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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한테 소원을 빌면 이루어질까.

chap.04.  머루에게 고래 목걸이를 보여주다.



2024.08.12





운동을 원래 좋아했었지만

꾸준히 오래 할 만큼 만족스럽고 재밌는

헬스장, 수영장 등을 찾지 못해서


어떤 운동을 해야 할까 고민한 끝에


가장 빡센 운동으로

빡세게 지내보고 싶은 생각이 들어

찾은 결과 시작하게 된 운동은 

'크로스핏'이라는 종목이다.



시작한 지는 3주 정도 되어간다.

일주에 2번씩 꾸준히 나간 결과


건강이 월등히 좋아졌고

얼굴에도 많은 변화가 온 거 같다.

몸에도 당연하게 변화가 왔다. 매우 좋은 쪽으로...






크로스핏을 해서 열심히 땀을 빼고 나면 어떤 기분이냐면


바닷속에서 실컷 헤엄치다가
물 밖으로 나와
심호흡을 하는 것과 같은
시원한 쾌감이 느껴진다.


그 헤엄치는 과정에서 어떤 일들이

육지에서 일어났는지

기억도 못 하는 

한 마리의 물고기가 된 거처럼


뭔가에 아무 생각 없이 몰입해
헤엄쳐 나오는


그런 느낌의 운동이다.


그래서 그런가 나는

요즘의 놀라운 모습으로 

또 다른 '나'로 발전하고 있고 


그런

나 자신에게


뭔가 상징성이 있는



기억할 만한 물건을 선물해주고 싶었다.


집 밑 지하역사에 있는 어느 액세서리 가게에 가 보았다.


평소에 자주 들렀었지만 

구경만 했지 뭔가를 자주 사지는 않았었다.






써지컬 액세서리를 보다가

유독 나의 눈에 들어온 목걸이가 있었다.






바로 '고래 꼬리' 목걸이이다.






은색빛이 나는 '고래 꼬리' 목걸이.

좀 더 체인이 얇았으면 좋겠지만


그래도 이 목걸이에게 

나의 지금 순간에 대한 염원과


바닷속 생물 같은 삶에 대한 염원을 담고 싶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고래 꼬리'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드라마 방영을 통해

좀 더 유행한 걸로 알고 있다.


음..  이 또한 어느 책에서 봤는지

영상에서 봤는지 정확히 기억이 안 나지만


고래는 옛날 바닷가 사람들 사이에

집에 안전하게 돌아오길 간절하게 바라는 어떤 '상징'의 의미로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자주 선물했던 토템 모양 중 하나라고 들었다.



고래가 그만큼 직접 보기 쉽지 않은 동물이기도 하고,

거대하면서 착한 바다 생물이었기에


옛날부터 그런 인식이 있었던 걸로 보인다.


그렇게 고래는 그 의미가 점점 진화되어

'보호막' '돌아오다'에서

염원, 잘 헤쳐나가길 바라는 '행운'을 상징하는



생물로 인간들에게 다가오게 된 것이라고 

분명, 들었다.




어디선가 들어 가슴깊이 새겨두었던

신비로운 고래에 대한 이야기를

기억했던 것인지



나의 눈에는 

'고래 꼬리' 목걸이가 유독 내 눈에 들어왔다.



요즘에 살짝 흔한 감도 없지 않지만



'고래'를 본다는 것

'고래'를 가슴속에 품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는 것은


내 인생에서 처음 있는 순간이었기에

그 '고래 목걸이'를 나에게 선물했다.






집에 들어오니

머루랑 아로가 반겼다.


아이들에게 간단히 습식을 챙겨주고


앞머리를 미용 가위로 다듬어주었고,


그런 후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며


내 목에 걸린

고래 꼬리 목걸이를 

가만히 요리조리 들여다보았다.


호기심 대마왕 머루가

출동하여 

나와 같이 어느 순간부턴가

같이 요리조리 보고 있었다.


그런 머루에게 나는 말을 걸었다.






"머루야, 엄마 소원이 생겼는데.


엄마는 '엄마'를


신비한 '고래'라고 생각해 주는

사람과 결혼하고 싶어.


그러니까 이런 말을 엄마한테 진지하게 얘기해 주면서

또 다른 '고래 목걸이'를 내 목에 걸어주는 

사람과 함께하고 싶달까.



너를 만난 건
마치 저 깊은 바닷속에서
신비한 '고래'를 만난 것과 같이

내 인생에 늘 기억되고
평생 간직하고 싶은
부적과도 같은 
'행운'이고

나도 너에게 넓은 바다가 되어줄 테니
영원히
나의 신비한 '고래'가 되어줄래?



물론, 물에 녹슬지 않는 목걸이여야겠지 ㅎㅎ



왜냐하면!!


엄마는 ''을 정말 좋아하니까.

항상 지니고 다닐 거거든.


암튼, 뭐


그래야

서로에게

큰 행운을 가져다준 존재라고 생각하며


저 깊은 바닷속에

고요히 헤엄치는 고래를 떠올리며


서로를 신비롭게 생각하면서

살아갈 수 있을 수도 있잖아.



