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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스텔 Mar 08. 2021

적립식 성공과 행복

1년을 잘개 쪼개면 365일. 매일 행복한 일 하나씩만 더 해도 365개

과거의 나 덕에 현재와 미래의 내가 행복해졌다. 작년 내 생일(8월) 즈음 시작해 끝이 보이지 않을 것 같았던 26주 적금이 드디어 만기를 맞이했고, 작년 이맘때 가입했던 365일 하루 1,000원 적금이 마지막 인출을 끝으로 만기 알림을 보냈다. 차곡차곡 쌓은 먼지 알갱이가 먼짓덩어리 정도로 한 단계 신분 상승했을 뿐이지만, 연말정산 환급금이 더해지니 (과장을 곁들이자면) 통장도 놀라 '주인님아 은행 오류 아니냐?'고 되물을 것 같다.


기존 적금과는 별개로 한 푼 두 푼씩 쥐어 짜낸 티끌 적금이 두 개나 만기를 맞이한 김에 나의 인생관, '적립식 성공과 행복'을 떠올려보려고 한다.


나는 운명론자다. 내 운명은 태어날 때부터 정해져 있다고 생각하는데, 선택의 자유 의지는 나에게 달려있다고 믿는다. 즉, 여러 갈래의 운명 속에서 내 자의에 의해 선택한 운명으로 내 책의 결말을 집필한 상태다. 나는 내 책의 결말을 보았다.


그래서 나는 늘 사람들에게 "내가 아는데"로 시작해서 "나는 무조건 성공해" 라던지 "나 로또 1등 되는데, 그게 시기의 차이일 뿐 하여간 당첨이 되긴 돼"라는 말을 하고 다닌다. 물론 모든 이들에게 늘 무시당하기 일쑤다. 하지만 단 한 번도 내 성공을 의심한 적 없다. 왜냐하면 내가 보고 온 내 책의 결말에서 나는 늘 성공한 사람이었으니까.


이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린가? 혹시 영화 컨택트나 인터스텔라를 인상 깊게 봤거나 양자역학에 대한 이해도가 있다면 금방 이해할 수 있다. 양자역학 이론에서 보자면 과거-현재-미래는 하나라고 한다. '현재'를 산다는 것은 결국 과거/미래와 함께한다. 3차원의 인간은 4차원의 한 부분을 3차원의 입장에서만 볼 수 있다 보니 4차원의 일부를 과거 혹은 현재나 미래라는 시간적 흐름으로 인지하는 것이다. 결국 시간은 환상, 따로 존재할 수 없다. 시간은 흐르는 것이 아니다. 나열된 시간과 공간이 존재할 뿐, 우리는 그 차원을 넘는 것뿐이다. 그렇기에 과거-현재-미래는 하나의 차원으로 봐야 한다. 더 깊게 설명하자면 지면이 모자랄 것이 자명하여 이쯤에서 마무리 짓는다. (절대 더 설명하기 힘들어서 그런 건 아니다.)


그렇다면 '성공'을 무어라 규정지을 것인가. 사회통념상 성공이라 일컫는 것들? 많은 부와 명예? 모두가 우러러보는 삶? 물론 그건 당연히 성공이다. 모두가 인정하니까. 하지만, 그렇게 성공한 사람들의 다음 목표는? 또 다른 성공은 누가 규정 지을 것인가. 100억 원을 벌면 1,000억 원을 벌고 싶은 것이 인간의 본성인데 그렇다면 성공은 영원히 달성할 수 없는 허상의 존재인가?


내가 매일 떠벌리고 다녔던 "나는 무조건 성공해"의 진정한 의미는 실은 별 게 아니다. 전혀 거창하지 않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매일 한다는 것 자체가 성공이라 믿는다. 그러니까 눈물 나게 하기 싫은 날에도 누워서라도 30분은 꼭 공부를 하고, 회사 업무를 일정에 밀리지 않으면서도 우수한 퀄리티를 유지한다는 것. 또, 사이드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자격증을 따기 위해 노력한다는 행위 하나하나가 성공인 거다. 실제로 나는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면서 금융 자격증을 3개 취득했다. '나는 무조건 성공한다'고 미래에서 보고 온 그 결말이, 결국 차곡차곡 쌓이고 있었던 거다.


행복도 마찬가지다. 아침 일찍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서 조용하게 커피를 마시며 신문을 읽는 그 순간이, 내가 걸어갈 타이밍에 맞춰 변하는 횡단보도 초록 불이, 만원 버스에서 내 앞에 있던 사람이 내리는 그 상황이 전부 사소하게 쌓이는 행복이다.


내 인생관을 바꾼 책, '행복의 기원(서은국, 21세기북스)'에도 행복은 사소한 것이라 말한다. 저자는 "행복한 사람들은 이런 '시시한' 즐거움을 여러 모양으로 자주 느끼는 사람들이다. 행복은 복권 같은 큰 사건으로 얻게 되는 것이 아니라 초콜릿 같은 소소한 즐거움의 가랑비에 젖는 일이다. 살면서 인생을 뒤집을 만한 드라마틱한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혹시 생겨도 초기의 기쁨은 복잡한 장기적 후유증들에 의해 상쇄되어 사라진다"고 한다.


나는 이를 적립식 성공과 행복이라 부르고 싶다. 하루하루 적립식 성공과 행복이 쌓이고 있다. 언젠가 인출할 수 있는 날이 오겠지. 그때는 아마 사회 통념상 모두가 성공이라 부르는 그 무언가가 되어 있을 것이다. 물론 그 성공이 아니어도 좋다. 나는 이미 매일 성공하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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