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 07.화장을 매일 아침마다 하는 나에게 머루가 물어보다.
여름의 마지막에서 가을로 접어가는 그런 시점이었다.
9월 중반에서 10월 초로 넘어가는??
참 많은 일이 있고,
빡세게 달리기도 했던... 그런 여름을 보내면서
내가 스트레스를 어떻게 푸는지 명확하게 알 수 있기도 했다.
나는 화장(추가로 패션)으로 스트레스를 푼다.
나는 빡센 운동 후 달라지는 몸매를 볼 때 희열을 느낀다.
(크로스핏 시작한 지 어느덧 86일째. 2024.10.16)
나는 나를 부르는 다양한 책들을 읽고 영감들을 공유하고 나름의 글과 사진으로 정리하는 것으로 생각 정리를 한다.
나는 그림 그리는 것을 여전히 좋아한다. (3d 포폴 작업으로 인해 2d 작업에 많이 신경을 못 쓰고 있지만.)
나는 일기를 쓴다. 남에게 하지 못하지만 그래야 스스로 객관화를 하여 문제를 넘어갈 수 있다.
여기서 오늘 얘기해보고 싶은 이야기는
왜 나는 '화장'으로 스트레스를 풀 정도로 '화장'을 그렇게 좋아하느냐는 것이다.
이 얘기를 써보고 싶게 된 계기는
나의 찹쌀 고양이 머루는
매일 아침 화장을 할 때마다 조용히 책상에 올라와
옆에서 나를 쳐다보면서
화장품 몇 개를 물며 참견하는 습관이 있다.
머루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엄마는 저 다양한 도구들과 색깔들로
엄마의 얼굴을 왜 이렇게 열심히 가꾸고 꾸미는 것일까 하는 거 같았다.
그렇게 관심 있게 나의 모습을 보는 머루에게
이야기를 안 할 수 없었다.
매일 아침에는 출근하느라 정신없어 이런저런 얘기를 못해주었지만...
운동(크로스핏)하고 집에 올 때면
조용히 내 곁에 와서
인사를 하는 머루를 쓰다듬으면서 어떤 얘기를 해주었는지 써보려고 한다.
"머루, 엄마가 요새 진짜 자기 관리 힘들게 하지??
운동하니까 더 플러스가 되는 거 같아서 좋네.
그나저나 아침에 엄마가 책상 위에서
다양한 색깔들이랑 도구들로 엄마 얼굴에다 칠하는 것을
'화장'이라고 해.
'화장'을 왜 그렇게 열심히 하는지 궁금하지??"
머루는 끔뻑끔뻑 거리면서
내 옆에 있을 뿐이다.
그러나 이거는 좋은 신호다.
아이는 들을 준비가 되어있다.
"엄마가 생각할 때, '화장'은
자신의 '단점'을 보완해 주면서 '장점'을 극대화하는 효과를 주는
나를 표현하는 중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해.
'화장'이 잘 되기 위해서
물론, 기본적으로 보편적으로 생각하는 얼굴 미인상, 미남상이면 더 좋긴 하겠지.
그러나 여기서 큰 함정은
'보편적인 미인상'의 보편성은
너무 빠르게 변해.
그렇기 때문에 '화장'을 잘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는
나를 얼마큼 관찰하고 잘 아느냐야.
어떻게 보면 '객관화'가 핵심이지.
음... 고양이 친구들을 예시로 들어보면
엄마 생각 할 때는 머루랑 아로는
이미 화장이 된 채로 태어난 아이들이거든.
너네에 맞게 색감 배치도 되고
무늬도 박혀 있고
하늘나라 냥샵에서 이미 너희들의
캐릭터와 성격 취향에 맞게 이미 배치를 해주었다는 말이지.
거기서 플러스로 머루의 매력을 뿜뿜 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첫째로, 머루는 코에 점이 있잖아. 그거 매력점이야. 그러니까 그 매력점 주변이 촉촉하면
좀 더 귀여운 머루의 매력 포인트가 될 거야. 그러니까 물 많이 마시는 게 좋겠지?
둘째로, 머루는 발바닥 점들 무늬가 다 다르잖아.
