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삶에서 다들 무언가를 기대하며 살아가고 있을까. 매일 밤 곱씹는 단골 소재를 떠올려보면, 나는 늘 내 방식대로 살아가는 방법을 고민했다. 한 차례 답을 얻고, 다시 문제가 떠오르고, 답을 발견하고, 이번엔 다른 구석에서 새로운 문제가 떠오르고. 수차례 반복하는 동안 시간은 계속 흘렀고 나도 변했다. 연고도 없는 어느 시골 마을에서의 일 년 살이도, 다시 서울로 올라와 하고 싶은 일을 하겠다며 매일 야근에 몸을 던졌던 회사도 완벽한 답은 아니었다.
한 가지 분명한 건, ‘해봤다’라는 확신의 감정은 꽤 즐거웠다는 사실이었다. 약간의 공백기 동안 다시 찾은 답이 틀렸다는 사실에 약간 서글펐고 (후회까지는 아니었다) 두려웠다. 몇 번의 회사 생활이 그다지 좋지 않았고, 매번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다는 불편함을 지울 수가 없었다. 이번엔 어떤 경험을 해야 할까? 그 지점에서 밤마다 고민했다. 짙은 막막함이 스멀스멀 내 방에서 피어올랐고, 도저히 괜찮은 답을 찾을 수 없었다.
그래서 우선은 선택을 보류했다. 내가 앞으로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다시 들여다볼 필요가 있었다. 무언가를 기대하며 처음 가본 공공기관 심리상담은 최악이었다. 실컷 욕하며 털어버린 후 가까운 사람에게 도움을 받았다. 특히, 이따금 찾아오는 불안 속에서 ‘잘하고 있다’고 말하는 응원이 나를 조금씩 움직이게 했다. 어떤 생각 속에 갇혀 ‘나’를 이야기할 때마다, 그 사람은 말했다. 생각은 네가 아니야. 생각은 하는 게 아니고 그저 드는 거야.
또다시 방향성을 잃어 막막하고 슬픈 마음이었다. 안 좋은 생각에 빠질 때마다 그가 한 말을 떠올렸고, 머릿속에 '드는' 생각으로부터 멀리멀리 벗어날 수 있었다. 한 가지 변치 않았던 점은, 이 고비를 넘기고 다시 묵묵히 나아갈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이 있었다. 어쩔 땐 그 과정이 단순하고 쉬웠지만, 이번 같은 경우는 아니었다. 다행히 생각보다 빠르고 쉽게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었던 것은 진심 덕분이었다. ‘언제나 잘하고 있으니까 너를 믿어’ 누군가의 말이 깊게 다가오려면, 그가 한 말이 진실에 가깝다고 느껴야 했다. 그는 거짓말을 유달리 싫어하고, 속 빈 문장을 꺼내지 못하는 솔직한 사람이었기에 나는 그를 믿었다.
덕분에 가치관과 성향에 맞으면서 원하는 꿈에 다가갈 수 있는 회사를 찾을 수 있었다. 현재는 이곳에서 새로운 목표와 꿈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사실 회사 생활만으로도 벅차지만, 언젠가 내가 꿈꾸는 일을 해내기 위해 조금씩 방향을 옮기고 있다. 삶 속에서 매번 하고 싶은 일이 바뀌었고, 절대적인 신념은 없었다. 재밌는 일을 하고 싶다는 충동으로 이런저런 일을 잔뜩 벌였고, 그걸 수습하는 과정에서 번아웃이나 고통을 받았지만, 한편으로는 그런 과정을 이겨내며 ‘재미’를 발굴하고 기뻐했다.
좋은 사람들을 잔뜩 만났고, 좋아하는 취미를 즐겼고, 즐거움을 통해 나를 배웠다. 올해는 기쁜 마음으로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을 또 한 번 저지르고, 꾸준함을 통해 내가 이루고 싶었던 목표를 조금씩 달성하고 싶다.
재능은 꾸준한 성실함에서 온다는 것을 믿는다.
이제는 무한하고 지루한 바다 위에서 매일매일 성실히 노를 젓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