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 가족의 연말 루틴
대체로 미니멀했다.
며칠 후면 한해도 끝이 난다. 끝이라는 아쉬움 속에 다시 시작할 기회가 오니 새로운 소망을 품어본다. 어떻게 지나갔을지 모를 한해였지만 연말이면 우리 가족이 하는 연말루틴이 있다. 다 같이 모여 한 해를 돌아보며 새해 계획 세우기. 아이들이 어릴 때는 남편과 나 사이의 연말 행사였다면 큰 아이가 7살이 되던 작년부터는 모두가 함께 동참하기 시작했다.
우선 각자의 계획이 적힌 카드를 꺼내 보이며 한 해를 돌아본다. 올해 초등학생이 된 첫째에게는 다소 많이 지켜진 계획들에 뿌듯함이 느껴지는 모양이다. 각자의 계획이 끝난 후에는 우리 가족 전체를 위한 계획들로 한해를 꾸릴 방법에 대해 의견을 나눈다. 미니멀리스트 남편은 내년에는 물건을 더 줄여보자는 의견. 도대체 더 이상 줄일게 어디 있다는 건지 서로 다른 시각차. 남편 눈에는 아직도 간소화할 물건이 한가득 인가보다.
미니멀에 스며들다.
올 한 해 가장 큰 사건은 미니멀리스트 남편에게 조금씩 스며들고 있다는 것이다.
부부는 닮아 간다더니. 아직도 불만은 많지만 남편의 행동들을 무의식 중에 따라 하는 나 자신을 발견하면 흠칫 놀란다. 아직도 포기할 수 없는 포장 끈들과 포장지 가득한 소품꾸러미에 남편은 쓰레기를 왜 모으나 눈초리를 보내지만. 조금씩 나도 그의 루틴에 익숙해지고 있다. 올해는 특별히 미니멀했던 삶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2022 미니멀 정산
1. 사물에 대한 미니멀
TV가 없으니 따로 TV장도 필요 없었고 (이동식 TV는 있다.) 미니멀한 거실에 인테리어 용품 구매욕이 들 때마다 포스터로 포인트를 주거나 모듈소파로 변화를 줬다. 꼭 필요한 사물만 남기기 위해 언젠가 쓰겠지 모셔둔 옷가지, 주방용품 등 다양한 물건들을 정리했다. 올해 이사하며 정리한 물건도 많았지만 새로이 들이고 싶은 물건에 대한 구매욕도 컸다. 아직 쌩쌩 돌아가는 냉장고는 셀프 리폼하며 지름신을 잠재우고 남겨진 물건에 대한 가치를 더했다. 마르지 않는 샘 같이 늘어나는 장난감과 소품들에 대한 정리는 아직 남겨진 숙제.
2. 가계에 대한 미니멀
소비가 많지도 적지도 않은 편이지만 코로나로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며 반찬가게와 배달음식의 의존도가 커졌다. 물건의 소비를 줄이더라도 구멍 뚫린 식비에 따른 지출 총량의 법칙. 하반기부터 제철재료로 건강을 챙기고 1+1 파격적인 세일의 유혹에도 우리 가족이 먹을 만큼의 양만 구입한다. 이전에는 심심하면 대형 마트를 갔다면 지금은 집 앞 마트를 이용하는 것이 가장 큰 변화. 현명한 가계 운영을 위해 나름대로 애썼던 한해. 핑계이지만 아이들의 소소한 쇼핑은 막을 길이 없어 무지출 계획은 번번이 실패 중. 계절 별 계획해 둔 여행을 떠올리며 쓸모없는 소비는 줄일 예정이다.
3. 시간관리에 대한 미니멀
아이들을 등교시키고 잠시 의자에 앉으면 1시간은 기본으로 흘러간다. 주말은 늦잠 후 이것저것 알맹이 없이 시간만 보냈던 날들. 남편과 이야기를 나누니 물건의 미니멀도 필요하지만 시간관리에 대한 미니멀 역시 중요했다. 늘 연말이면 느끼는 덧없이 흘러가는 시간들. 더 이상 이 좋은 날들을 의미 없는 시간으로 채우며 탓하지 말자. 미리 계획한 일정들을 챙기며 일의 중요도에 따라 꽉 찬 주말을 보내려고 노력 중이다.
미니멀리스트 남편에 의해 타의적으로 시작했던 미니멀한 삶. 깔끔함에 초점을 맞춰 시작했지만 결국 생활의 루틴화로 효율적인 시간관리와 밀도 있는 하루를 완성하는데 그 목표가 있지 않을까? 단순히 청소에서 시작했던 남편의 행동들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주어진 시간을 면밀히 보내기 위한 노력들이 돋보였다.
우리 가족의 새해 가장 큰 목표는 서로의 시간을 알차게 보내되 함께 하는 시간에 집중하는 것이다. 고사리 손으로 써 내려간 아이들의 목표와 바람들이 헛되지 않도록 함께여서 따뜻한 온기 가득한 집을 만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