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취향탐구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 속에서 선택의 자유를 누리는 엄청난 혜택 속에 살고 있는 우리. 자유의지를 가지고 다양한 종류의 물건을 마주할 때면 이미 소유한 양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기필코 합당한 이유를 찾아서 구매까지 이르곤 한다. 한편 수시로 바뀌는 트렌드와 지나친 선택의 상황 속에서 시간소비와 정신적 피로감이 누적되어 잘못된 구매로 이루어질 때도 허다하다. 그런 면에서 미니멀리스트 남편의 취향은 참으로 확고하다.
복잡함보다 단순함을 추구하는 그의 취향은 아주 간결하고 심플하다고나 할까.
청소용품들은 직접 사용해 본 후 선호하는 제품만 구매한다. 자신이 가장 편하다고 느끼는 신발 브랜드만 고집하며, 즐겨 입는 맨투맨 티셔츠도 오래 입어도 질이 좋은 특정 상품에 정착 후 집착적으로 구매하곤 한다. 그러고 보면 가짓수는 적지만 질 좋은 상품을 필요한 수량만큼만 유지하며 깨끗한 관리를 통해 좋은 상태로 오래 사용하는 패턴이다.
처음에는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한해에도 수많은 디자인과 신상품들이 쏟아지는데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하다니. 얼마나 재미없는 인생인가? 나는 유행하는 스타일의 옷을 선호하는 편이었고 SNS에서 핫하다는 제품들을 소유하고 싶은 마음도 컸다. 소위 한철 정도 사용가능한 제품들을 구매했던 것이다.
언젠가부터일까. 아이들이 생기고 실용적인 옷을 더 자주 입게 되면서부터 편한 바지 하나를 고를 때도 합리적 소비를 핑계로 이리저리 비교하며 인터넷을 하루종일 들락거렸다.
검색에 지친 내 모습. 점차 너무 피곤하게 느껴졌다.
심플한 선택으로 직장인임에도 알차게 시간을 활용하는 남편의 모습은 내 삶도 점차 미니멀하게 만들어 갔다.
안 입는 옷들을 잠옷으로 입고는 했는데 꼭 맞는 잠옷 브랜드를 발견했을 때 느껴지는 편안함과 상쾌함은 잊을 수 없다. 그 후 남편처럼 나도 나에게 맞는 취향을 찾고자 하는 욕구가 커졌다. 다시 구매로 이루어지고 마음의 평화와 만족감을 극대화시키는
모호한 취향의 세계에서 세밀한 나만의 취향을 찾기 시작했다.
드립커피를 즐겨마시며 좋아하는 원두 취향에 정착하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연근차나 남편이 늘 선호하는 그래놀라의 브랜드 등을 리스트업 하며 생활패턴이 저절로 가볍고 쾌적해졌다. 바쁜 생활 속에 선택의 피로도가 쌓여갔는데 신뢰할 수 있고 실패 없는 나의 취향 혹은 구매 리스트가 있다는 것은 참으로 신박하고 숨통 트이는 일이었다. 생활의 단순화로 온전히 내가 원하는 곳에 쏟을 수 있는 시간을 버는 것은 큰 이익을 본 느낌이다.
그동안 미니멀리스트 남편을 관찰하며 불만에서부터 미니멀에 스며들기까지. 고군분투하는 시간들이 아직도 이어지고 있지만 보통의 부부들처럼 서로 맞춰가는 과정이 청소라는 주제에서 가장 긴 여정을 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가족들이 자주 가는 식당이라던가 사소한 행동과 생활패턴 등. 함께하는 시간 속에서 나오는 비슷함 속에서 가족은 서로 닮는다고 느끼는 게 아닐까.
물음표에서 시작해서 느낌표의 과정들을 지나 잔잔한 온점을 향해 가고 있는 우리 부부. 앞으로 함께 살아갈 날도 기대해 본다.
* 사진출처: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