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에 대한 글을 쓴다는 것

미니멀리스트 남편과 사는 아내의 기쁨과 슬픔

by 디어 스프링


'비밀로 할까? vs. 사실대로 말할까?'


미니멀리스트인 남편의 독특한 성향이 흥미로워 그에 대한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다. 그 후 생긴 고민거리는 당사자에 대해 알릴 의무가 있는가였다. 나의 선택은 후자.

처음에는 자신이 드러나는 것을 싫어하는 성격의 남편이 펄쩍 뛸 것 같아 비밀로 할까 싶었다. 그래도 내가 잘못을 하는 것도 아니고 미리 선전포고 하는 게 마음이 편할 것 같았고 결론은 그렇게 하길 잘했다.


오래전부터 글을 쓰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과 목표를 가지고 있었는데 첫 글이 남편에 대한 글일 줄이야. 남들처럼 멋진 주제의 감성적인 글을 쓰고 싶었다. 그러나 남편의 미니멀리스트적인 모습과 그만의 청소철학이 혼자보기에는 아까워서 시작한 글쓰기. 한동안 미니멀리스트의 바람이 불고 있을 때, 정리정돈과 청소에 능한 여성분들은 많이 봤어도 남자는 적어도 내 기준에는 처음이었다. 그래서인지 남편이 더 신기하게 보였다.




지극히 평범한 남편을 만나 여느 부부와 같이 보통의 삶을 살고 있는 중이다. 연애기간은 1년 반 남짓. 길지도 짧지도 않은 연애 기간 속에 데이트하며 보이는 모습들이 그의 전부일 것이라 순진하게 믿었다. 결혼 후에도 예상과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생각지 못한 반전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나와 비슷한 기질의 남편이 돌변하지도 않았다. 그렇게 평탄한 결혼 생활을 이어갔다.


문제는 언제부터였을까. 서서히 아주 자연스럽게 그만의 독특한 생활방식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먼지떨이 일명 돌돌이와 혼연일체 된 모습과 빨래 하나도 아주 각 접어 개어놓는 사소한 습관들 등 하나씩 눈에 띄기 시작한 것이다. 같이 살아보지 않았기에 생활습관이 다른 건 당연한 일이라고 애써 합리화시켰다. 그런데 뭔가 모를 남다른 기운이 느껴졌다.

다른 남편들과는 확연히 다른 그만의 고유성. 만약 제대로 정리를 안 한다거나 청소를 귀찮아한다거나 아내들이 느끼는 대중적인 모습이라면 그러려니 넘겼을 것이다. 지인들과 남편에 대한 대화를 나눌 때 도대체 낄 수 없는 남편만의 청소성향은 참으로 특별했다.


생각해 보면 지저분한 것보다 깔끔한 게 나았고 집안이 쾌적하니 기쁨도 컸던 게 사실이다. 나에게 시키는 것도 아니고 본인이 좋아서 하는 시간이 많으니 나무랄 데가 없었다.

그런데 아뿔싸! 시간이 지나고 아이가 태어났을 때쯤 시작된 잔소리 폭격. 빨래를 종류별로 구분해서 안 널었다고 투덜거리 지를 않나 나 몰래 안 쓰는 물건들을 버리지를 않나. 스트레스받는 일도 적지 않던 일상들.


청소남과 사는 아내의 기쁨과 슬픔이랄까.


여전히 남편은 무선청소기와 신문물 로봇청소기 대신 유선 청소기를 사용하고 있다. 이만한 흡입력이 없다는 청소기에 대한 고집. 구석구석 청소기를 돌리고 청소기통의 먼지를 싹 비운 후 부속까지 깨끗이 씻어 말려두는 남편이다. 참으로 유난이다 싶다가도 그의 노력이 깃든 물건들이 새것처럼 오래도록 제 기능을 충실히 다할 때면 고마운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첫 글을 쓴 후 더 이상 글쓰기에 대해 알리지 않았다. 그도 나도 서로가 모른다고 생각하는 게 더 현실적인 글쓰기가 가능하고 정신건강에도 좋을 것 같았다. 그렇게 글을 더해가며 더 관찰하고 그 안에서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때로는 불만에 대한 스트레스 해소의 장이였으며 고마움과 미안함이 공존하던 복잡한 감정의 글들.


남편에 대한 글쓰기는 생각의 전환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 시간이었다.


이제는 어느덧 일상이 된 미니멀라이프. 서로 부딪히던 과정 속에서 타협점을 찾으며 조율하며 살고 있다. 부정적인 감정보다는 좀 더 편안한 마음으로 그의 모습을 받아들이게 되니 글쓰기를 시작하기 잘했다 싶은 순간이다.


나의 글쓰기를 알고 있는 큰 딸은 매일 아빠에 대해서 글을 쓰는 게 질투가 나는지 자신의 이야기를 써달라고 한다. 아주 평범하다고 느껴지는 일상이지만, 사실 이 세상에서 가장 재밌는 이야기는 우리 곁에 있을지도 모르겠다. 삶이란 관찰해 보면 참으로 재미난 세상이다.


※사진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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