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해무익
주인공은 백해무익의 대표격 인물이다.
뭐 하나 잘하는 게 없다.
여자 옷의 단추하나 제대로 풀지 못한다.
하물며 섹스도 제대로 못해 매번 발에 쥐가 난다.
직업을 갖기도 전에, 범죄를 저지른다.
어렸을 적, 아주 작은 취미 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다.
구두조차 닦지 못한다.
(정말 나 같다)
난 우디알렌의 팬이다.
그의 모든 작품을 좋아하는 건 아니다.
특히 요즘 작품은 거의 안 본다.
초기 작과 중년이 되어 찍은 영화들을 좋아한다.
제일 좋아하는 영화는 '마이 아프로디테' 다.
뮤지컬 같은 풍도 좋고 유머도 넘쳤다.
이 영화는 사실 좀 지루하다.
그의 첫 장편감독작이다.
자신의 일대기 같은 느낌도 있다.
34살에 찍은 일대기라니...
어렸을 적 이 영화를 봤을땐, 어떤 감정이었을까?
중년이 된 지금 본 느낌은 조금 다르다.
다시 말하지만, 백해무익.
세상 아무 짝에 쓸모없는 인간에 대한 이야기다.
사회비판도 없고, 인간승리도 없다.
신파적 감동도 없다.
(이제 이런 것도 지겨워진다)
그저 인물의 감정만 오롯이 전해진다.
나 같은 사람이 살아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들 즈음.
영화 속 인물이 어떻게든 살아간다.
비록 그 수단이 범죄일 지라도.
지속적으로, 꿋꿋하게 살아간다.
뭐 그런 거 갖고 고민하고 그래?
세상의 기준에 맞추려 하지마.
어차피 맞지도 않잖아.
너에게 세상을 맞춰.
라고 말하는 거 같다.
(비누로 총을 만드는 내용이 딱 그렇게 느껴진다)
물론, 영화는 어디까지나 영화일 뿐이다.
영화 한 편 본다고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다만 나랑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한 명은 있구나 하는 위로는 받을 수 있다.
그게 딱 영화값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