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청소 안 할 권리가 있다
여느 주말과 같았던 일요일. 오랜만에 지인들을 초대해 저녁식사를 함께 했다. 아이들은 자리를 떠나 떠들썩하게 놀기 시작했고 식탁에 모여 앉은 어른들. 이런저런 이야기를 두런두런 나누며 음식을 나누니 연말 느낌이 가득했다.
남편의 깔끔함과 청소를 즐기는 취미생활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던 지인들.
"청소가 재미있으세요? 정말 생산성 있는 일을 하시네요! 대단하십니다!"
"당신도 게임 좀 그만하고 청소를 해봐!!"
지인이 내뱉은 한 마디에 쏟아지는 아내의 잔소리. 부부모임이 잔소리 대잔치로 변하는 순간이다. 남편은 멋쩍은 웃음을 지었고 그때부터 서로의 청소관에 대한 토론이 시작되었다.
매번 수건을 바꾸기 vs. 수건을 말려서 다시 쓰기
과연 당신의 선택은?
갑자기 벌어진 뜨거운 수건 논쟁. 나는 적당히 젖은 수건은 바꾸는 입장인데 수건에 대한 생각도 참 다양하다. 한번 쓴 수건은 바로 빨래하는 사람. 몇 번 사용 후 세탁하는 사람. 수건 말려서 다시 쓰기 파 까지. 서로의 의견이 팽팽하다. 얼핏 떠오르던 일화가 신혼이었던 직장 후배가 남편이 늘 수건을 말려뒀다가 다시 쓰곤 며칠을 반복한다며 푸념을 늘어놓은 적이 있었다. 지인 역시 깨끗이 씻고 사용한 수건은 깨끗한데 다시 쓰는 게 무슨 문제인가라는 입장. 꽤 설득력 있는 주장이다.
두 번째 논쟁은 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
딸 둘과 나까지 긴 머리를 자랑하는 여자 셋. 치워도 끝없이 보이는 게 머리카락이다. 남편은 아직까지 머리카락을 포기하지 못하고 전쟁 중이다. 눈에 보일 때마다 열심히 찍찍이로 간단 청소를 하거나 수시로 청소기를 돌리는 남편. 그러나 쉽게 끝나지 않는 싸움이다. 그에 반해 청소에 너그러운 지인은 바닥에 존재하는 물질로 머리카락을 인정했다고 한다. 바닥에 존재하는 물질로 인정하고 나면 마음이 편안해진다는 의견. 아하! 참으로 연구원 출신 다운 대답이다. 이 신박하고 재미있는 발상에 또 설득당할 뻔했다.
세 번째 논쟁은 양말에 대한 태도
양말을 신을 때도 발바닥 먼지부터 찍찍이로 제거하는 남편. 양말에 대한 태도가 참으로 특별하다. 특히 여름철이면 사무실에 장시간 앉아있으면 땀이 나니 여분의 양말을 가져다 두고 갈아 신는다. 쾌적함과 함께 일의 능률이 배가 된다나. 여름철은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하지만 잠깐 외출 후에도 매번 양말을 갈아 신으니. 하루에 양말이 몇 개씩 나오는 상황은 참 이해하기 힘들다. 이에 반해 겨울철은 건조하니 깨끗하게 신은 양말은 널어놓았다가 다시 신어도 괜찮다는 의견이 제기되었다. 그의 아내는 노발대발 용암이 끓듯 분노가 올라오는 듯했지만 다행히 이내 휴화산 상태가 되었다. 휴. 이렇게 모든 사람은 참 다양하다.
청소라는 가벼운 주제로 때로는 심도 있는 의견이 오가고 한바탕 웃음이 터지기도 하더니 엄청난 잔소리를 가져올 줄이야. 결국 논쟁의 결론은
그렇다. 누구나 청소 안 할 권리가 있다.
청소에 대한 다양한 시각차 속 청소 안 할 권리를 뒷받침하는 탄탄한 주장들. 신선하고 듣는 즐거움이 있었던 시간이었다.
청소중독 남편과 살아가니 손님들은 좋겠다며 칭찬을 줄곧 늘어놓는다. 말 못 할 나의 고충은 알지 못하겠지. 즐겁게 헤어진 후 남편의 청소는 다시 시작되었다. 밤 10시. 피곤해서 잠들고 싶지만 잔소리에 해방되기 위해 이제는 빨리 같이 해치우고 자는 편을 선택한다.
내가 살아온 방식과 환경들은 모두 나에게 익숙하다. 나와 다른 생활방식을 만나면 틀렸다는 생각이 앞서거나 특이한 사람이 되어버리곤 한다. 사회에서 만나는 다름은 피할 수 있다지만 도저히 피할 수 없는 결혼에서의 차이! 다른 별에서 살아온 사람 둘이 만나니 싸움의 불씨가 난무한다. 시간이 지나고 보니 불꽃같이 피어오르는 싸움도 잠깐. 아직도 작은 불씨들이 언제든 다시 타오를 준비를 하고 있지만 서로가 틀렸다고 싸우기엔 세월이 너무 빠르다. 이 모든 과정들이 둥글게 둥글게 잘 살아가기 위해 모난 곳을 다듬는 작업들이 아니었을까?
결혼을 앞둔 연인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이러면 어떻고 저러면 어떠하리. 나와 똑같은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 행복하세요.
* 사진출처 :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