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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연 Jul 07. 2023

신혼집, 너를 만나기까지

고생 끝에 낙이 온다?놉!


창문을 열면 곧바로 주차장이 보였다. 작은 베란다 창문의 한쪽은 에어컨 실외기가 막고 있었고, 다른 한쪽은 화단의 나무가 막고 있었다. 정말이지 햇볕이 들어 올 틈이라곤 없는 곳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게 여봐란듯이 햇볕이 거실 안쪽까지 스며드는 집이었다. 20평 남짓의 아주 오래된 아파트 2층. 나의 첫 신혼집이었다.







우리 집은 남편의 외할아버지께서 생전에 사시던 집이었다. 연애 시절 와 본 적이 있었는데, 집안 곳곳에 낡은 흔적이 가득하긴 했지만 어쩐지 아늑하고 정감이 가는 곳이었다. 아직도 그때 당시의 가구들과 배치가 기억이 난다.


복도식 아파트에는 살아 본 적이 없던 나는 신혼집으로 이 집이 어떠냔 남편의 말에 난처했다. 한 층에 많은 가구가 사는 것도, 여름철 현관문을 열어 놓아 오며 가며 난처한 상황을 목격하는 것도, 소음에 취약한 것도 싫었다. 지금의 나도 그 당시의 나도 복도식 아파트는 나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당장 우리에게 주어진 선택지에서 가장 최선이었고, 작은 주방에서 따듯한 커피를 한잔 내어 주시던 할아버지의 손길이 나를 붙잡아 결국 신혼집으로 결정하게 되었다.






20평 남짓의 우리 집은 안방, 작은방, 거실, 부엌, 화장실로 이루어져 있다. 신혼집으로는 안성맞춤이었다. 우리만의 소중한 신혼집을 학창 시절부터 꿈꿔 왔던 인테리어로 꾸밀 생각에 내심 들떠있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남편의 친구가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기에 우리는 일말의 고민도 없이 남편 친구에게 인테리어를 맡겼다. 평소 유쾌하고 좋은 사람으로 함께 일하는 것이 살짝 설레기도 했다. 그리고 그의 평소 취향이 어딘가 나와 닮아있단 생각에 더 설렜다.


남편의 친구는 인테리어 전반에 우리가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자잘한 시공의 경우는 직접 참여하면 인건비도 절약할 수 있었기에 우리는 기꺼이 참여하기로 했다. 하지만 그게 문제였을까? 2주면 끝난다고 했던 공사는 3주를 넘어가고 마침내 4주째 접어들었을 때에서야 끝을 내었다. 끝이라고 하기에는 어딘지 많이 부족한 그런 끝.








우리는 직장에 다니면서도 퇴근 후 작업을 하고, 주말이면 타일을 보러 다니고, 전등을 보러 다니고, 페인트 작업을 하는 등 분주한 나날을 보냈다. 그럼에도 어쩐지 공사는 진척이 없었다. 인테리어는 참 쉬운 일이 아니었다. 또 해야 할 것들은 어찌나 많은지 고난의 연속이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남편의 친구가 공사 3주 차에 접어들 때쯤 다른 건을 동시에 진행하게 되어 우리 공사에 소홀해졌다. 그때부터 눈에 띄게 작업 속도가 느려지고 마감 상태도 나빠졌다. 결국 우리가 입주할 당시에는 집 내부에 구멍도 숭숭 뚫린 채였다.


어쩐지 영 마음이 내키지 않았던 집이지만, 외할아버님의 시간들까지 간직한 의미 있는 신혼집을 만드려 했던 나의 계획은 시작부터 단단히 어긋나 버렸다. 그렇게 첫 신혼집과 나의 악연 아닌 악연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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