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ear Jade Jan 11. 2020

Dear.Jade_사실 모금전문가가 되고 싶었다.

but, 사실은 겁/욕심이 많았다.



더 나은 족보책을 만들고 싶어서 고민하던 시기에, 

책 한 권을 우연히 읽게 되었는데, 그 책이 바로, 박원순 현 서울시장님의 '희망을 심다'라는 책이었다. 


책 내용 중에 '모금전문가'라는 직업이 소개되었는데, 나에게는 가히 충격이었다.


'세상에 이런 직업이 있다니..!'

저자의 말에 의하면 심지어 유망 직종이라고 했다. 

지금에서야 우리나라도 비영리기구나 국제개발 분야가 많이 발전해서 꽤나 알려졌지만, 2011년도에 읽은 책이니 그때는 정말 생소할 수밖에 없었다. 

책을 다 읽고 '모금전문가'에 대해 내가 내린 정의는, 딱 비영리 상품과 서비스를 파는 마케터였다. 

마케팅을 공부하던 나는 단번에 사랑에 빠져 버렸다. 전공도 살리면서 사회에 좋은 일도 할 수 있다니!

그 길로 희망제작소에서 진행하는 '모금전문가학교 4기' 과정을 덜컥 신청해버렸다.




모금전문가학교 과정은 약 9주 차에 걸쳐 팀별로 수업이 이루어졌다.  

각 팀들은 팀원들끼리 나눈 문제의식에 따라 스스로 모금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모금활동까지 실행에 옮겨야 했다. 그리고 9주 동안 최종 모금한 금액을 실제 기부하는 것으로 마무리되는 과정이었다. 그 과정에서 매주 팀원들과 만나 회의하고 또 특별 강연을 들어가며 모금과 관련한 기획, 마케팅, 세무 등을 학습해 나갔다. 

여담이지만 팀에서, 아니 이 과정에서 나는 막내였다. 그래서인지 함께하는 기수분들의(보통은 아빠, 엄마, 이모뻘이셨다) 사랑을 듬뿍 받을 수 있었다. 이 과정에 참여하신 분들은 실제로 비영리단체나 국제기구 등에서 실무를 보시는 선생님들이셨기에, 나 또한 선생님들을 졸졸 따라다니며 동경하고 하나라도 더 배우려 애썼다. 


그러나 과정을 겪어 나갈수록 한 가지 생각이 진하게 들었다. 

'돈이랑은 멀어지게 되겠구나.'

수많은 현업 선생님들을 만나 뵙고 보니, 현실적으로 힘든 생활을 하시는 분들도 꽤 많이 보였다. 

그분들은 스스로가 세운 사명감을 쫓아 살고 계셨다. 분명 존경스럽고 행복한 삶이시겠지만, 젊은 나는 좋은 일도 하면서 돈도 많이 벌고 싶었다. 그러나 모금전문가라는 일을 돈벌이로 접근하는 순간부터는 이 일이 고되고 미울 것만 같았다. 

끊임없이 내게 반문했다. 

'나는 NGO 분야에서 모금 관련 일을 할 만큼, 돈이 풍족하지 않아도 내 일을 사랑할 만큼, 누군가를 돕는 일에 있어서 사명감이 있는 사람일까?' 


당시 대답은 '글쎄...'였다. 

스스로 반문했던 질문의 답을 결국 찾지 못했고, '돈도 많이 벌고 싶다'는 마음의 소리에서도 자유롭지 못했다.

그렇게 대답을 유보한 채로 나는 세계여행을 하며 자원봉사를 해보려 떠났다. 답을 찾는다는 명목 하에 행해진 일종의 도피 여행이었을지 모른다.  


지금은, 사명감 외에도 밥벌이의 숭고함 역시 존중받아야 할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그 당시 나에게는 괜히 진지하고 심각한 고민 과소비였다. 

순수하면서도 어리숙했고, 열정에 끓어 넘치면서도 그 뜨거움을 쓸 줄 모르던 때였다. 








작가의 이전글 Dear.Jade_족보에서는 할머니를 말해주지 않는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