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의 여름 바다
오랜만에 해변 캠핑이다. 밤에 들려오던 파도 소리에 깨어나니 멀리 고기잡이 배와 샛별이 흔들리며 어둠을 밝히고 있다. 캄캄한 밤, 연약한 그 빛을 바라보다 보면 뭔가 마음이 따뜻해지는 그런 기분이 든다. 하루 중 가장 어두운 시간이지만 반짝이는 빛들이 친구가 되고, 어두운 시간을 버티면 아침이 찾아온다는 기대가 나를 움직이게 한다. 그래 해변으로 나가자.
파도 가까이 간다. 바다는 짙은 검은빛, 새벽의 하늘은 검었다가 푸르렀다가 보랏빛이었다가 분홍이 되었다가 붉어진다. 그 사이 파도는 연신 들어왔다가 나간다.
일출을 못 보더라도 크게 아쉬울 것 같지는 않다. 그저 바다와 하늘을 바라보는 고요한 시간을 가진 것만으로도 편안하다. 구름에 가려도 해는 떠오른다. 주위의 어둠은 사라지고 모든 것은 또렷해진다. 두려워만 보이던 검은 바다도 제 빛을 찾아 소복소복 밀려든다. 이 모든 것이 해의 품 안이니 크게 아쉽지 않다.
그러다 해가 등대 옆 방파제 위로 올라온다. 구름과 방파제 사이, 그 작은 틈새에서 올라오는 빨간 해. 그리곤 다시 구름 속으로 숨어버린다. 신기하다. 잠깐 만난 일출인데도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지만 뭔가 해낸 것 같은 기분 좋은 느낌이 든다. 그리고 시작되는 여름의 짙은 푸른빛을 눈에 담는다.
한동안 독립출판을 엮느라 시간을 보냈습니다. 소소히 생각을 묶는 작업을 해볼 수 있어서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오랜만에 바다 캠핑을 와서 파란빛을 눈에 담고 있습니다. 바다는 참 좋습니다. 특히 여름 바다를 바라보는 일은 뭔가 설레는 특별함이 있는 것 같아요. 아마도 제가 여름을 사랑하기 때문일까요.
이번 여름엔 어떤 바다를 만나게 될까 두근 거리며 여름을 기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