엄마는 꼭, 인생에 '남자'를 안 만나면

너무 심심하겠다는 뜻은 아니지만



그냥 엄마는 어렸을 때부터

엄마도 분명, 진심으로 사랑해

행복한 가정을 꾸릴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어.


'전생'이 있을 거라고도 

알게 모르게 믿기도 해서


'전생의 인연'을 다시 만날 거라고

항상 믿고 있거든.


그래서 엄마의 옆자리에 분명,

어떤 사람이 자리할 것이라는 것을


항상 알고 있었고,

그럴 거라고 그냥 알아.


그러니까..

지금 이 목걸이를 하고


지금처럼 앞으로 한 걸음

한 걸음 

엄마의 인생 길에서

성실하게

나아가다


어느 순간


내 옆에 와야 할 사람이랑

미래를 약속하게 되면


이 목걸이는


내 옆자리에 비어있던 사람을

찾아 준 거라고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고이 보관해 두려고..


세월이 더 흘러


나중에 엄마가 아가 천사들을

낳게 되고...


그 아가 천사들에게 인생에 가장 힘든 고민이 찾아오거나

너무 힘이 드는 순간이 온다면


아이들에게

행운을 주게 해주는 목걸이라고

이 목걸이를 물려줄 거란다. "


머루는 두 눈을 끔뻑하며

나를 한 번 쳐다보더니


'고래 목걸이'를 지그시 밟고

가만히 내 옆에 있어주었다.



밟았다가 빼꼼 다른 곳을 쳐다보는 머루.






고래 목걸이를 잡고

찬 물이 내리는

샤워 물속에서 


지그시 눈을 감고


한 번 소원을 빌어보았다.




'고래야, 

어떤 고래일지 모르겠지만


저 깊고 신비로운 바닷속에서

오래오래 살아줘서 정말 고맙다.


나도 나약한 인간이라
너의 신비한 힘을 조금 빌리고 싶은데 괜찮을까.



내 앞에 어떤 행복이 있고,

그 행복에 필요한 요소들이 있다면

두 번 다시 놓치지 않게


나를 도와줄 수 있을까.


나도 직감이 매우 좋은 편인데...


세상일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가 없어서...

그냥 이제부터 너의 힘을 좀 빌려보고 싶어.


내가 진심으로 행복하고
가슴이 뛰는 순간에
솔직해지고



용기 있게 잡는 용기를

나에게 


우리 모두에게 줬으면 좋겠어.'



고래는 나의 내면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야속하게도 세상은

간절하게 빈다고 해서

다 이루어지는 게 아닌 세상이고,


때로는 어떤 일은

일어나지 말아야 하는 100가지 중 99가지의 이유가 있지만


그래도 단, 1가지의 가능성으로

어떤 사건은 일어날 수 있는 게 가능하기에


불확실한 인생 속에서

그 순간들을 확실하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이래서 우리는 신비롭고

미지의 

대화가 안 되는 존재들에게


기도하고 비는 게 아닐까.


그래서 어떤 물건에

어떤 형태에


알 수 없는 모습의

염원을 비는 것일 거고...


그럼에도


그들이 우리의 모든 소원을 들어주는 것은 

말도 안 된다.


하지만, 간절히 빌고

상상하고

바람으로서


우리는 그 적은 가능성 1가지를 
용기 있게 붙잡아
키워나갈 수 있는 용기를 얻으려고 하는 건 아닐까.




샤워가 끝나고


조용한 점심시간이었다.


창 밖에는 뜨거운 햇살이

커튼을 뚫고


들어오고 있었다.




나는 그 풍경을


가만히 의자에 앉아

지켜보면서


또다시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 와중에 

조용히 살금살금 다가온 머루는

내 목에 있는 반짝이는 고래 꼬리에



눈을 떼지 못하다가

가까이 다가와 킁킁 냄새를 맡았다.



아무래도 나의 소원이

어딘가에 전달이 돼

고래의 대답이


바다의 내음으로

다가왔기에


머루가 와서 냄새를 맡은 건 아닐까.



세상에 안 돼야 하는 이유가 수천 가지여도

내가 그 일을 이뤄야 하는 이유가 1가지이고,


그 1가지 이유여도


살아가는 일상에 행복과 평안함과

미래에 대한 확실한 행복이 더 많이 생각난다면


그 일은 일어나야 하는 것인 걸까...


고래야,
너는 어떻게 헤엄치니.



나는 참 궁금하단다.


파도가 어떻게 칠지 모르고


어떤 인간이 너의 평온함을 건져 올릴지도 모르는 건데


고래, 너는 어쩜 그리 우리의

인간 역사


신비롭고
고마운 존재로 남아준 것일까.



내가 이 목걸이를 푸는 날이


과연 오기는 할까.


사실, 잘 모르겠지만



우리가 '상징'에 

기대는 이유가 


안 보이는 깊은 바다와 같은 '미래' 속에서

조금의 희망의

고래의 숨결을 맡아보고 싶어서 그런 건 아닐까.


맡지 못하더라도


조금 더 상상으로

내 마음속으로

끌어당겨 올리려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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