그래서 발 쭉쭉 뻗을 때 이모들이랑 할머니가 이뻐서 기절하시잖아.
그 발바닥으로 우리 지구세계를 점령해 버리려면 마찬가지로 발바닥 촉촉하게 관리해줘야 해.
그래서 엄마가 너네 겨울 가을 되면 발바받게아닥 크림 같은 거 발라주는 거야.
마지막으로, 머루의 치명적인 매력포인트는 머루의 예쁜 회색 흰색이 섞인 털이야.
그 털이 더 분위기가 살려면 엄마가 사준, 보라색 인식표도 잘 차고 다니면 좋고.
거기다가 엄마가 주는 오메가 오일 자주 마셔서 털에 윤기 나게 하고
엄마랑 빗질 놀이 더 자주 하면 되겠지??
무슨 말인지 알겠지?"
머루는 역시 내가 쓰다듬으면서 얘기 듣는 것을 좋아한다.
갸르릉 갸르릉 거리며 가만히 들어주는 이쁜 머루다.
"그래, 머루야 화장은
일종에
자기 관리의 일부
라고 생각해도 좋아.
'화장'하는 큰 냥이들 치고 '자기 관리'를 못 하는 사람도 없고
굳이 막 색조나 아이라이너 쉐이딩 이런 거 잘 몰라도
'피부관리'를 기본적으로 열심히 하는 사람들도
대부분 '자기 관리'는 몸에 습관처럼 자연스럽게 베여있어.
우리 큰 냥이들이 그런 것을 왜 그렇게 열심히 하냐면
큰 냥이들은 하루하루 더 매력적이고 '나'다운
또는 '내가 생각하는' 아름다움에 가까워지기 위함이야. "
머루를 쓰다듬으면서 한창 얘기를 하고 있다.
저녁 11시 30분경
나는 이제 습관처럼 자연스럽게 집에서 보충운동 하면서
얼굴에 하고 있을 워시오프 팩을 찾고 있다.
또 그게 궁금하다고 쫄래쫄래 다가오는 아가, 머루다.
그런 머루에게 정작 왜 나는
'화장'을 그렇게 좋아하는 건지 얘기를 못 했다.
"아, 엄마가 왜 '화장'을 좋아하냐고??
어떻게 색감을 배치하고
어디 부위에 칠하고
어떤 부위를 가리고 숨기고
드러내고 하느냐에 따라서
나의 얼굴이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는 게
그날그날 연기를 위해 준비하는 과정 같기도 하고
또 다른 캐릭터를 보여주는 게 너무 재밌거든...
그, 엄마가 '머루'한테 얘기했는지 모르겠는데
엄마가 '화장'에 그렇게 관심이 많지 않았어. 학창 시절... 십 대 때..
왜냐면 그때는 여드름으로 정말 심각하게 고생하고 있었고.
두발규제 등 각종 규제도 있었고.
집안 분위기도 한 몫했고,
무엇보다 엄마의 외모 콤플렉스도 있었던 거 같아..
왜 있었냐면...
그냥, 엄마한테 관심이 없거나 그런 거면.
차라리 아무 얘기도 안 해주면 좋을 텐데
꼭, 엄마랑 엄청 친하지 않아도
엄마한테
'야, 너는 앞 트임 뒤트임하면 진짜 존예 될 거 같아.'
'하긴, 너는 이목구비가 뚜렷해서... 여드름만 없어지면 게여신될 듯.'
'하긴, 이쁘긴 하지. 연예인급으로 이쁜... 가? 암튼 이쁘긴 해.'
'너는 네가 이쁜 줄 아냐. xx 하네.'
'너 왜 이렇게 여드름 심하냐. 여드름만 없으면 정말 예뻐질 거 같은데.'
'이쁘긴 해. 매력 있게 이쁜 거지 정말 이쁜 건 아니지.'
나열해도... 한두 가지가 아닌데... 지금은 많이 잊었으니까.
하루하루라도 이런 얘기를 제발 안 들었으면 좋겠어서
외모 얘기는 애초에 내가 꺼낸 적도 없는데
굳이 엄마한테 와서 이런 얘기를 하는 동년배들이 너무너무 많았어...
