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10-18 바라데로
바라데로는 쿠바에서 유명한 휴양지 도시이다. 인근 국가 멕시코 칸쿤과 함께 비교되는 유명한 휴양 도시로, 대부분 리조트가 올인클루시브 리조트라서 아주 환상적인 휴가를 즐길 수 있다. 올 인클루시브라는 개념은 처음 들어보았지만, 정말...쩌는 개념이었다.
바로 숙박비에 모든 시설 이용료 (별도 체험비 등 불포함)가 포함 되어있다는 점!
그리고 쿠바라서 그런지 이런 이점에 비해 숙박료가 생각못할 만큼 저렴하다는 것이 엄청난 장점이었다.
그래서 수영장 인근에 있는 매점에서 간식이 모두 무료고, 술이 무제한. 특히 칵테일이 그렇게 종류가 많은데 그게 다 무제한 제공이었다. 이 어찌 행복하지 않을 수 있을까.
게다가, 리조트 내부도 엄청 넓다.
우리가 갔던 리조트만 그랬는진 모르지만 대부분 독채처럼 여기저기 건물이 놓여 있으면 그 중에 우리 건물 번호, 방 번호가 맞는 곳을 찾아 들어가는 식이었다. 체크인 하며 보인 수영장의 모습에 행복해 하며 짐을 풀자마자 수영장으로 모여 설레는 마음으로 바에 가서 칵테일과 음식을 주문해 보았다. 나중에 추가 금액이 붙으면 어떡하지..? 하는 소심한 걱정과 함께 주문을 하자, 별도로 뭔가를 적어놓는 것도, 몇 호안지 물어보는 절차 없이 음식과 칵테일을 내어주는데, 이 어찌 훌륭한 기분이 들지 않을 수 있을까!
심지어 이 여행을 남의 돈, 회사 돈으로 온 건데 이 어찌 짜릿하지 않을 수 있을까.
한국과 지구 정 반대에 있어서 그런지, 한국은 찬바람이 휭휭 부는데 이곳의 공기는 후덥지근한 공기가 아직 대기를 채우고 있어 수영장에 들어가 물장구 치기엔 완벽한 날씨였다. 해는 쨍쨍하고 공기는 후덥지근하고, 물은 적당히 서늘하고. 바람도 살랑살랑 불고, 음식과 음료가 무제한이고.
수영장에 들어가 튜브를 끌어안고 물 위에 떠다니며, 이 날을 위해 미리 준비해 둔 고무 텀블러를 같이 옆에 띄워놓고 동동 떠 다니다가 텀블러에 담긴 칵테일을 마시자니 이곳이 바로 천국이다 싶고, 이제서야 비로소 이런 곳에 여행 올 기회를 준 우리 회사가 일류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우리가 하도 신나게 놀았는지, 아니면 이 리조트를 통틀어서 아시안은 우리밖에 없어서인지 우리와 같은 풀에서 노는 사람들이 우리에게 어디에서 온 애들이냐고 물었다. 그래서 한국이라고 말 하자, 남한인지 북한인지 궁금해 하더라. 전에는 이 질문을 받으면 어이없어 했지만, 쿠바에는 남한 대사관은 없어도 북한 대사관이 있어서 그러겠지 하는 마음에 남한이라고 곱게 (?) 답 해줬더니 자기들끼리 내기를 했나보다 누군가는 박수를 치고 누군가는 아쉬워 하는게 보였다. 기분이 살짝 나빠지려 했지만, 그냥 기분이 좋고 재밌었기에 잠시 멈칫 하고는 그냥 무시하고 놀기로 했다. 마 이게 바로 한국의 흥이다. 느그들은 이렇게 못놀꺼지? 우리가 그렇게 신나게 놀지 않았으면 궁금해 하지도 않았을거지?
한참을 놀다 보니 어느새 해가 어스름하니 지고, 풀 근처에 놀던 사람들은 다들 숙소로 하나둘씩 들어가기 시작했다. 처음엔 적당히 서늘하고 따스했던 풀장의 물도 슬슬 차가워지기에 우리도 숙소로 돌아가 물기를 씻어내고, 물속에서 한참 첨벙거려 배고파진 위에 뭔가를 채워주자고 다시 식당으로 모였다.
