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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현주 변호사 Jul 01. 2024

이혼의 원인을 모두 상대방 탓으로 돌리는 경우

남양주이혼전문 정현주 변호사



이혼 소송을 진행하다 보면 많은 배우자들이 이혼에 이르기까지의 원인을 모두 상대방 탓으로 돌리는 경우를 많이 본다. 또한 심한 경우에는 ' 엄마가 다 잘못해서 아빠가 이혼을 하게 되었다. ' 라며 아이들에게 이혼 과정뿐만 아니라 이혼 후에도 지속적인 가스라이팅을 하기도 한다. 



물론 부부 싸움을 하다가 욱하는 마음에, 또는 화가 나서 마침 그 자리에 있는 아이들에게 자기편을 들어달라는 마음에 한두 번 정도 ' 엄마(아빠)가 잘못해서 헤어진 거야. '라는 이야기를 할 수도 있겠다(잘 했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하지만 어떤 배우자의 경우에는 이혼소송 내내 정말로 자신이 이혼을 하는 이유가 모두 상대방에게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자신은 오로지 피해자라는 절대적인 믿음을 가진다. 이런 종교적인 믿음은 당연히 어떠한 자기반성도 하지 않으며 바뀌지 않기에, 상대방으로 하여금 질리는 마음만 들게 한다. 



한편 부모의 이런 원망하는 마음을 아이들이 모를 리 없다. 그런데 정말로 그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아이들도 엄마나 아빠 한 쪽만 무조건 잘못했다고 생각하게 될까? 




정현주 변호사 mbn 생생정보마당 '생생법률상담소' vcr 촬영 중


결혼의 과정을 떠올려보자. 



서로 좋아하게 되는 마음은 생각보다 여러 가지 과정을 거친다. 처음에는 상대방에 대한 호감으로 시작되지만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은 강한 자기 긍정을 느낄 때 발현되기도 한다. 다시 말해, 어떤 사람을 좋아하면서 나 스스로를 좋아하게 되는 것이다. 그것은 나 또한 상대로부터 사랑을 받아서 일 수도 있고, 아니면 내가 누군가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과정에서 나 스스로를 좋아하게 되는 경우도 있으며, 그 상대랑 함께 있음으로 인해 좋은 느낌을 받아서일 수도 있다. 이처럼 사랑은 많은 과정을 거쳐 깊어진다. 결혼을 하고 함께 살면서 더욱 사랑하게 되는 마음도 당연히 상대방에 대한 이해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반면 헤어짐은 어떠할까? 



헤어짐의 과정도 물론 다양한 과정을 거친다. 특히나 부부라는 연을 맺었다가 이혼으로 가는 결정은 오죽할까, 모든 관계에서 한 쪽만이 잘못하는 경우는 당연히 없다. 물론 외도, 폭력 등 일방이 크게 잘못한 이유로 한 번에 이혼을 결정하게 되는 경우도 있겠지만, 의외로 많은 부부들이 한 번의 외도, 한 번의 폭력으로 바로 이혼을 결정하지는 않는다. 모든 만남과 이별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듯이 부부의 연이 끊어지게 되는 것은 나 스스로의 원인도 존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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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한 쪽 당사자가 일방적으로 잘못했다고 주장하는 배우자의 경우, 그가 그렇게 주장하는(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 번째로 회피하는 마음을 들 수 있다. 어떤 결과가 있고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데 그것을 회피하고 싶은 경우, 사람들은 주로 남 탓하는 마음을 가지게 된다. 특히나 이혼이란 당연히 무척 큰 책임이 따르기에 어쩔 수 없이 그 결정을 받아들인다고 하더라도 결과에 대한 회피를 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이런 경우 일부라도 나의 잘못으로 이런 결과에 이르게 되었다고 인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주로 ' 나는 잘못이 없고 상대방의 잘못으로 인해 헤어지게 되었다. '라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두 번째로는 자격지심(인정욕구)을 들 수 있다. 비록 이혼에 이르게 되었지만 상대방 배우자가 경제적이든 정신적이든 무척 어려운 상황인 경우에는 이혼의 원인을 상대방의 잘못으로 돌리기 어렵다. 하지만 상대방이 나보다 여러 가지 면에서 좀 더 나은 상황이거나 또는 내가 그보다 못한 상황이라고 생각하는 경우 모든 책임을 상대방 탓으로 돌리고 싶다는 생각을 쉽게 가진다. 그렇게 생각하는 마음의 저변에는 ' 내가 이렇게 고생했지만 지금까지 인정을 받지 못했다. '라는 마음이 깔려있다. 때문에 '상대가 잘못했고 나는 잘못이 없다 '라는 생각을 가지고 주위에 말을 하여 다른 사람으로부터 좀 더 인정을 받고 싶은 것이다. 



세 번째로는 원래부터 자신만 생각하는 경향이 강했던 사람의 경우다. 많은 사람들이 사회생활을 하면서 여러 가지 문제를 겪는다. 인간관계의 문제에서부터 맡은 일에 대한 책임까지 다양한 일들을 겪게 되는데 자기만 생각하는 사람들은 그 결과가 다른 누군가의 책임이라는 생각을 먼저 한다. 당연히 아주 사소한 일에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 조금만 생각해 봐도 어쩌면 자신의 잘못이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 부분들이 많지만 늘 시야가 밖에 있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이 표현하는 '미안하다' 라는 사과 또한 진심이 아니며, 그 상황을 빨리 빠져나오려는 마음에서 기인하는 경우도 많다. 



안타까운 일은 이처럼 ' 나의 잘못이 아니라 상대방이 모두 잘못했다. '라고 굳건하게 믿는 사람들의 경우, 그를 이해시키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자신 주위의 사람들에게도 자신의 상황을 이야기하면서 당연히 자신에게 유리하게 각색을 한다. 그들이 주위의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자신의 행동이 잘못된 것인지 아닌지를 물어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기 위한 목적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그들 주위의 사람들은 ' 너는 잘못이 없어. '라는 말을 한다. 또한 그렇지 않더라도 듣고 싶은 말만 들으며 듣기 싫은 말에 대해서는 귀를 막는다. 결국 이런 상황까지 오면 상대방이 이혼의 과정으로 오게 된 과정에서 제대로 된 반성과 성찰이 없기에, 앞으로의 삶에서 더 좋아지기 어렵게 된다. 



그렇다면 이혼의 과정에서 오로지 상대방 배우자 탓을 하지 않고 나를 성찰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모든 만남과 헤어짐에는 이유가 있다. 결혼을 선택한 것이 행복해지고 싶다는 욕망에서 기인했듯이, 이혼을 선택하는 것도 결혼보다는 이혼이 현재 나의 삶을 더 행복하게 만든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더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당연히 나의 선택과 그 결과에 대하여 객관적으로 받아들이고, 나를 성찰하는 과정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그런 과정이 없이 상대방이 모든 잘못이 있다는 등의 회피를 하거나 자기중심적인 생각에 갇혀있는 것은 마치 간신(奸臣)과 함께 머물며 듣고 싶은 말만 듣고 나라가 망하는 지를 모르는 바와 같이, 실제의 자신의 삶의 방향이 망해가는 것과 별다를 바 없다.  


끝없는 자기합리화는 오히려 과거에 갇히게 만들고, 한 없이 같은 자리에 머물게 만들어 앞을 볼 수 없게 한다. 실패를 했을 때 제일 쉽게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 ' 자기합리화 '이지만 그 실패를 극복하는 데 가장 장애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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