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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역마살아임더 Oct 05. 2020

8. 같은 지향점을 바라보는 사람들과의 울릉도 여행

울릉도 4일차, 동행 여행

* 이 글은 지난 4월 말, 한국에선 코로나가 종식되는 줄로만 알았던 그 시기의 여행입니다.

* 사회적 거리두기, 개인 방역을 매우 철저히 준수합니다




육지로 돌아가는 사람들의 짐을 수원에서 온 동생의 차에 싣고 숙소에서 차로 1분거리인 예림원으로 향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나는 상당히 얼떨떨한 상태였다. 이제까지 여행을 한두번 한게 아닌데 여행을 하며 꽤나 많은 처음 보는 사람들과 같이 다니는다는게 생소한 일 이었기 때문에. 이상하게 내 성격은 상당히 아싸에 가까운데 사람들은 늘 나를 인싸 성격으로 보았다. 왜였을까. 나는 어딜 가더라도 눈에 띄고싶어하기 보다는 조용히 있는듯 없는듯 하는 것을 즐기는 사람인데. 아 물론 타고난 관종끼는 어쩔 수 없는거지만, 처음 보는 낯선 타인에게 말 거는것도 잘 하지만 조용히 상황에 묻어가고싶어하는 욕망이 8, 눈에 띄고싶어하는 마음이 2 정도라고나 할까. 이 글을 또 내 지인들이 보면 웃기지말라며 연락오겠지.


그렇지만 스스로 느끼는 나는 적어도 여행에 있어서만큼은 조용히 여행하는것을 즐기는 편 이었다. 그래서인지 이 상황이 매우 얼떨떨하지만 굳이 피하고 싶은 마음도 없고, 처음인 경험인 만큼 정성껏 즐기기로 마음을 먹었다.





울릉도의 예림원은 수목원으로 바다 절벽에 위치하여 해안가를 구경할 수 있는게 매우 큰 장점인 수목원이었다. 대전에서 온 언니가 본인이 이 예림원을 못가봤다고 하여 사람들이 왔던 곳이었는데, 아침에 거의 오픈하자마자 와서 그런지 사람이 없었다.



그도 그럴것이, 우리는 새벽 네시부터 일출보는 것을 시작으로 움직였기에 체감상 오후 12시쯤은 된 것 같았으나, 실제로는 아홉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울릉도에 와서 푸르른 것은 울릉도 그 자체, 그리고 울릉도를 감싼 푸른 바다였는데 이렇게 수목원까지 푸르른 것을 보니 일부가 모여 전체가 되고 전체가 조화롭기가 어렵다 라는 말이 갑자기 생각났다. 그래서 울릉도는 푸른 것들이 모여 푸르른 섬이 되었고, 상당히 그 푸르름이 싱그럽고 건강해보인다 싶었던 장소였다.


푸른 것은 울릉도를 여행하며 한참 봐서 그런지 별 감흥이 없어 뒷짐을 지고 예림원을 걸어다니는 중이었는데 예림원을 와 봤던 사람들이 갑자기 절벽을 가리키며 저길 가야한다고 했다. 절대 못간다, 나를 왜 산행을 시키냐며 자리에 드러누울 준비를 했으나, 얼마 안간다는 사람들의 꼬임에 넘어가 절벽을 올라갔다

(실제론 계단이라 쉽게 올라갑니다)



그리고 절벽의 끄트머리에 서자, 올라오길 잘했단 생각이 들었다.



투덜투덜 거리던 내가 바다를 보고 우와- 거리고 있자 여길 끌고 올라왔던 사람들이 거봐 거봐 이 예림원은 이 풍경을 보러 오는거거든 하면서 뿌듯해 했다. 그 말은 귀에 들리지도 않을 정도로 푸른 바다가 눈앞에 너르게 펼쳐지자, 왜 사람의 시야는 이렇게 좁을까 싶을 정도로 이 바다의 끝을 한눈에 담고싶단 생각이 들었다. 물론 어려운건 알지만.



푸른것은 울릉도의 바다요, 하얀것은 파도이니라



다들 옹기종기 전망대에 모여 바다를 바라보고 있자니 바람도 안불었다. 누군가가 오늘 독도 들어가는 배는 잘 들어가겠다며 얘기를 꺼냈다. 그러자 그 무리에 다섯명이 있었으나 두명만 독도에 다녀왔단 사실이, 심지어 두명은 전날 티켓을 예매했다가 취소했다는게 다시 생각나서인지 독도를 못갔어 독도를! 하며 아쉬워하는 사람들을 뒤로하고, 잠시 웃었던 것 같다.


전날 독도 티켓을 예약했다가 취소했던 두 사람은 독도에 배가 들어갈 시간에 내가 추천했던 호랑약소플라자에 가서 약소를 구워먹었다고 한다. 독도와 맞바꾼 약소의 맛은 정말 맛있었지만 다시 그 순간이 온다면 약소가 아닌 독도행 티켓을 택하겠다며 두고두고 아쉬워하는 언니를 보며, 다음번엔 꼭 들어가길 바랬다.

