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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페페 Aug 26. 2024

무더위

240806

여름이 이렇게 견딜 수 없는 계절이 되어버린 것은 언제부터였을까.  

분명한 것은 해를 거듭할 수록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예전부터 엄마는 환경을 보호해야 한다며 여름에도 에어컨을 틀지 못하게 했었다. 지금도 엄마는 그 의견을 고수하고 있다. 독립된 나의 집에서 죄의식 없이 에어컨을 펑펑 틀어 대며 한여름의 열기와 이글이글 끓는 아스팔트, 전국에서 무섭게 돌아가고 있을 에어컨 실외기의 분주함 같은 것을 떠올리다가, 이러다 정말 지구가 폭발해버리는 것은 아닌지 염려한다. 어쩌면 이 세대가 삶을 끝까지 살아내기 전에 지구가 멸망해버릴지도 모른다고.


 하지만 아직까지 삶은 계속되고 있으니까, 이 더위 속에서도 오늘을 살아야 한다는 것을 떠올린다. 녹아내릴 것 같은 뜨거움을 견뎌내며 통근버스를 향해 뚜벅뚜벅 걷고, 불쾌한 땀 냄새로 가득한 버스에서 다시 시작된 하루를 견뎌 보자고 마음 먹는다.


 6개월 간의 휴직이 무색하게, 나는 다시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너무도 익숙한 마음과 싸우기 시작했다. 이미 수 번을 같은 벽에 부딪히면서도 매번 똑같이 절망하는 마음.  


익숙한 권태에 지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나의 좋은 결들을 잃지 않은 채 주어진 틀에 맞춰 살아나가다 보면 마음의 어떠한 부분이 쓸려 깎여 나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원하지 않는 감각은 차단하고 싶다. 불쾌한 말과 행동, 이해할 수 없는 사고방식, 의미 없는 대화 같은 것들을.


나는 얼마 전 또 새로운 꿈을 꿨었다. 되고 싶은 모습의 내가 되고 싶어서 조바심이 났다. 

어떻게 하면 그런 삶을 살 수 있을까 고민했다. 


 그러나 


이번 생에 내게 주어진 것은 정말로 이게 다인가. 

원하는 것에 조금도 가까워질 수가 없어서 그런 내 인생이 너무 하찮아서 가끔은 소리를 지르고 싶어서 그 무엇에도 주인이 될 수 없어서 

현실과 꿈을 오가는 삶에서 나는 어느쪽에도 제대로 발붙이지 못하고 이곳저곳을 기웃거렸다.



24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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