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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정용 시뭔SiMone May 12. 2023

코크 스크루 수집 X


-잡지 BC에서 가져왔습니다.-


대믈리에의 수집벽 코크스크루 수집가 박정용 

소믈리에보다 훨 낫다고 해서 ‘대믈리에’라는 별명을 얻은 박정용 컬렉터.

그의 와인 사랑으로 시작된 코르크스크루 수집, 그 속을 들여다봤다.

코르크스크루 컬렉터 박정용의 본래 직업은 치과의사다. 세계적인 와인 전문교육기관 WSET 런던에서 Wine 와인전문가 과정,  Spirits 증류주 전문가 자격증을 취득한 와인 전문가이기도 하고, 이를 바탕으로 충북대학교 평생교육원과 와인비전에서 수업을 진행하는 강사이기도 하다. 그뿐 아니다. 평생 교육원의 수강생들이 졸업후 만든 와인 클럽들의 디렉터로서 많은 와인 마니아와 소통하고 있으며, 문학저널 신인문학상으로 등단한 수필가이기도 한 그는 최근 집필에도 여념이 없다. 하지만 그는 ‘먹고 살기 위해’ 치과를 한다 말하고, 자신은 작가가 아니라고 손사래를 친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와중에도 일부러 시간을 내 전 세계 와이너리와 디스틸러리(증류주 공장)를 탐방하고, 관련 전문 서적을 번역한다. 이처럼 그를 술 그리고 코르크스크루 수집으로 이끈 힘은 무엇일까.  


“일본 돗토리 현이라고, 시골의 정취를 간직한 곳에서 열린 학회를 계기로 알게 된 일본인 친구가 있어요. 1986년에 그곳을 찾았는데 그때 그 친구가 마을에서 열리는 와인 시음회에 저를 데려갔죠. 산지별, 품종별 다양한 와인을 전문가와 함께 시음하고 있었어요. 일본의 시골에서 와인 시음회가 열린다는 것은 당시 제게는 충격이었죠. 25년이 지난 지금도 국내 농촌에서 자국의 술이 아닌 와인을 즐기고, 시음회를 연다는 것은 정말 보기 드문 일이거든요.” 


그가 그곳에서 처음 맛본 와인은 왜 즐기는지 의문일 정도로 쓰고 텁텁하게 다가왔지만, 와인의 맛보다는 그 문화가 그를 와인의 세계로 이끌었다. 사실 와인, 술에 대한 관심은 그가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이전부터 시작되었을지 모르겠다. 그의 아버지가 1960년대부터 코르크 공업사와 양조장을 운영한 것.


“그때의 코르크는 각종 기름병을 막기 위한 용도거나 소주병, 우유병 뚜껑 안쪽에 얇게 썰어 넣어 압착될 수 있게 하기도 했죠. 하지만 당시의 코르크는 뚜껑의 한 부분으로 사용하거나, 끝 부분을 살짝 나오게 해서 돌려 뺄 수 있게 만들었어요. 제가 수집하는 코르크스크루는 당시에는 필요도 없었죠. 여섯 살 무렵이던 저는 코르크가 산처럼 쌓인 공장에서 뛰어놀고, 공장의 일꾼들이 발로 코르크 덩어리를 돌리면 옆에서 뱅글뱅글 도는 코르크가 깎이는 모습을 하염없이 쳐다보던 기억이 있어요. 이후 고등학교 3학년 무렵까지 막걸리를 만드는 양조장을 하셨고요. 그 시절 음료수를 마시듯 술을 접했죠.(웃음)”  


어린 시절부터 술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운명인 그는 세계의 여러 와이너리와 디스틸러리를 다니며 당시의 양조장을 떠올린다. 나라와 문화는 다르지만술이 익어가는 단계, 발효하는 곳의 풍경이나 냄새는 모두 비슷하다고. 이산화탄소가 올라오고 효모가 작용할 때의 포근한 온도와 냄새는 그를 추억에 빠지게 하고,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했다.  


2002년 그의 가족은 세 아이의 교육을 위해 런던으로 이사했다. 그가 1년간런던에 머무르던 중 WSET 와인스쿨에서 전문가 과정(Advanced)을 취득하면서 전문적으로 와인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코르크스크루 수집도 와인을 위한 여행 중 시작되었다.


“제네바에 사는 에티앙이라는 프랑스 친구가 있는데, 제네바에 여행을 갔을 때 그가 코르크스크루 하나를 줬어요. 그 친구의 지인이 소믈리에가 된 기념으로 만들어 주변 사람에게 선물한 것이었죠. 그의 이름이 새겨진 코르크스크루를 보고 재미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다음 날 제네바에서 열린 벼룩시장에 갔는데 그때부터 다양한 모습의 코르크스크루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더군요. 그때부터 모으기 시작해서 지금까지 앤티크 코르크스크루 1000여 개를 수집했어요.”  










