와서 내 가슴에 난 심전도 자국을 대상포진으로 오해해 놀라 자빠졌다)
약을 먹어도 상태는 호전되지 않았다.
난 약 먹는 걸 중단하고, 다른 약을 먹었다.
그러자 조금 나았다.
그리고 일주일 후, 다시 병원을 찾았다.
혈압은 140이었다. 안심하고 있는데,
의사는 한마디를 덧붙였다.
'피검사 결과 감상전항진증이 의심됩니다'
뭐지? 나의 증상들이 다 설명된다고 한다.
나보고 왜 갑상선항진증을 의심하지 않았냐고 되묻는다.
내가 의사냐?
난 상상도 못했다고 대답했다.
의사는 우선 제일 약한 약을 먹어보자고 한다.
다시 피를 뽑아 정말 검사를 하자고 한다.
그리고 2주후 초음파검사를 하자고 한다.
이 병은 자가면역질환이라고 한다.
난 언제부터 눈이 저렸던 걸까?
패소하고 부터다.
그래 그때부터 아팠다.
그때는 술 없이 하루도 살 수 없었다.
난 공장에 다녔고, 버텨냈다.
손가락이 풍선처럼 부풀어도 일을 했다.
월드컵을 한 경기도 보지 못했다.
그후 검정고무신을 쓴 작가는 자살했다.
이제 약을 평생 먹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