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들여서 민사소송을 진행해도 상대방이 돈이 없다면,
많은 의뢰인들이 법률 상담을 하면서 나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한다.
' 변호사님, 돈 들여서 민사 소송을 진행해도 상대방이 돈이 없으면 말짱 꽝이라는데요? 그럼 소송비용만 날리는 거 아닌가요?
차라리 사기죄로 고소를 해서 압박을 하는 것은 어떨까요? '
실제로 돈을 빌려 가서 아직까지 갚지 않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현재에도 (그리고 미래에도) 돈이 없을 가능성이 무척 크다. 많은 사람들이 비싼 변호사 비용을 들여가며 소송을 진행하여 승소를 하면 바로 그만큼의 돈을 입금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승소 판결이 나더라도 바로 돈을 받을 수 있는 경우가 그렇게 많지 않다.
그렇다면 많은 의뢰인들이 생각하듯이, 사기죄로 고소를 하는 것이 더 빠를까? 또는 비싼 변호사 비용을 들여서라도 민사 소송을 진행하는 것이 옳을까?
우선, 돈을 받지 못하는 경우 바로 사기죄로 고소를 하는 것은 무척 위험하다. 대부분의 경우 대여금 또는 투자금에 대한 사기죄는 불송치 결정이 날 가능성이 크고, 만약 투자금으로 타인에게 돈을 대여한 경우에는 형사 고소에서 '불 송치 결정'이 나거나 '불기소처분'이 나는 경우에는 민사 소송에서의 청구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수익 분배'를 약속하면서 투자를 권유하여 지인에게 실제로 돈을 대여하였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투자가 실패하여 원금에 대한 회수도 해주지 못하겠다고 말하면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분노감에 상대를 바로 사기죄로 고소를 한다.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는 경우도 대단히 많은데, 변호사 비용이 비싸다고 생각하여 그런 경우도 있지만 생각보다 ' 당연히 사기가 될 거라 생각해서. '라고 답변을 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로 많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그 이후로 진행되는 '민사 소송'이다. 법적으로 투자는 그 실패의 위험도 투자를 한 사람에게 있다고 본다. 따라서 차용증을 쓰고 대여를 한 것을 명시하지 않는 한 상대에게 민사 소송을 한다고 해서 당연히 이길 것이라고 생각을 하면 안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에게 민사 소송을 걸어야 할 이유는 무엇일까?
첫 번째로 소멸시효가 문제 된다. 투자 사기의 경우 손해배상청구가 본안 소송이 되는데 불법행위 손해배상청구는 3년의 소멸시효가 걸리기 때문에 그 이후에는 아예 손해배상청구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따라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3년 이내에 소를 제기해야 하는 것이다. 일반적인 대여금의 경우에는 10년의 소멸시효가 진행되게 되는데, 10년이란 시간이 지나기 전에 반드시 소를 제기해야 대여금에 대한 청구 권한이 소멸하지 않는다.
두 번째로는 상대방이 영원히 신용불량자로 살지 않는 한 추후에 언제든지 재기하여 본인 명의의 재산이 생길 수 있는데, 이런 경우 바로 집행을 하기 위해서 승소 판결문이 필요하다. 우리가 소송을 진행하는 이유는 상대방에게 그 자체로 압박을 가하기 위한 것도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상대방이 돈을 주지 않을 때 상대방의 재산에 대해 강제집행(압류 및 추심 등을 말한다)을 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타인의 재산에 관하여 일방적인 강제집행이 유효하려면 시간이 관건이다. 상대방이 늘 그 재산을 가지고 있다는 보장이 없고, 나와 같은 채권자들이 호시탐탐 노리고 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처럼 시간이 타임인 상황에서 '판결문 등 집행권원'을 가지고 있다면 바로 압류하여 추심을 하거나 경매신청을 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집행권원'이 없다면 시간이 걸린다.
이처럼 언제든지 상대방의 재산에 권리를 행사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 민사 소송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형사 고소를 진행하더라도 상대방이 제대로 된 합의를 하지 않으면 민사 소송을 진행하는 것은 불가피해진다. 형사 고소는 말 그대로 형사처벌을 의도하는 것이지 돈을 달라고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형사 고소를 진행한다고 해서 진행되고 있는 시효가 중단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시효를 생각해서라도 민사 소송은 여러 가지의 이유에서 제기해야 할 수 있다. 물론 변호사 비용을 지출해야 하는 것은 단점이지만, 형사 고소와 달리 민사 소송에서는 승소할 경우 변호사 비용에 대하여 어느 정도는 소송비용 청구가 가능해진다. 이런 점들을 모두 고려하여 변호사와 긴밀한 상담을 통해 민사 소송의 시기를 고려해 보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