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도 부전여전
저마다 잘하는 것이 있다. 남편의 청소가 바로 그런 것.
주말 아침이면 청소부터 시작하는 것이 우리 집의 일상이다. 간단한 아침 식사 후 빨래부터 돌려놓고 아빠는 청소기를 꺼내온다.
한바탕 장난감을 꺼내어 거실에서 신나게 놀이하는 아이들. 아기자기한 놀이를 즐기는 여자아이들이라 쿠션을 쌓아 집을 만들고 작은 소품들로 소꿉놀이를 시작한다. 청소기부터 돌리기 시작하는 아빠의 청소 동선에 맞추어 아이들은 이동하기에 바쁘다. 어렸을 때부터 아빠의 청소하는 모습을 보더니 이제는 자연스럽게 동참하는 모습이다.
언젠가 우리 집에 친구가 방문한 날이었다.
친구가 아이들의 노는 모습을 유심히 보더니 뭔가 발견한 듯 던진 말!
5살짜리가 다 놀고 혼자 정리하네? 너무 신기하다!
그러고 보니 그랬다. 보고 배운 것이 청소인지라 아이들에게도 몸에 베인 습관 같은 행동들. 온갖 장난감을 꺼내어 실컷 다 놀고 나면 정리 후 새로운 장난감을 꺼내오는 것이 우리 집의 룰이다. 물론 싸우거나 기분이 안 좋을 때는 줄행랑칠 때도 많지만 보편적으로 자기 물건들은 잘 정리하는 아이들이었다.
올해 9살이 된 첫째는 워낙 깔끔한 성격이라 집에 오면 손부터 씻고 아빠처럼 반짝이는 싫다며 그 좋아하는 문방구에서도 반짝이 제품은 외면한다. 옷이나 몸에 뭔가 묻으면 바로 손을 씻으러 줄행랑. 1학년 학교생활 속에서도 열심히 청소를 했던 건지 청소용 물티슈가 늘 필수였던 아이.
둘째는 유치원에서도 소문난 정리왕이다. 자기 자리 정돈은 물론 유치원 교실을 얼마나 깔끔이 정리하는지 놀랍다는 선생님 말씀. 더불어 자기 물건은 칼같이 챙기는 꼬마 아가씨이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더니 할머니의 칭찬 한마디에 안 시킨 할머니집 방 정리까지 다 하고 나오는 둘째. 엄마눈에는 아직 아기 같은데 귀엽고 참 대견하다.
과자를 먹을 때면 쟁반부터 꺼내서 받치고 먹는 아이들. 대수롭지 않은 풍경이었는데 생각해 보니 아이들의 특별한 부분이었다. 자기도 모르게 훈련되고 습득된 생활 패턴이랄까.
물론 단점도 있다. 청소한답시고 자꾸 꺼내는 휴지들이나 옷에 조금만 묻어도 갈아입는 행동들 등. 자원을 너무 낭비하지 않도록 주의시키고 예민하게 자라게 될까 염려되어 조금 더럽혀져도 괜찮다는 훈련을 시키는 중이다.
단순하고 최소한의 것을 추구하는 남편의 라이프 스타일에 나도 공감한다. 한때는 물건으로 채우려는 욕심도 많았지만 그럴수록 마음속은 끝없는 욕심과 채워지지 않는 욕구만 가득 찼던 것 같다.
심플하고 소박함 속에 정신적인 안정감을 느끼는 삶이 꽤 만족스럽다.
빨래를 두서없이 널었다며 잔소리를 할 때면 기가 차지만 때때로 청소에 지쳐 더 이상 못하겠다는 남편의 말에 내심 '진짜 안 하면 어쩌지?' 하는 불안감에 휩싸인다.
중독적인 아빠의 청소 성향에 안 놀아주고 청소만 한다며 아이들의 볼멘소리도 많았다. 그러나 이제는 사소한 듯 사소하지 않은 아빠의 손길 속 정돈된 환경에 길들여진 우리 가족. 여전히 딜레마 속에 살고 있지만 불만보다는 좋은 점이 많다고 느끼는 요즘이다.
*사진 출처: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