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동글로 Jun 10. 2024

고양이도 외로울까?

외동묘

루이를 만나고 지금껏 우리 가족이 더 행복해진 것에 감사했다. 그런데 요즘은 우리만 행복한 것 같은 생각에 루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많아진다.


혼자 있는 시간 동안 외롭지 않을까?

혹시 루이도 동생냥이가 필요하진 않을까?

우다다다 뛰어다닐 친구가 있다면?


지난주 아이들이 2박 3일 수련회를 갔다. 그러다 보니 아침에 출근한 부부집사가 퇴근하기까지 우리 루이는 혼자 남아있어야 했다.


그동안은 부부집사들의 퇴근시간보다 아이들의 하교시간이 일렀기 때문에 내가 도착할 때면 루이는 늘 누나와 형아랑 같이 있었다. 혼자 있는 시간을 많이 보지 못했고, 우리가 모두 없을 땐 루이도 곤히 잠에 들었겠거니 생각하고 넘겼다.


 '삐삐삐삐삐삐'

퇴근 후 도어록을 열고 들어가자 루이는 두 앞다리를 들어 중문을 열려는 모습을 하며 

'에옹_왜 이제와~계속 기다렸잖아'

하고 말했다. (집사의 해석이지만 분명히 그런 것 같았다.)


"루이~혼자 많이 기다렸지?"

보통 때라면 그러지 않았을 텐데 루이는 배를 보이며 눕더니 내 손길을 다 참고받아주었다.


"루이~! 밥 먹자"

왠지 루이가 짠했다.

루이의 사료를 챙겨주고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본 후 나는 옷을 갈아입으러 갔다.


옷을 다 갈아입은 다음 밥을 먹고 있을 루이를 보러 갔는데 이미 그릇은 깨끗했고 루이는 없었다.

'응? 다 먹었으면 나한테 왔을 텐데 이 녀석이 어디 갔지?'하고 찾아보니 어디선가 '쩝쩝쫍쫍' 소리가 났다.


좀 전에 반쯤 남은 사료를 다른 용기에 담고 뚜껑을 덮었어야 했는데 열어두고 갔었나 보다. 루이는 그 짧은 순간에 남은 사료까지 먹고 있었던 것이다.


'뭐야. 집사보다 사료가 더 좋단 말이야?'


나는 하루종일 걱정했다. 앞으로도 혼자 있을 루이를 생각하며 둘째 고양이를 입양해야 하나 어쩌나 고민했다. 그런데 루이는 나를 기다린 게 아니라 사료를 기다린 건가 싶어 웃음이 나왔다.


루이는 다 먹은 후 신나게 그루밍을 하고 잠에 들었다. 집사 혼자서 시나리오 한 편을 쓴 것이다. 우리 루이는 쿨한 고양이인데 말이다.


그다음 날 퇴근했을 땐 방금 잠에서 깬 부스스한 모습으로 마중 나왔다. 아무래도 우리 루이는 외로운 고양이는 아닌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누나집사와 고양이의 사랑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