그래서 너무 스트레스받아서 거울도 안 보고 지내고
그럴 때도 있었어...
왜 그렇게 엄마한테 외모로 트집을 잡고
외모 얘기를 끊임없이 하지 했는데...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엄마한테 뭔가가 있었기 때문에 그 친구들이 그렇게 했던 건 아닐까 싶더라고.
그러면서 굳이 저 친구들한테 외모에 대한 최고의 칭찬을 들을 필요도 없고
또한, 아직 나의 다른 모습, 또 다른 성장한 모습도 보지 못했으면서
그렇게 나에 대해서 단정 짓고 평가하는 거에 굳이 나를 맞출 필요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일까.
그래서 더 엄마는
피부관리는 어떻게 해야 되는지
나에게 맞는 색감과 패션은 무엇이고
화장은 어떻게 하는 게 어울리는지 엄청나게 고민하고 노력했던 거 같아.
나한테 맞는 피부관리는 찾기 위해
냉철하게 엄마의 피부에 어떤 여드름부터 없어져야 하고,
피부에 어떤 성분을 보충해 주는 게 좋은 지 알아내서
화장품을 고를 때, 성분이 꼼꼼하게 보고 고르는 습관도 생기게 되었지.
엄마한테 맞는 색감이랑 패션은 사실, 엄마가 3d 디자인과 미술 공부를 하면서
더 잘 알게 된 거도 있어.
그 과정이 사실, 또 디자인에 대한 공부이기도 해서
더 재미있게 몰입해서 취미처럼 하게 되었지.
화장은 엄마의 장점과 단점을 객관 해서 보려고 했어.
엄마의 장점은 전반적으로 이목구비가 뚜렷한 거도 장점이기는 한데
눈매랑, 눈썹 짙은 거, 콧대와 피부색이 장점이라 생각했고
눈 양쪽이 매력 있게 짝짝이인 거도 장점이라고 봤지.
단점은
엄마는 얼굴이 부으면 여백이 더 많아 보인다는 거고,
얼굴에 여백이 많고
눈 간격이 조금 넓다는 생각도 들었어.
또, 눈 한쪽은 쌍꺼풀이 짙은데 다른 쪽은 무쌍인 점도 눈화장이 어려울 때도 있긴 했어.
그런 부분들을 참고해
어떻게 화장을 하면 좋을지
매일 아침 일어나서 이미지도 찾아보고
관련 글도 보고 유튜브를 보면서
다른 콘셉트로 화장하려고 노력하는 거 같아.
지금도 많이 노력 중이야.
아직도 어떤 친구들은
엄마의 외모에 대해 좋게 생각하거나
애매하게 이쁘다고 생각하거나
연예인급으로 생각하는 친구들도 있어.
근데,
중요한 건 엄마가
어떻게 그날 그날 나의 캐릭터를
보여주냐에 달려 있지 않나 싶어.
아직 못 보여준 게 너무 많은데...
화장도 가짓수가 정말 많거든.
어떤 색감(핑크, 코랄, 베이지, 갈색, 스모키 등등)
어떤 부위(애교 살, 코, 눈 등등)를 강조.
어떤 스타일(사막여우눈, 강아지눈, 고양이눈, 내추럴 눈 등등)
이거에 대해 할 얘기도 너무 많아서...
나중에 또, 아예 눈매 메이크업 관련해서
엄마가 보여줘 볼게 ㅎㅎ
암튼, 엄마가 화장을 좋아하는 이유와 과정 들어보니까 어때??"
머루는 그 보다
내 손에 들려 있는 vt 꿀 워시오프 팩에 눈을 못 떼고 있었다.
아...
그 모습을 보고 또 깨달았다.
지금까지 내가 화장 그리고 외모 어떤 생각을 했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
오늘 내가 이만큼 나의 얼굴과 몸에 투자를 했다면
내일은 내가 어떤 모습으로 일어나는지
그게
머루에게 더 궁금한 거고
그게 나에게도 더 중요한 문제이자 더 낮고 재밌는 '화장'을 위한 과정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