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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시케 Oct 22. 2021

사랑한다면서 왜 괴롭혀?

사랑한다면 사랑해야 한다 


유치원 버스가 온다.


노란 버스가 코너를 돌며 나타날 때마다 가슴이 뛴다. 

헤어졌다 다시 만나는 이 순간은 언제나 가슴이 조금씩 뭉클하다. 


'떨어져 있는 동안 너는 어떤 시간을 보냈니?'


 

둘째가 폴짝, 뛰어내린다. 

오늘은 첫째와 셋째가 옆에 없어서 

‘그나마’ 둘째의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는 상태.  

밤톨 같은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집에 가 있을래? 엄마가 아이스크림 사 올게.”



나와 단둘이 보낼 시간이 조금이나마 있음을 확인할 둘째가 말한다.



“그래? 그러면 난 엄마랑 같이 갈래. 

난 엄마를 사랑하니까 엄마가 어디갈 때 나도 같이 가고 싶어요.”


 

나는 이런 간지럽고 다정한 말의 문법을 구사하는 사람이 아닌데 

아이들은 달콤한 사랑 고백을 아무렇지도 않게 당연한 듯한다.

‘당신을 사랑하니까 이거 같이하고 싶어요’와 같은 다정한 말을, 

대체 아이들은 어디에서 배웠는지 모르겠다. 

 


작은 입으로  사랑을 고백하고, 사랑을 요구하고, 

사랑 앞에서 당당한 모습에서 

'사랑, 사랑' 이런 말들에 인색했던 나를 다시 발견하게 된다.


 




또 기질적으로 사람과 사랑에 대한 갈구와 갈망이 더 크다.

하지만 또 그런 자신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다 표현하지 못하는 

(둘째의 표현으로 치자면) ‘샤이 shy’한 성격이기에 

스스로의 감정을 억누르는 면이 있다. 

반면, 첫째는 모든 것에 무디고

셋째는 둘째보다 더 자유분방하고 대담하다. 


말 그대로, 

첫째와 셋째 사이에 낀 '샌드위치’!!


 


“그런데 엄마, 조이 형아는,, 나를 사랑한다고 했잖아. 

그런데도 내 머리를 이렇게 밀치고 

내 친구 최 00은 나보고 바보라고 해. 

왜 사랑한다고 하면서 나한테 그러는 거야?”


 

둘째는 성찰도 많고 진지하고 

세상에 대한 질문도 많은 편이다. 

꼬마 철학자의 면모를 가지고 있다. 


 


진지함이나 성실함이라는 가치가 잘 기입되지 않고 

농담과 장난과 자극의 렌즈로 세상을 보는 첫째와는 달리, 

둘째는 타고나기를 진지와 성실을 마음에 달고 나왔다. 

둘째가 가끔씩 던지는 질문이나 통찰에 놀랄 때가 있다. 

꼬마 답지 않게 심각한 표정을 하며 질문을 던지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오지만, 

또 둘째는 본인이 심각할 때, 

다른 사람이 자신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받아주지 않으면 

바로 눈치를 채고 상처 받기도 한다. 



자꾸만 엇나가는 행동을 반복하는 형아와 친구의 모습이 

진심으로 힘들기도 하기 때문이다. 


 



‘사랑한다면서, 

왜 내가 사랑이라고 느끼지 않는 방식으로 나를 대하는 거야?’



아주 중요한 질문이기도 하다.




사랑한다면서 사랑을 느끼게 해주지 못할 때가 얼마나 많은가?


사랑을 주고 싶으면서 사랑을 주지 못할 때가 얼마나 많은가?


그 모든 엇갈림의 시간들이 우리를,

 우리의 마음으로부터, 

그리고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으로부터 

얼마나 멀리 떨어뜨려놓았는가? 



나는 둘째의 도톰한 손을 잡고 대답한다.



“그건 있잖아. 

아직 진짜로 사랑하는 방법을 몰라서 그래. 


조이 형아는 누가 좋으면 

장난치고 잡아당기고 그런 방식으로 사랑을 하는 거 같아. 

최 00도 아직 사랑하는 법을 못 배웠나 봐. 



그런데 우리 유리는 사랑하는 방법을 많이 잘 배워서 

사랑하니까 같이 있고 싶어 하고, 

사랑하니까 율이가 아끼는 것도 나눠주기도 하고, 

사랑하니까 ’ 괜찮니?‘ 물어봐주기도 하고, 

사랑하니까 그림을 그려주기도 하는데, 

조이 형아는 형아여도 늦게 배우는 거 같아. 


엄마가 잘 가르쳐줄게. 

그리고 형아랑 최 00가 율이를 힘들게 하면 말해. 

엄마가 '그건 사랑이 아니야!' 하고 말해줄게.”


 


 


 사람마다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도 다르고 사랑을 느끼는 방식도 다르다. 그래서 생긴 사랑에 대한 오해도 많다. 사랑하면 상대가 사랑을 ’ 느낄 ‘ 수 있게 ’ 표현‘을 해주어야 하는데, 그게 때로는 쉽지 않고 맞지 않다. 우리는 자주 우리 마음속 사랑과 사랑을 원하는 마음을 알고도 모르고도 길을 잃곤 한다. 


 

사랑하면서도, 사랑을 원하면서도, 사랑이 아닌 것으로 나를 채우게 된다면, 사랑을 다시 배워야 하는 것 같다. 사랑도 배우고 연습해야 하는 거니까.. 우리 안의 사랑 능력을 매일 갈고닦아야 하고 꺼내어 써야 하고, 사랑하니까,,를 이야기하는 고백도 연습해야 한다.


 


사랑한다면 사랑해야 한다. 



사랑하니까 사랑할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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