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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미아 Sep 28. 2020

첫 데이트

결혼을 정하고, 첫 데이트를 했다.


그는 1년이 넘도록 우리 집 살고 있는 방위병 하숙생이었다. 우리 집은 충청도 큰 공장 한 귀퉁이에 세 들어 매점을 했는데, 그렇게 넉넉지 않은 집이라 남는 방에 하숙을 치고 있었다. 어렸을 때 몸이 아파 나이가 남들보다 두 살은 많은 늦깎이 중학생이던 나에게 군인은 다 아저씨라서 관심도 없었다. 그냥 아침마다 쭈리하게 군복 입고 출근하기 전에 아침 먹을 때나 한두 번 봤던가.



그러다 어느 날엔가 나랑 같이 학교를 다니던 친구가 말했다.

있잖아, 너희 집에서 사는 그 아저씨 눈이 부리부리해서 엄청 잘생겼더라. 까르르...

그랬던가? 기억이 안 나네...


나도 그 당시 동네마다 있던 대표 이쁜이, 미스코리아라고 불리기도 했거니와 주말마다 열심히 나가던 교회에서도 인기 좀 있는 편이라, 나에게 크게 관심 없는 사람은 나도 관심을 주지 않는 도도한 소녀였다.



그리고 그렇게 시간이 흘러 내 친구들이 고등학교 다니던 때, 나는 뒤늦게 중학교를 졸업반이 되었다. 그리고 그 직후, 예상치도 않게 인생의 큰 결정을 해야 할 시기가 남들보다 훨씬 빨리 왔다. 넉넉지 않은 집안이라 진학은 말 그대로 남의 이야기가 되었고, 나에게 남은 옵션이라고 하는 것은 그야말로 남의 집, 아니 서울 부자 친척집에 일하러 들어가거나, 아니면 그냥 독립하거나... 나와 같이 자란 사촌들이 있는 집에 일하러 들어가기엔 나의 자존심이 허락치가 않았다. 다른 뾰족한 방법이 없었던 나는 그냥 독립하기로 했고, 독립을 하는 방법은 결혼밖에는 없었다. 때마침 주변의 친척 어른들은 나에게 그 하숙생 아저씨는 어떠냐고 넌지시 물어보았다.



그렇게 갑자기 나는 그 아저씨와 결혼을 생각해보게 되었다.

5살 차이 난다고 하는 얼굴이 그냥 부리부리한 그 아저씨. 범수.



우선은 결혼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지만, 나는 확신이 없었다. 나의 선택지가 많지는 않았지만, 주어진 선택지가 제대로 것이길 바랬다. 뭐 연애라고 할만한 사건 없이 그냥 데면데면한 몇 주가 더 흘러갔다. 그러다 서울에서 아기를 낳고 몸 풀러 온 이모를 다시 서울까지 모셔다 드려야 할 일이 있었고, 군인이면서 또 운전일을 하는 범수 씨가 모셔다 드린다고 했다.


"같이 갈래요? 돌아오는 길이 심심할 것 같구..."

"방학이니까, 심심하고 그러죠 뭐."



서울에서 돌아오는 길이었다. 지금과는 달라 차로 네 시간은 족히 와야 하는 길이었다. 둘이 오는데 휴게소에 들러 콜라를 샀다. 나는 콜라 안 좋아하는데... 달고 목이 따끔한 그 느낌이 싫었다. 한 손에 콜라를 들고, 조수석에 앉아 창밖을 보면서 시원한 바람을 쐬고 있었다. 막 시작한 여름이라 멀리 보이는 산이 짙은 초록이었다. 날씨 참 좋다.



아저씨가 나를 보더니 자기 옛 여자 친구들 이야기를 해준다. 어른의 연애 이야기는 이제 곧 20살을 앞둔 나에게 너무 재밌다. 그런데 이야기가 영 행복하게 끝나는 이야기가 없다. 자기가 짝사랑하던 연상 누나에게 고백하고 한동안 돈 뜯긴 이야기, 그 누나가 다른 착한 누나 소개해준 이야기. 더 어렸을 적 짝사랑하던 또 다른 누나 이야기, 그 누나의 여동생이 저돌적으로 좋아한다고 표현하던 자매를 둘러싼 삼각관계.

이 남자 뭐지, 연상 취향 짝사랑 전문인가.



4시간의 즐거운 데이트,

쏟아내듯 공유한 그의 솔직한 과거 이야기에, 꽤 순수하고 좋은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열심히 사는 그 아저씨는 꽤 재밌고 까무잡잡하지만 준수한 외모의 고작 22살의 범수 씨다. 그리고 몇 달이 지난 나의 졸업식 그는 멋대가리 없게도 바지 하나를 사서 졸업 선물이라고 쓱 내밀었다. 꽃도 한송이 없이.







내가 그녀를 만난 것은 내 방위 시절 잠깐 살던 하숙집이다.

그 말라비틀어진 하얘 가지고 얼굴만 통통한 그 아이는 한번 와서 밥 먹으란 소리 한번 안 한다. 그렇게 인사 한번 하기 어렵다. 어린 게 아주 싹수가 노랗다... 그런데 꽤 예쁘다.



<2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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