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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글로 Sep 06. 2024

한숨 쉬는 고양이에게 가을을 주세요

이렇게 집사가 된다.

8월의 더운 여름 날씨. 문 밖을 나서기만 해도 이미 당혹스러움을 각오를 해야 하는 날씨다.


여름 고양이가 누워 있는 바닥은 차가운 바닥이라는 걸 자연스레 알게 됐다. 가장 바람이 잘 통하는 곳이 어딘지는 루이가 누워있는 지점을 따라가면 된다.

온몸에 가늘고, 긴 털옷을 입고 있는 너구리 같은 루이는 이 여름이 얼마나 지루하고 길까. 말 못 하는 고양이는 늘 안쓰러운 대상이 된다.


저녁 무렵 딸과 소파에 나란히 앉아 있는데 루이가 어슬렁어슬렁 다가왔다. 내가 안으려 한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하게 얼른 품에 안고 엉덩이를 토닥토닥해 주었다.


다른 때 같으면 후다닥 도망을 갔을 텐데, 자다 깬 지 얼마 안 된 건지 가만히 있었다.

응? 루이가 생각보다 오랫동안 품에서 버티네? 생각하고 있을 때 루이가 내려가려고 자세를 취하다

 "아휴~"

하며 한숨을 쉬는 게 아닌가?


둘이서 같이 듣지 않았으면 아무도 믿지 않았을 거라면서 딸과 함께 껄껄 웃었다. 사람이 한숨 쉬는 거랑 어쩜 그렇게 똑같던지, 딸은 그때 바로 동영상을 찍지 못한걸 몹시 아쉬워했다.


루이는 집사와 늘 50cm의 거리를 유지해야 안정감을 갖는다. 집사의 스킨십이 싫은 마음과 더워서 재빨리 움직이기도 귀찮은 마음이 섞여 한숨으로 나온 같았다. 웃기기도 하고 짠하기도 하다.


에어컨을 틀면 온 집안을 뛰어다니고 눈에 생기가 넘쳐난다. 하지만 조금만 더워지면 축 쳐져서 잠을 잔다. 그런 루이를 보고 있으니 집사들의 여행 계획은 굳은 결심을 필요로 하게 됐다. 그 결심 또한 루이가 마음에 걸려 최종적으로는 계획을 접기 일 수다. 특히 이렇게 더운 계절엔 루이를 집에 홀로 두고 떠나기 더더욱 어렵다.


이렇게 우리는 집사가 되어가는 것이다.


7월 1박 2일 여행을 하고 돌아온 날부터 루이는 더 오랫동안 안겨있는 느낌이다. 남편이 퇴근해 집에 들어오면 루이는 남편 몸에 뛰어오른다. 꼭 강아지가 하던 행동처럼 뛰어오른다. 수컷 고양이는 여집사들을 더 좋아한다는데 우리 루이는 나 빼고 모두에게 친절한 편이다.


가만히 보고 있으면 고양이도 모든 것을 아는 것 같다. 집사들이 없으면 외롭고 있으면 귀찮고 돌아오면 반가워한다. 오면 반갑고 가면 더 반가운, 손자를 맞이하는 할머니 할아버지처럼 말이다.


여름아 안녕!

루이야 좁다. 제발 화장실은 따라오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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