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을 해야 한다.
문제는 늘 생각만 한다는 것에 있다.
같은 아파트 1층에 일상을 공유하는 이웃사촌이 있다. 그 동생이 음식을 나눠주러 와서는 깜짝 놀라며 말했다.
"언니! 이제 언니도 몸 난다~"
"ㅜㅜ~나 살 많이 쪘지~"
타이트한 레깅스를 입고 있었으니 얼마나 더 도드라져 보였을까. 작년부터 꾸준히 몸무게가 늘어나기 시작하더니 멈출 기세가 없이 살이 붙기 시작했다.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살들은 찌기 위한 결심을 한 것 같다.
며칠 후 주차장에서 자동차 내부를 정리하던 동생을 발견했다. 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나온 한마디.
"엥? 너도 몸 났네?"
"ㅋㅋㅋ그니까"
겨울이 지나고 우리가 덮고 있었던 외투가 없어졌다. 그제야 감춰진 살들이 나 여기 이미 있었노라고 당당히 나선 것이다.
그날부터 우리는 살에 대해 민감해지기 시작했다. 사실은 그전부터 심각성을 알았지만 타인의 눈바디로 인한 구체적인 말들이 위기의식을 불러왔다.
"언니~나 스테퍼 샀어~"
아는 지인이 이 스테퍼로 10kg을 뺐다며 자신이 구매한 링크를 보내주었다. 그래서 나도 샀다.
며칠이나 운동했을까? 스테퍼는 그대로 식탁아래 눈에 띄지 않게 자리를 잡았다. 실내자전거보단 자리를 덜 차지한다는 장점 아닌 장점을 자랑하면서.
계절이 바뀌고 작년에 입었던 옷을 입는데 옷이 짧다. 살이 쪄서 옷이 위로 올라갔다. 옷에다 몸을 맞추니 일상생활이 불편했다. 아무래도 운동을 해야겠다.
"언니~우리 아파트 지하에서 하는 줌바댄스 할까?"
"좋아 그러자~~"
"에잇! 전화해 보니까 이제 지하에서 줌바댄스 안 한대~폐강했대~"
실패다.
우리가 더 빨리 결심을 했어야 했다.
그럼 어쩐다?
"고은댁이 다니는 줌바댄스 학원 다녀볼까?"
"우리가 가긴 할까? "
"창피하긴 하지"
"근데 언제부터?"
"오늘?"
"오늘? 언니 진짜 오늘? 좋아. 하자!"
"콜!!"
잠시 후 고은댁에게 오늘 우리가 출격한다 말하고 시간과 준비물에 대해 물은 다음 운동할 결심을 단단히 했다.
'그래! 오늘부터 살 뺀다!'
운동할 결심과 동시에 울리는 '카톡'
머피의 법칙이 갑자기 찾아왔다.
못한다는 것도 아니고 오늘내일 이틀 쉰다는데 왜 갑자기 흥미가 떨어지는 걸까?
운동할 결심이 도망갈 것 같다.
(줌바댄스 할 자신은 있고?)
바로 도망갈 것 같은 결심 때문에 저녁을 마친 후 유튜브를 켰다.
엄마 TV
땀을 흘리며 열심히 춤을 추고 있는 내게 집에 들어온 아들이 웃으며 말했다.
"오호 못 보던 모습이 어제, 오늘 이틀이네?"
"엄마 진짜 운동할 거야!"
"그러다 며칠 하다 말겠지 뭐~"
뜨끔하다
"아니! 엄마 너네 기말고사 끝날 때까지 반드시 매일 20분 이상 할 거야! 그럼 한 달은 하는 거잖아?"
"그래? 할 수 있을까앙?"
아들이 손해 볼 것 없는 약속을 해버렸다. 운동을 할 수밖에 없게 돼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