(하지만 최근 태풍으로 인해 독도 선착장이 무너져 당분간은 독도 접안이 어렵다고 한다...또르륵)



마지막으로 이 드넓은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으며 깨달았다. 내가 이 사람들이랑 울릉도를 매개로 처음 만났는데 재밌게 놀 수 있는 이유. 바로 사진에 진심이라는 점 때문이구나 싶었다.

보통 처음 만나는 사람이 사진을 찍어줄 때면 누구나 뻣뻣해지기 일쑤다. 내가 익숙하게 느끼는 사람 앞에서 우리는 더 풀어지기 마련이고, 그래서 애인이 찍어준 내 사진이 가장 예쁘다고 사진학 개론을 배울 때 교수님은 말씀하셨다. 누구나 카메라 앞에 서면 딱딱해지고 굳어버리기 일쑤라고. 그런데 이 사람들은 처음 만난 사람 앞인데도 상당히 진심으로 사진을 찍어주길 바라며, 또 찍히는 사람이 만족할 만큼 진심으로 사진을 찍어줬었다.


이렇게 사진에 진심인 편


이런 공통점 때문일까, 이 사람들이랑 더 쉽게 친해진 느낌이었다. 처음 만났을 때에도 그 바람이 몰아치던 밤, 나가서 별을 보러 가자더니 모두 돌아가며 사진 한장씩 건져야 한다며 장기가 쏠리는 느낌이 들던 강풍 속에서 사진을 찍겠다고 바람에 떨리는 몸을 하고는 방파제 위에 섰고, 그 사람을 찍어주겠다며 바닥에 엎드리고, 카메라 든 손을 다른 손으로 지탱하며 사진을 찍어줬다.

아마 그런 점 때문에 사람들이 더 빠른 시간안에 친해지지 않았을까.


나중에 모두의 여행이 끝나 다시 육지로 돌아온 이 사람들과는 그 후에도 몇번을 더 봤다. 따로 본 사람들도 있고, 단체로도 두번 정도 만났었다. 그 중 한번은 은하수를 보려 모두 일정을 맞춰 여행을 했었는데 체감상 2박 3일인데 실제론 1박2일인 정말 하드한 일정이었다. 개인적으로 나는 매우 빡빡한 일정의 여행도, 여유롭게 즐기는 여행도 즐기는 편 이지만, 빡빡하게 일정을 짜서 움직일 경우 내 체력과 일정을 따라올 수 있는 사람이 드물었었다. 그런데 이 사람들과는 그 빡빡함이 두배가 되었다. 이 사람들 모두가 나와 같은 “기왕이면 하나라도 더 봐야지” 라는 마음가짐으로 여행을 대하는 사람들이었기 때문 아닐까. 어떤 한 가지 주제에 있어 같은 지향점을 바라보고, 같은 생각을 가진다면 만난 시간이 뭐가 중요하겠는가, 그냥 그 순간을 즐기면 되는거지.




예림원에서 내려오니 어느새 열시. 육지로 떠나기 전, 누군가는 스쿠버다이빙 샵에 가서 장비를 실어와야했고, 누군가는 렌트카를 반납해야하고, 각자의 할 일이 많았다. 육지에 나가는 배가 오후 한시, 두시에 있었던 만큼 모두의 일정을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나서 함께 점심을 먹고, 마지막으로 카페에 가고 나니 어느새 한시였다.


갑자기 tmi) 저동항의 이레커피에선 울릉도에서 탈 오토바이 대여 가능! 가격도 저렴하고 오토바이 대여는 거의 이곳이 유일


사람들을 각 항구로 내려주고 나서 남은건 나와 수원 동생 둘 뿐이었다. 차에 마스크 두고 내린 사람 때문에 다시 항구로 달려가는 등 우당탕탕 마지막을 보내고 나서 다시 차에 타니 기분이 묘했다.


정말 친절한 게스트 하우스를 운영하는 형제가 정신없이 사람들을 전부 항구로 샌딩 해 주고 나서 숙소로 돌아가는 기분이랄까. 뭔가 엄청 시끄러웠던 차 안이 갑자기 조용해지자 기분이 이상했다. 나만그런가? 라고 입밖으로 소감을 내뱉자 저는 명절에 친척집 갔다 돌아오는 기분이에요 누나. 라고 답변이 돌아왔다. 동시에 이 왁자지껄 시끄럽다가 갑자기 고요해진 이 적막감을 느끼고 비슷한 감상을 말할 수 있나? 같이 웃음이 나왔다. 그리고는 어딜 가고싶냐는 동생의 말에 난 아무곳도 가본곳이 없다. 그냥 너 가는대로 따라가겠지만 나리분지? 라고 하자 갈 곳 정해놓고 돌려말하지말라더니 차는 천부로 향했다.


울릉도에서 처음 시작하는 관광(?)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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