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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정용 시뭔SiMone Feb 27. 2023

80일간의 세계일주 -Taxi로

에세이



그것도 잠시 차에 올라 얼마가지 않아 머리가 어지러워졌다. 차 안에 방향제를 어찌나 뿜어 놓았는지 숨쉬기가 거북했다.

"흠 흠.... 차에서 상큼한 향기가 풍겨나네요?"

"예, 차가 그리 오래되지는 않았는데도 하도 주행을 많이 해서 그런지 냄새가 나는 듯하여 향수를 뿌렸습니다. 라벤더라던데. 향이 상큼하고 좋으시지요?"

운전기사는 방향제가 그리도 자랑스러운지 아니면 오랜만에 손님을 태워서인지 아무튼 연신 싱글 벙글이다.



80일간의 세계일주

"열다섯 바퀴를 돌아요? ... 에이 그럴 리가!"

기사는 말도 안 된다는 듯이 눈을 치켜뜨고 되물었다.

"그럼. 음... 내가.. 그러니까.. 일년에 지구를 세 바퀴도 더 돈다는 말씀이세요?"

"네에 그렇네요. 기사님께서 무리해서 하루에 500km를 주행한다면.. 에에.. 지구 둘레가 정확히 4만 km이니 80일에 한 바퀴 도는 겁니다. 세 달이 못 걸리네요."

그러고 보니 영업용 택시의 80일간의 세계일주인 셈이다.


"한 가지 더 재미있는 사실은요... 기사님은 그동안 빛이 2초간 이동한 거리보다도 멀리 여행한 겁니다. 이 세상에서 제일 빠른 빛이 2초간 지나간 길이보다 '더'라는 말입니다. 대단하지 않으세요?"

만약 그가  5년 동안 무사고로 운전을 하였다면 정말 경이로운 일을 하신 것이다.




이집트인의 지구 둘레 구하기

그리고는 '나일강 상류로 부터 흘러온 강물이 매년 반복되는 범람으로 인해 경작지의 측량술이 발전하여 결과적으로 이집트의 기하학이...'라고 말하려다가 점점 더 복잡해질까 봐 뱉어 내지는 않았다.


"와아, 현재는 후진국인데 옛날에는 대단했었나 봐요, 이집트가. 그나저나 뭐 특별한 기계도 없었을 텐데 어떻게 알아냈대요?"

택시는 이윽고 사직동 사거리를 지나 체육관 앞의 오르막길을 오르기 시작했다.

"네에, 이제 거의 다 왔군요. 집에 혹시 자제분이 계시면 함 물어보세요. 중학생들이라면 아마 알고 있을 겁니다." 시계탑 5 거리 신호등에 멈춰 섰기에 더이상 말을 이어 갈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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