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보다 동료가 그립다
회계사 시험 실패 후에 졸업 후 1년간 방황하다가
기적적으로 입사한 금융회사.
남초 회사에 군대 문화가 조금 강했지만
강남 한복판에 출퇴근한다는 남모를 자부심이 있었다.
벌써 6년 전이다
전 직장을 그만두고 가장 후회한 것은 월급도 아니었다.
시간이 흐르고 지금 느끼는 건,
바로 '사람'이다.
일이 너무 힘들고 내 직속 상사와 맞지 않아서 패기 있게 사표를 썼다.
그때는 내 곁의 동기들이 안 보였다.
그리고 선배들도 안 보였다.
내가 힘든 게 우선이었다. 내가 먼저 죽을 것 같았다.
틈만 나면 갈구는 상사가 꼴 보기 싫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고, 그리고 늦은 나이에 공무원을 하면서 나는 알았다.
내가 그곳에서 참으로 사랑받았다는 걸.
그곳만큼 나한테 맞는 곳은 없다는 걸.
갈구더라도 일을 제대로 가르쳐주려고 했던 상사가 있다는 게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를.
내 인생에서 두 번 다시 만나기 힘들 좋은 선배와 동료들을,
나는 꿈을 찾아 떠나겠다는 이유로 순식간에 놓아 버렸다.
여초인 공무원 사회에서 말 한마디를 얼마나 조심해야 하는지 안다.
적당히 튀어야 하고, 적당히 자신을 숨겨야 한다.
서로 선을 지키지만, 그만큼 서로를 진실되게 오픈하기 또한 힘들다.
그립다. 그때, 나를 솔직하게 보여줬던, 그 시절이.
사람은 후회를 하면서 성장을 하나 보다.
야성미가 넘치고 패기가 넘치던 그때의 동기들,
선을 넘으며 서로 막말을 해대던, 하지만 함께여서 솔직하게 울고, 웃을 수 있었던 그때의 동기들이 그립다. 우리는 서로를 형, 오빠 등으로 불렀다.
또한 후배한테 내가 책임지겠다며, 후배가 다른 팀에게 당하면 대신 나서서 싸워줬던. 그때 그 선배들이 그립다.
만약 일이 힘들어서 퇴사를 고민 중인 이가 있다면..
일이 힘든 건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 거라고.. 그러니 조금만 견뎌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일은 감당할 수 있을 만큼만 해도 괜찮다고.
누가 뭐라든 할 수 있을 만큼만 하면서 버텨보라고.
함께 성장할 좋은 선배와 동료가 있다면, 아직은 포기하지 말라고..
무엇을 하느냐 보다 , 누구를 만나서 누구와 함께 일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걸 배운다.
난 아직도 후회 중이다.
내가 떠나버린 그곳을 이젠 돌아갈 수 없음에.
다만, 다시 우연히 만나게 될 나의 지난 사람들에게
적어도 부끄럽지 않은 모습으로,
이곳에서,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시간까지
최선을 다해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