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후 마음 잡기가 어려울 때
그녀는
사랑을 잃고
상실의 아픔을 안고
부서진 마음, 눈시울이 붉어진 얼굴로
상담실에 찾아왔습니다.
이별 후 마음을 잡기가 어려웠습니다.
몰랐는데
이 정도인 줄은 몰랐는데
그는 그저 이 세상에 그 수많은 사람들 중에 단 한 사람일뿐이고
우리는 잠시 만났을 뿐인데
왜 이토록 그가 잊히지 않는지
왜 그토록 그가 밉기만 한지
스스로를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의 거절이 마치 세상의 거절처럼 느껴졌고
삶의 불빛이 한순간에 꺼져버린 것 같았습니다
잘 잘 수 없었고
잘 먹을 수 없었고
잘 웃을 수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그와 다시 잘되고 싶은 건 아니었습니다.
다만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처음부터 그를 만나지 말았으면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고작 이런 이별 앞에서
어둡고 작아지는 자신이 너무 초라하고 싫어서
이렇게 자신을 싫어하게 만든
그가 너무 미웠습니다.
그녀는 한 사람의 이탈로 인해
의미를 잃은 관계의 허망함에 붙들려있었습니다.
하고 싶은 얘기가 너무 많았지만
그 이야기를 하고 싶은 사람은
정작 그녀를 거절하고 있었기에
두 사람만의 가장 소중했던 순간과 아픔의 순간이
시간과 인과관계, 감정과 생각이
온통 뒤죽박죽인 채 한꺼번에 흘러왔습니다.
그 모든 얘기를 토해내는 데에는
그만큼의 눈물을 필요로 했습니다.
오늘은 눈물 없이 얘기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결국 퍼내도 퍼내고 여전한
마음속 깊은 우물을 다시 실감하는
시간들이 계속되었습니다.
그녀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맨발로 사랑의 미로를 헤매며 울고 있는
슬픈 요정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신발을 신겨주고
머리를 빗겨주고
지도를 건네는 기분으로
그래도 이 사랑의 길은 이제 혼자 떠나가야 하는,
그 어쩔 수 없음을 위로하는 마음으로
'언제쯤이면 그 사람을 잊고 다시 나아질 수 있을지
지금의 시간을 견뎌내는 것이 끔찍하다'라고 말하는
그녀에게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이 마음은 당분간은 계속될 거예요.
얼마나 계속될지는 그 누구도 몰라요.
하지만 하나는 분명히 말해줄 수 있어요.
지금은 너무 생생해서 나를 아프게 하는 그 모든 감정들도
시간과 함께 옅어지고
지금은 기울어진 그 모든 생각들도
새로운 사람들과 함께 다시 균형을 잡게 되는 걸.
지금 못 먹겠고 못 자겠고
못 견디겠다고 해도
그래도 계속 먹고 자고 견뎌나가야 돼요.
그러면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내가 어떤 시간을 통과해왔음을
이제는 뒤돌아보며
잊었다고 생각할 새도 없이
이미 그를 잊었음을
그가 더 이상은 나를 흔들지 못함을 알게 될 거예요.
지금은요
나에 대해서든
그에 대해서든
어떤 단정도 내리지 않기로 해요.
그저 그가 다시 생각나 울컥하는 순간마다
너무 마음이 아파서 숨이 안 쉬어지는 순간마다
"고마웠어
잘 지내
그리고 잘 가"
마음으로 한 번 더 이별하며
하루를 지나가기로 해요.
누군가를 미워하는 것만큼
우리 마음을 힘들고 복잡하게 하는 게 없어요.
누군가를 미워하면
미워하고 있는 나를 다시 마주해야 하니까요.
사랑했던 사람을 미워하는 것만큼
힘든 일은 없으니까요.
너무 힘드니까, 그럴수록
더 좋은 마음으로 그 사람을,
그리고 그 사람을 사랑했던 나를
보내주세요.
고마웠어.
잘 지내.
그리고 잘 가,라고
한 번 더 이별하는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