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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wisu Nov 18. 2022

너 내 결혼식에 와줄 거야?

진심으로 축하할 줄 아는 어른이 되고 싶다. 


서른이 되면서 최측근들의 결혼 소식을 자주 듣는다. 가장 먼저 결혼한 건 대학 동기였다. 동기들과는 오래전에 한 약속이 있다. "우리 결혼식에는 서로 축무해주자!" 갓 스무 살이던 우린 저런 비슷한 이야기를 나눴던 거 같다. 댄스 동아리 동기들이기 때문에 축가, 축사 등이 아니라 축 무였다. 축무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휘수도 해주는 거야? 나는 네가 못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라 했다. 장난스럽게 던진 말이지만 그 안에는 그간 했던 걱정과 우려가 담겨있었다. 나는 당연하다고 대답하고는 그 후 오랫동안 이 질문을 많이 곱씹었다. 모두 직장인이 된 동기들과 혼자 댄서로 활동 중인 나. 당연히 축무 안무 구성은 내가 했다. 동기들은 당연하다고 여기지 않았지만 내가 도맡아 하는 게 모두를 편하게 하는 일이었다. 물론 나를 포함해서. 안무 짜는 건 쉽지 않지만 루틴처럼 지난 몇 년 간 해왔기에 다른 친구들보단 훨씬 수월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벌써 동기 두 명의 결혼식을 치렀다. 식의 한 부분을 담당한다는 책임감 때문에 마치 같이 준비하고 마무리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그 즈음, 중고등학교 친구들도 결혼 소식을 알렸다. 몇 없는 친한 친구들이 거의 모두 결혼하는 느낌이었다. 고등학교 친구는 만날 시간이 없어 KTX 기차 시간을 맞춰 부산으로 내려가는 기차 안에서 청첩장을 받았다. 결혼 소식을 알리면서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너 내 결혼식에 와줄 거야?"라 했다. 앞서 몇 번 결혼을 알리는 친구들의 불안한 눈빛을 마주했던 나는 이 질문에 가볍게 대답할 수 없었다.  내가 한 번도 제대로 표현한 적이 없는 거 같아 내 친한 친구 모두에게 말하듯 진심을 다해 말했다. 미간에 힘을 빡 줘가며 목소리를 깔았다. 


내가 바라는 건 너의 안위와 행복이야. 
네가 삶을 잘 꾸려나가기 위해서 한 선택을 축하해 줄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난 온 마음을 다해 충분히 축하하고 싶어. 
그래서 나는 당연히 갈 거야. 
그러니까 잘 먹고 잘 살아.

뭐 이렇게까지 말하나 싶은 표정으로 쳐다보는 친구는 그래도 내심 안심되는 듯했다. 친구들의 걱정은 나의 가치관과 삶의 방향에 대한 존중과 배려였다. 나는 다른 친구들이 행복하고 잘 살기를 바랄 뿐 그 이상 그 이하는 바라지도 심지어 생각해 보지도 않았다. 이런 태도가 내가 생각하는 그에 대한 존중과 배려이며 사랑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발 디딜 틈 없는 결혼식장, 식이 끝나자마자 들어오는 다음 신랑, 신부를 보면서 허례허식이다 뭐다 비판하는 목소리들에 동의하는 편이었다. 하지만 최측근의 결혼식에서는 다른 면을 봤다. 모두에게 축복받을 수 있는 자리, 앞으로의 삶을 많은 사람들 앞에서 선언할 수 있는 기회, 나와 관련된 모든 사람들에게 대접할 수 있는 기회, 그래서 필요... 까지는 아닐 수 있어도 충분히 가치 있는 행사일 수 있다. (무엇이든 입체적인 가치가 있는 것이니까.) 적어도 나는 소중한 사람의 좋은 날을 그렇게 축하해 줄 수 있어 기뻤고 그 자리들이 가치 있다고 느꼈다. 

조사와 경사 중에 골라서 가야 된다면 조사를 가야 된다고 생각하는 주의였다. 슬픈 일을 겪은 이에게 더 많은 손길과 위로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언젠가 이 말을 듣기 전까진 말이다. 


슬픈 일을 동정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좋은 일을 진심으로 축하하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없다. 


축하해 주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깨닫는 건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어려운 일이 아니다. 나에게 좋은 일이 있을 때 쉽게 질투나 시기, 내 그간의 노력을 깎아내리는 말과 소문을 마주하게 된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은 아주 나이스 한 속담이었다. 실제로는 배만 아프겠는가. 경험적으로 축하가 더 힘들다는 걸 알고 나서는 내 사람들에게는 아낌없이 축하해 주겠다고 다짐했다. 더 해주지 못해서 아쉬운 마음으로 축하하기로 했다. 물론 여기에는 나의 경사에 당신들도 진심으로 기뻐해 주길, 그렇게 우리 같이 잘 살기를 바라는 염원도 담겨있다. 


결혼식이 4개나 몰려 있던 10월 초를 지나, 이제 축하할 일은 은하의 독립과 스튜디오 포비 피엠의 2주년이다. 그렇게 몰입해서 준비하는 은하를 정말 오랜만에 봤다. 한껏 상기된 얼굴로 연신 "이거 어때?"를 물어보는데 그의 설렘과 긴장이 느껴질 정도였다. 이제 독립한 우나 사장 그리고 포비 피엠 식구(직원)들의 시작과 같은 포비 피엠의 2주년을 마음껏 기뻐하고 축하하고 싶다. 그리고 앞으로 얼마든지 더 축하할 일이 있길 바란다. 너에게도 나에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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