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애쓰지 말자 Oct 24. 2021

사람을 알아가는 것

요즘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일이 재밌다. 예전에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일이 두려웠다면, 요즘에는 처음부터 상대에게 다가가는 법을 꽤나 터득한 기분이다. 쉽게 나의 상황을 털어놓고, 또 상대의 처지 등을 빨리 포착하고, 공통점으로 엮어나간다. 부쩍 "그 사람도 참 좋아, 진짜 좋은 사람들은 많은 것 같아"라는 말을 많이 하게 된다.      


아직 사람에게 크게 데인 적이 없어서인건지(운이 좋은 것이다) 사람을 알아간다는 건 좋은 것 같다.      

그 사람의 역사를 마주하게 되는데, 각자가 가진 생각과 가치관, 취향 등을 공유하는 일이 재밌다. 물론 그 전제는 그만큼 가까운 사이가 아니라는 뜻이기도 할 것이다. 사람은 깊이 알아가면 알아갈수록 실망하기 마련이기 때문인데, 그 때문에 아마 언젠가부터 적당한 관계유지를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관계에 만족을 하는건 아닌가 싶다.      


또 한편으로는 이제는 나이 때문인지 몰라도, 어느새 나와 잘 맞는 사람들을 내가 찾아가고 있는 느낌이다. 우연히 알게 된 꽃집 동생이 잘 통해서 호감을 갖게 됐고, 그 사람을 통해 만나는 사람들에게도 호감을 느낀다. 호감을 느끼는 이유는 중간다리 역할을 하는 사람에 대한 호감이 더해져서 그럴 것이다. 어찌됐던, 마음이 맞는 사람을 통해 만나게 되는 사람이라 그런지, 다 비슷한 분위기를 갖고 있다. 아날로그 적이고, 취향이 확실한 사람들.      

책모임을 통해 알게된 사람들도 그렇다. 사적인 얘기를 크게 나누진 않지만,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 우리는 서로의 많은 감정을 공유하고 있다. 그 때문인지, 그 사람들에 대한 막연한 호감이 있다. 아니 사실 호감으로만 설명하긴 어렵고, 왜냐면 책모임을 같이 하던 사람들 중에도 안 맞는 사람은 안 맞기 때문이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요즘 인간과계가 편해진 건, 내가 이제는 불편한 사람들과의 관계를 억지로 맺지 않으려 하고, 나와 맞는 편한 사람들을 찾아가는 것 같다. 어릴 때와 달리, 그 길로 가는 빠른 길을 알게 된 것 같다. 예전에는 많은 과정이 필요했지만 이제는 그런 과정 없이 비슷한 부류의 사람을 찾아가는 느낌이다.  그래서 그 친구를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는 말이 이해가 간다.       

물론, 이 또한, 더 가까워지면 실망하고, 쳐내고, 잘라내는 과정이 있을 것이고, 그 과정 또한 예전보다 훨씬 깔끔하고 단조로워 질 것이다.나이가 들어간다는 것, 나의 취향을 알아가는 것처럼 나와 비슷한 사람을 보는 눈이 생기는 것 아닐까 싶다. 

작가의 이전글 생 앞의 고통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