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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현주 변호사 Jun 16. 2024

한국자산관리공사로부터 돈을 갚으란 연락을 받았다.

추후보완항소의 기산점?


봄씨는 오래전 신용카드를 연체하여 할부금이 쌓여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 이후 채무조정을 통해 남김없이 정리를 했다고 믿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한국자산관리공사에서 채권 추심을 인계받은 기관으로부터 갑자기 전화가 온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미 십 년도 전에 밀려있던 신용카드 할부대금이 이자가 쌓여 수천만 원이 되어 있고, 이에 대하여 갚지 않으면 봄씨 소유의 부동산에 경매 신청을 한다는 것이다. 


" 아니, 경매를 하려면 확정 판결이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 


황당한 마음에 물어보니, 봄씨도 모르는 '확정 판결'이 있다고 한다. 봄씨는 지금까지 소장을 받은 적도 없고 관련된 내용의 안내를 받은 적도 없는데 어떻게 '확정 판결'이 있을 수 있느냐고 되물었다. 그러자 기관에서는 법원과 사건번호를 불러주었다. 그게 벌써 일주일 전이다. 대충 알아보니 수년 전 한국자산관리공사에서 봄씨를 상대로 지급명령신청을 한 것이 맞고 봄씨가 그 당시 수차례 이사를 다녀서 공시송달로 판결을 받았다고 한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봄씨는 며칠 뒤 법률사무소 봄을 찾아왔다.


" 변호사님, 이거 방법이 없을까요? 나는 판결이 있는지도 몰랐는데, 지금이라도 전화를 해서 좀 깎아달라고 해 볼까요? " 


법률사무소 봄 정현주 대표 변호사 '생생정보마당' vcr 촬영 중


봄씨는 현재 자신 명의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어 언제든 부동산에 경매가 들어올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었다. 나는 나의 사건 검색으로 통해 한국자산관리공사가 봄씨를 상대로 제기한 '지급명령신청'이 공시송달로 진행된 것을 알고, 추후보완항소로 이를 다퉈볼 수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 


"선생님, 다행히 공시송달로 확정된 사건이라, 2주 이내에 추후보완항소를 제기하여 법적으로 소멸시효를 주장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 


추후보완항소는 당사자가 모르는 판결이 있었을 때, 공시송달의 방법에 의하여 송달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때부터 2주 이내에 제기할 수 있다. 법원에서는 피고가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인하여 불변기간을 준수할 수 없었던 때에 해당하면 추후보완항소를 할 수 있도록 구제방안을 마련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봄씨가 기관으로부터 사건번호 및 법원을 알 수 있도록 통지를 받은 것은 이미 2주가 지나버린 상황이다. 기관에서는 그 사실을 알고 '봄씨가 이 사건 판결을 알게 된 것이 벌써 2주가 지났다. 추후보완항소를 할 수 없다. '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고 한다. 


법원의 입장은 어떨까?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 소장 부본과 판결정본 등이 공시송달의 방법에 의하여 송달되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는 과실 없이 그 판결의 송달을 알지 못한 것이고, 이러한 경우 피고는 그 책임을 질 수 없는 사유로 인하여 불변기간을 준수할 수 없었던 때에 해당하여 그 사유가 없어진 후 2주일 내에 추완항소를 제기할 수 있다. 여기에서 ' 사유가 없어진 후'라고 함은 당사자나 소송대리인이 단순히 판결이 있었던 사실을 안 때가 아니고 나아가 그 판결이 공시송달의 방법으로 송달된 사실을 안 때를 가리키는 것이다. 그리고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통상의 경우에는 당사자나 소송대리인이 그 사건 기록을 열람하거나 또는 새로이 판결정본을 영수한 때에 비로소 그 판결이 공시송달의 방법으로 송달된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1. 5. 26. 선고 2011다 19430 판결 등). '라고 판시하고 있다. 


봄씨와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여름 씨는 어느 날 자신의 통장에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았다는 연락을 받게 되었다. 제3채무자인 은행에 알아보니 ' 법원의 요청으로 계좌가 압류되었다. '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받게 되었다. 그 문자에는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의 사건번호, 한국자산관리공사라는 채권자명도 기재되어 있었다. 여름 씨는 이 문자를 받게 된 지 2주일이 지나 판결정본을 영수한 후 추완항소를 제기하였는데, 채권자 측에서는 여름 씨가 문자 메시지를 받은 것이 이미 2주가 지났다는 사실에 집중하여 이를 걸고넘어진 것이다. 결국 대법원까지 다툼이 지속되었다. 그렇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통상의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 것이 어떤 경우인지를 좀 더 살펴보자. 



' 다만 피고가 당해 판결이 있었던 사실을 알았고 사회통념상 그 경위에 대하여 당연히 알아볼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경위에 대하여 알아보는데 통상 소요되는 시간이 경과한 때에 그 판결이 공시송달의 방법으로 송달된 사실을 알게 된 것으로 추인하여 그 책임질 수 없는 사유가 소멸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할 것이지만(대법원 1999. 2. 9. 선고 98다 43533 판결 참조), 이 경우 ' 당해 판결이 있었던 사실을 알게 된 것 '과 더불어 ' 판결의 경위에 대하여 알아볼만한 특별한 사정 '이 인정되어야 함은 판결의 취지상 분명하다. 


따라서 당사자가 다른 소송의 재판 절차에서 송달받은 준비서면 등에 당해 사건의 제1심 판결문과 확정 증명원 등이 첨부된 경우에는 위의 특별한 사정을 인정할 수 있고(대법원 2018. 9. 13. 선고 2018다 25670 판결), 제1심 판결이 있었던 사실을 알게 된 후 그 대처방안에 관하여 변호사와 상담을 하거나 추완항소 제기에 필요한 해외 거주 증명서 등을 발급받은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대법원 2001. 1. 30. 선고 2000다 1222판결 참조). 


그러나 유체동산 압류 집행을 당하였다는 등의 사정만으로는 위의 특별한 사정을 인정하기 어렵고(대법원 2019. 9. 9. 선고 2019다 217179 판결 참조), 나아가 채권추심회사 직원과의 통화 과정에서 사건번호 등을 특정하지 않고 단지 "판결문에 기하여 채권추심을 할 것이다."라는 이야기를 들은 경우에도 당해 제1심 판결이 있었던 사실을 알았다거나 위의 특별한 사정이 인정된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19. 12. 12. 선고 2019다 17836 판결 참조). '  


즉, 봄씨의 경우처럼 단지 사건번호 및 법원을 불러준 정도의 상황으로는 추완항소의 2주일이 경과하였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의 입장인 것이다. 봄씨는 판결 정본을 받아 2주일 이내에 무사히 추후보완항소를 제기하였다. 이제 한국자산관리공사를 상대로 한 길고 긴 소송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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