그는 주로 여행지에서 하루를 할애해 코르크스크루를 구하러 다닌다. 프랑스릴 앤티크 페어와 같은 유럽의 앤티크 페어, 런던의 포토벨로 마켓처럼 앤티크 소품을 파는 시장, 곳곳에 숨겨진 앤티크 숍을 찾아다니며 보물을 찾는다.

요즘에는 온라인 경매 사이트에서 물품을 구하기도 한다. 하지만 온라인으로 구매할 때는 일부러 오래된 물건인 것처럼 만든 가짜 앤티크 코르크스크루에 속을 확률이 커 더욱 신중해야 한다고. 그가 가장 신뢰하는 것은 그가 속해 있는 CACCC, CCCC와 같은 코르크스크루 수집가 모임에서 구매하는 방법이다.

모임에서 회원은 6개의 진귀한 코르크스크루 수집품을 소개해야만 회원 자격이 유지되는데, 간혹 판매가 이뤄지기도 한다.



머릿속으로 ‘코르크스크루’라 하면 흔히 한두 가지 형태를 떠올릴 것이다. T자형으로, 간단하지만 따기는 어려운 ‘심플 코르크스크루’, 2개의 암이 지렛대의 원리로 코르크를 빼는 ‘레버 코르크스크루’다. 하지만 박정용 컬렉터는 이외에도 다양한 형태의 코르크스크루를 소개했다. 

“포켓에 넣을 수 있는, 주머니에 넣어도 웜(나선형 모양의 스크루 부분)이 보호된 것이 특징인 ‘포켓 코르크스크루’가 있죠. 그리고 콤비네이션 코르크스크루도 있어요. 병따개, 칼 등의 다양한 도구와 코르크스크루가 함께 구성된 것을 의미해요. ‘매캐니컬 코르크스크루’는 기계적인 방법으로 쉽게 딸 수 있게 만든 거죠. ‘스크루 풀’도 이 분류에 속하는데 가장 쉽고 코르크가 상하지 않아서 개인적으로 가장 선호하는 코르크스크루죠. 매캐니컬 코르크스크루에는 스프링이 달린 것도 있고, 가스를 넣어 압력을 이용해 코르크를 빼는 것도 있어요. 마지막으로 ‘피규어 코르크스크루’는 말 그대로 장식의 용도를 겸하죠. 나무를 깎아 만든 인형에 웜이 달린 것도 피규어 코르크스크루 중 하나예요.


‘프롱플러’라고, 웜이 없는 코르크스크루도 있어요. 2개의 날을 코르크와 병 입구 사이에 넣어 코르크를 빼내죠. 코르크가 전혀 상하지 않고, 코르크가 젖어 있거나 부서져 있을 때 사용하기 편리해요.”

 


박정용 컬렉터는 자신이 가지려 애쓰던 것을 손에 획득하는 순간 그 물건에 대한 환상이나 성취가 사라지고, 이는 계속 되풀이되어 허무할 때가 있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모두 발품을 팔아 구한 만큼 하나하나의 소중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그가 여행에서 만난 한 친구는 몇 해가 지났는데도 아직도 코르크스크루만 보면 그를 떠올린다고 소식을 전해올 만큼 어느새 코르크스크루 수집은 그를 상징하는 것이 된 지 오래다. 

“불과 10~20년 전만 해도 와인이 대중화되지 않았는데 지금은 와인 마니아도 많고, 지식을 얻는 방법도 쉬워져서 전문가가 많이 생겼어요. 국내에서도 와인을 생산하고 있고요. 프랑스, 이탈리아, 미국처럼 와인을 주제로 한 다양한 축제가 생긴다면 제가 전문가로서 공헌했으면 좋겠어요. 와인병 전문가, 글라스 전문가처럼 코르크스크루 전문가로요. 코르크스크루를 전시해서 많은 사람에게 보여주고, 강의도 하면 좋겠네요.”


박정용 컬렉터가 속한 국제 코르크스크루 수집 모임에는 한국인으로는 그가 유일하다. 국내에 코르크스크루를 수집하는 사람이 있다면 함께 정보도 교환하며 소통하고 싶다고. 코르크스크루 수집을 하고 있거나, 관심이 있는 사람은 그의 인터넷 블로그 ‘시뭔 SiMone의 술 이야기(http://blog.naver.com/vetold)’에 연락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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