뷔페식으로 운영되는데다가 꽤나 가짓수가 많아서 정말 신나게 먹었던 것 같다. 스테이크 혹은 생선도 구워 주는데다가, 갑자기 노래소리가 커진다 싶었더니 갑자기 음식 서빙하시던 분과 조리해 주시는 분이 춤을 신나게 추는게 아닌가. 다른 나라의 호텔에서 이런걸 봤으면 쇼네. 쇼야. 라고 생각을 했을 텐데 쿠바라 그런지 약간 인위적인 부분이 없잖아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큰 이질감이 안들었다. 그냥, 쿠바니까.
아마 지금 생각하기로는, 바라데로의 리조트 직원들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받는 팁이 부가적인 자신들의 생계수단이기에 서비스를 받으면 팁을 줘야한다고 하기에, 이렇게 작은 공연 (?) 을 보여준 후 팁을 받는게 아니었을까 싶지만, 아바나와 트리니다드를 거치며 음악과 춤이 그들의 삶에서 차지하는 부분이 얼마나 큰지를 느끼고 왔던 우리에겐 그저 쿠바의 한가지 삶의 모습이라고 생각하고 박수 치고 음식을 먹으며, 이 밤을 즐기기에 바빴다.
저녁 식사를 한 후 바로 숙소에 들어가서 잠들기 아까웠던 우리들은 로비가 있는 메인 건물에 가서 와이파이를 하며 이 즐거움을 한국에 있는 사람들한테 자랑하는게 어떻냐는 누군가의 말에 격한 동의를 표하며 메인 건물에서, 이제까지 쿠바를 여행하며 겪은 와이파이존 중 가장 시원하고 편안한 곳에 자리를 잡고 그 근처에 있는 바에서 받아온 칵테일과 함께 핸드폰을 하며 sns중독자의 면모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데, 어디선가 또 음악소리가 들렸다.
한국이나 다른 곳에서 갑자기 음악소리가 들렸으면, 어디서 또 뭔가 하는갑다 하고 말았을테지만, 이곳은 쿠바라서였을까, 어느새 쿠바 사람들의 음악에 몸이 익숙해진 일행들이 음악을 더 자세히 들으러 가보자고 다들 자리를 일으켜 피리부는 사나이를 따라간 아이들 처럼 음악소리를 따라가니, 윗 층의 테라스에서 들리는 소리였다.
테라스에 앉으니 더이상 와이파이는 잡히지 않아 아쉬웠지만, 이런 로맨틱한 밤에 더이상 핸드폰에 의존하며 타인과 연락을 하려 연연하기 보다는 그냥 이 밤을 즐기고 싶어졌다.
쿠바에서 내가 느낀 것 중 가장 좋은 것은 핸드폰에서 울리는 알람에 관심이 없어진다는 것 이었다. 내가 한국에 있을 때는 핸드폰에 울리는 카톡 알람, 메일 알람, 전화 등 쉬지않고 핸드폰을 울리는 다양한 나를 향한 소식에 신경이 날카로워졌었으나 쿠바에 오니 그런 연락을 가능하게 하는 인터넷이 터지지 않아 자연스레 핸드폰이 조용해졌고, “쿠바라서” 인터넷이 잘 안돼요. 여긴 지구 반대편이잖아요. 라는 특수한 변명까지 생기니 더할나위 없이 휴식을 즐길 수 있었다. 나 역시도 처음에는 연락 없는 핸드폰에 어색해하며 주머니에 넣어둔 핸드폰에서 약간의 진동이라도 울리면 예민허게 헨드폰 화면을 확인했지만, 딱 하루가 지나고 나니 핸드폰은 아예 가방 속에 들어가게 되었다. 사진을 찍거나, 맵스미로 지도를 찾을 때 빼고는.
이게 바로 내가 쿠바에서 느낀 또 다른 좋은 점 이었다. 핸드폰에게 무심해진 다는 것. 그리고 핸드폰 속에서 볼 수 없고 경험 할 수없는 많은 예쁘고 내 감각을 자극하는 것들이 당장 내 눈앞에서 나의 관심을 끌고 있었다. 내 스마트폰 중독이 쿠바에 가니 싹 치유되는 것 같았다.
핸드폰이 사라지니, 시간이 가는게 아쉬울 만큼의 낭만적인 밤과 분위기만 남아 나의 감각을 빼곡하게 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