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ear Jade Jan 11. 2020

인도의 어느 사회적 기업가가 말해준, 행복이란

원 없이 자원봉사 활동해보려고 떠난 길바닥 여행기 (3)



“하섭아 '군제이'라고 알아? 상을 꽤 많이 받았네. 인도의 ‘아름다운 가게’라는데?”

인도 여행을 떠난다고 하니, 선배가 기사 하나를 보내주셨다. 아시아의 사회적 기업을 조명하는 기사였는데, 그 기사 속 군제이가 짧게 소개돼 있었다.

사실 처음에는 그다지 흥미롭지 않았다. 이미 영국의 옥스팜, 그 옥스팜을 벤치마킹해 만든 아름다운 가게 등 재활용 상품 회사의 사례는 여러 번 접했었기 때문이다.


다만, 그 장소가 ‘인도’라는 점에서 내 발길을 붙잡았다.

‘과연 영국과 한국도 아닌, 인도에서 사람들을 설득하고 버려진 물품을 모아 남을 돕는 일이 가능할까? 어렵진 않았을까? 도대체 어떤 동기로 이 일을 시작하게 되었을까?’

내 질문은 일이 아니라, 그 일을 해낸 인도판 박원순, '안슈 굽타'에게 향했다.

-

델리. 군제이 사무실.

‘사리타 비하르’ 역에 내려 릭샤를 타고 헤매기를 반복한 끝에, 드디어 J-93구역 군제이 사무실 문 앞에 섰다. “와, 안녕하세요! 한국에서 오신 분들이죠? 오시느라 수고하셨어요!”

작은 사무실 안에는 기사에서만 봤던 CEO '안슈 굽타'가 하얀 이를 훤히 드러내며 우리를 반기고 있었다. 잠시 담소를 나눈 뒤, 우리는 우선 사무실과 작업장 곳곳을 먼저 둘러봤다.


작업장에는 디자이너 아저씨께서 버려진 용품을 새롭게 디자인하셨고, 동네 아주머니, 할머니들께서 헌 옷을 분류하고 수선하는 등의 작업을 맡고 계셨다. 아주머니, 할머니께서는 한국에서 온 우리들이 신기하기도 하고 반갑기도 했는지, 웃는 얼굴로 반겨주었고 먼저 다가와 인사해주기도 하셨다.

그중 영어가 가능한 아주머니께서 우리에게 다가와 속삭였다.

“우리 모두 변변한 일자리도 없던 이 지역 사람들인데, 이 곳 덕분에 돈도 벌고 잘 지낸다우. 우리에겐 너무 고마운 곳이지.”

작업장에는 옷뿐만 아니라 각지에서 몰려온 학용품, 장난감, 생리대를 만들기에 필요한 천, 악기 등등 수많은 물건들이 모여 있었다. 생각보다 큰 군제이의 규모에 쉽사리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작업장을 한참 둘러본 후, 안슈 굽타의 방에서 오순도순 짜이를 함께 나눠 마시며 이야기를 이었다.

“정말 대단하세요! 도대체 처음 시작은 어떻게 하신 건가요?”

“음. 남을 위한 이 아이디어를 가지고 물고 늘어지니 주변에 사람들이 하나둘 함께 해주더라고요. 아이디어 하나와 67벌의 옷으로 시작한 이 일이 이렇게 성장을 했네요.”

“우와! 그래도 미래가 두렵진 않았나요? 어떤 특별한 동기가 있었던 거예요?”

“제가 도와준 사람들이 변하더라고요. 이 작은 아이디어 하나로요. 이렇게 변한 사람들이 미소를 짓고 행복해하는데 두려울 게 없었어요.”

변화된 사람들의 사진을 보여주며 그 역시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정말 멋진 동기네요. 그럼 시행착오는 있지 않았어요?”

“물론 있었죠. 도시 사는 남자들의 옷 사이즈는 보통 30~36 정도예요. 그런데 시골 남자들의 경우에는 28~30 정도죠. 빈부격차와 의식주 문제가 여기서도 드러나죠. 그래서 처음에는 그런 걸 모르고 보냈다가 곤란했던 적도 있어요. 여자들 ‘힐’ 같은 걸 받아, 쓰지도 못하는 산악지역 마을로 보내기도 했고요. 이제는 다 수선을 해서 보내죠. 하하”

마지막으로 질문 하나를 더 던졌다.

“살면서 언제가 가장 행복했나요?”

“음, 대답하기 어렵지만, 사람들을 변화시키고 행복하게 만들었을 때가 제일 행복해요.”  




포옹을 하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 설립자 ‘안슈 굽타’ 아저씨가 그렇게 부러울 수 없었다. 심지어 질투까지 났다. 누구나 좋은 아이디어를 생각해낼 수는 있지만, 머릿속 이상적인 아이디어를 현실로 데려 오는 사람은 많지 않다. 드물다. 그래서 부러웠다.

어디서 그만한 추진력이 나와, 지치지도 않았을까. 막상 이야기를 나누고 보니 안슈 굽타가 정말 보고 싶었던 건 꿈이 현실로 옮겨진 마지막 장면이 아니라, 자신의 꿈을 통해 조금이라도 다른 사람들이 변해가는 과정, 단지 그것을 보고자 했다는 생각이 든다. 

- 

꿈은 어쩌면 먼 미래의 결과를 쫒는 게 아니라, 순간순간의 행복을 좇다 보면 이뤄지는 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순간의 행복은 결국 사람들이 행복한 방향으로 나 또한 나아갈 때, 잡을 수 있지 않나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델리, 그곳에도 사람은 산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