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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시케 Oct 22. 2021

첫째와 둘째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아이들의 다른 기질과 성격을 바라보는 상담심리사 엄마의 독백 


아이들의 기질과 성격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한 글을 쓰다가 

이런 메모를 써보고는 혼자 웃었다. 


 





제안하기를 좋아하는 첫째와

제안받기를 좋아하는 둘째


"엄마 오늘은 그림 그릴까? 영화 볼까? 장난감 사러 갈까?" 

거절해도 낙담하지 않고 꾸준히 이것저것 하자고 하는 

해맑은 우리 집 첫째 군과 달리, 


둘째인 유리의 얼굴을 가장 환하게 하는 건, 

내가 ‘율아 엄마랑 같이 놀까?’라고 말할 때다.


 


혼자 완성하고 짜잔! 하기를 좋아하는 첫째와

함께 마주 보고 앉아서 역할 놀이하기를 좋아하는 둘째


 

주기적으로 새로운 장난감을 필요로 하는 첫째와

장난감이 없어도 마주하고 놀아주면 만족스러운 둘째


 


첫째가 ‘엄마, 내 작품 좀 봐봐!

(Mum, look at this, I made it!)’를 이야기하는 동안


둘째는 ‘엄마, 나 좀 봐봐!

(Mum, where are you? Come here. Look at me!)’를 이야기한다.




첫째는 못 봐줘도 실망하지 않고 끈덕지게

(그리고 때론 눈치 없게)'봐줘!'라고 얘기하지만


둘째는 혼자 서운해하고 뒤틀린 심사를 표 나게 표한다. 

‘흥!’ 


 


그날 있었던 일에 대해 물으면 

항상 모르겠다고 답하고 도망가는 첫째와


(나 : What did you do at school? Did you have fun?

조이: Nothing but it was fun!)


원하는 것을 상상해서 대답하거나 

속상했던 것을 뒤늦게 얘기하는 둘째


(‘율아 오늘 뭐했어?’ 물어보면 

하루 종일 나와 놀았음에도 ‘친구랑 공원 가서 놀았어.’라고 

원하는 것을 대답하거나 

‘아까 엄마가 우유 준다고 해놓고 안 줬잖아!’라는 말을 

갑자기 팔짱을 끼고 꽁한 표정.)


 


안아주면 다음에 할 것을 생각하느라 꿈틀거리기 시작하는 첫째와

안아주면 더 깊이 안겨오는 둘째


 


어깨가 아프다고 하면 그 말이 전혀 마음에 접수가 안 되는 첫째와

어깨를 주무르고 있으면 다가와 

한번 주무르고는 ‘이제 괜찮지’라고 다정하게 말하고는

‘괜찮아야 해’는 다짐을 요구하는 둘째


 

흥분해서 밤잠을 자지 않고 세상 탐색에 나서느라 

항상 밤잠을 늦게 잤던 첫째와

자면서도 곁에 있는 사랑을 확인하느라 자주 깨는 둘째 


 

안아주거나 뽀뽀를 해주면 플러스 plus를 느끼는 듯 

간지럽게 웃는 첫째와

안아주면 마이너스가 풀 full로가는 듯 

굉장히 충만해하는 둘째.


 

‘나 엄마 보고 싶었어. 나 엄마가 제일 좋아.’라는 

말을 생후 20개월 무렵부터 매일 해온 둘째와 

10살이 되도록 본인의 언어 체계 안에

저런 말은 없는 첫째.


 


학교 파하고 나오는 동안 10명 정도의 아이가 

‘잘까 Bye’ 인사를 하지만

자기 이야기에 한참 열을 올리고 있기에 

그중 한 아이의 인사도 못 듣고 인사에 화답하지 못하는 첫째와 


처음 보던 모르던 아이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했지만

그 아이에게서 답이 없자 

‘엄마, 친구가 나한테 인사 안 해’라며 속상해하는 둘째. 


 


이렇게 다른 두 아이들은 

다른 방식으로 나를 놀라게 하고 기쁘게 하고

또 단숨에 좌절하게 하기도 한다.


서로의 다름 덕분에(때문에) 나는 

각자의 특장점(과 취약성)을 더 잘 느끼기도 한다.


무엇이 더 나은 것은 없다

서로 다른 보살핌을 요구하는 것일 뿐.


서로 다른 듯 하지만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은 마음을 가진

사랑스러운 존재들이라는 것은

결국 공통점. 


그렇게 아이가 없었거나, 한 명만 있었다면 몰랐을 세상을 보게 된다.

각 존재의 신비와 개개인의 고유함을 

그렇게 겸허하게 묵도하게 된다.


 

한 명을 낳아 길러보니 너무 신기하고 예쁜데,

또 다른 한 명이 태어나면 

또 어떻게 다른 신기함과 예쁨을 만나게 될까,

를 상상하던 시간들이

구체적인 현실감으로  종일 내 주변을 맴도는 데


 

나는 이 아이들을 먹이고 입히고 보살피고 

안아주느라 지치고 바빠

그 신비로움과 아름다움을 음미하지 못하고 

그냥 지나치기도 한다.


하지만 생긴 것도 묘하게 닮았으면서도 

전혀 다르기도 한 아이들이

나란히 잠들어 있는 모습을 보면

이 모든 게 기적 같고 축복 같고 꿈같다.


 




그리고 나에겐 마지막 기적과 축복 꿈인 

셋째도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오빠들의 여러 모습을 관찰하고 따라 하고 

본인 나름의 기호와 기질과 성격을 보여주고 있는 우리 집 막내 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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