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호텔

by 푸른 숲


차갑다

선득한 공기에

놀라 몸을 웅크린 채

열차에 오른다


차창엔

잎이 지고 눈이 지나간다

자주 터널이 나타나고

어둠은 되풀이 된다


터널 끝엔

빛이 있다고 믿었지만

터널을 벗어나면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눈발에

낮도 밤이 된다


차갑다

열차에서 내릴 수나 있을지

점점 아득해진다


우리는 견딘다

견디고 견딘다

어두운 터널을

차가운 눈발을

피가 흐르는 무릎을

견디고 견딘다


견디는 일은

유일하게 보람을 느끼는 일이다


어느새 차창엔

눈이 녹고 산목련이 지나간다

길가에 수국이 무성하다


뜨겁다

부드러운 훈풍에

놀라 등을 피고

열차에서 내린다


뜨거운

여름 호텔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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