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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esom Dec 29. 2020

'그래도' 나는 (feat. 부부 독서토론)

꾸준히 계속해서 발전하기

그간 토론했던 독서 목록을 나름대로 기록하는 계정

우리 부부는 매주 1번 독서토론을 진행한다.

월말이 되면 책 종류는 상관없이 각자 책장에서 원하는 책을 골라와서 다음 달 독서 토론 일정을 잡는다.

일정이 바쁘다 보니 미뤄질 때도 있지만 주 1회 진행하는 원칙은 꼭 지키는 편이다.

둘 다 경제 공부를 시작했다 보니 경제 관련 책, 자기 계발서 책이 많았지만 21년부터는 내가 좋아하는 책도 많이 넣어볼 생각이다.


처음에는 각자의 독서량을 채우기 위해 시작했지만 지금은 많은 대화를 위해 꼭 필요한 시간이 되었다. 

책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서로의 가치관을 살펴보고 다른 부분은 서로 대화해보면서 서로가 얼마나 다른지 깨닫는 좋은 시간이 되고 있다.

때로는 같은 의견일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서로 다른 관점의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많다. 

같은 책을 읽지만 전혀 다른 책을 읽은 것 같은 토론 주제에 흥미롭기도 하고 이 시간이 없었다면 큰일 날 뻔했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


이번 독서 토론 책은 켄트 키스 저 <그래도 Anyway>이다.

대부분 남편이 가지고 있는 책이어서 나였다면 안 봤을 책일 것 같은데 막상 읽어보니 이제까지 읽었던 책 중 가장 인상 깊었다. 


언젠가 대학 수업에서 교수님이 이야기했던 말이 있다.

당신께서 가장 좋아하는 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라고.

삶이 힘들고 일이 풀리지 않을 때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생각으로 임하다 보면 하나씩 해쳐나가게 된다고.

그때는 그냥 흘려들었던 이야기였는데 요즘 정신없이 시간에 휩쓸려 살다 보니 놓치는 여러 것들이 눈에 보일 때마다 그 말이 기억이 났다.


이 책도 비슷한 방향으로 인생을 이야기한다.

삶은 복잡하다.

세상엔 나쁜 사람도 있고 나와 안 맞는 사람도 있다.

'그래도' 우리는 살아가야 한다.

'그래도' 우리는 그들을 사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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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너무 허무맹랑한 이상주의자의 말 같았다.

그러다가 문득 다음 장을 넘기고 또 다음 장을 넘기며 내가 어렸을 때 꾸었던 꿈이 생각났다.

나는 의사가 되고 싶었다. 어렸을 때 '국경 없는 의사회' 책을 읽고 그곳에 들어가 활동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것이 어렵다는 것을 현실적으로 깨닫고 점차 현실과 타협하는 삶을 살면서

다른 사람에게 선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아주 작은 것이라도 실천하자는 생각을 했었다.


그것이 바로 내 주위 사람들에게 늘 웃으며 인사하기, 규칙 잘 지키기 등이었다.

대학교 때는 늘 꼬박꼬박 해왔던 것 같은데 요즘의 나는 어땠었지?


문득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바쁜 일상 속 하루는 기분이 좋지 않고 바쁘다는 핑계로 동료들에게 조금 더 친절할 수 있던 순간에 단답으로 이야기하고, 남편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고, 엄마의 전화를 피곤해하지 않았던가?

호구가 되지 말자는 것과 다른 사람에게 선한 영향력을 미치자는 전혀 다른 이야기임에도

그걸 혼돈하여 아무에게나 날을 세우고 뾰족하게 굴지는 않았던가?


나는 '그래도' 그들에게 친절하고, '그래도' 내가 생각했던 신념을 지켰어야 하지 않았나?


-


가장 어려운 인간관계로 요즘 많이 기운을 빼앗기고 있다.

시가와 직장 상사.

얼마 전 다녀온 시가에서 또 다른 에피소드가 생겨서 잔뜩 날카로워져 있다.

곧 있을 조직 개편에 메신저 하나하나가 조심스럽고 메일 하나에 그날 기분이 왔다 갔다 한다.

난 '그래도' 지켜야 할 것이 있을까.

내가 더 현명한 사람이 되기 위해 '그래도' 해야 할 것이 있을까.


조금 더 현명해지기 위해 난 오늘 무엇을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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