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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미라 Nov 04. 2022

'초보 엄마' 딱지를 떼다.

어린이 문학 <긴긴밤> 필사와 사색- 초보 엄마

2006년 생인 나의 첫 아이는 생후 10개월 가까이 천기저귀를 사용했다. 요즘처럼 편의성 높은 땅콩기저귀 같은 천 기저귀가 아니라 마치 80년대 내 어린 시절처럼 긴 천을 차곡차곡 접어서 사용하는 천기저귀였다. 스물넷 결혼을 하고 스물 다섯 엄마가 된 나는 아기를 키우는 엄마가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몰랐다. 아기를 어떻게 안아야 하고, 잠을 재우고, 목욕시키며, 젖을 물려야 하는지 몰랐다. 덕분에 나의 출산 준비와 육아는 20여 년 전 나를 키우던 친정 엄마의 지식에서 이루어졌다. 태어날 아기를 위해 일회용 기저귀는 준비하지 않고 부산 진시장에 직접 가서 곱고 보송한 기저귀로 사용되는 천을 구입하고 시장 내에서 제단과 마감을 부탁했다. 기저귀를 집에 가져와 깨끗하게 삶아 보관해두었다. 


스물넷 청춘의 나는 싸이월드에서 도토리로 음악을 구입하고 사진을 업로드하며 추억 기록하는 온라인 세상에는 익숙했지만 지역맘 카페가 세상에 존재하는 줄도 몰랐다. 이제 갓 대학을 졸업한 순진무구한 엄마였다. 주변에 결혼한 친구도 없고 친척 언니도 없었던 지라 그맘때의 엄마들이 아기를 어떻게 키우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치크와 윔보, 그들에게 처음으로 익숙하지 않고 두려운 것이 생겼는데, 바로 버려진 알이었다. 치쿠와 윔보는 버려진 알을 품게 되면서 오만가지 걱정을 하기 시작했다.

알이 부화를 하지 못하면 어쩌지부터 시작해서, 동물원을 싫어하지는 않겠지, 아빠가 되는 건 처음인데 잘할 수 있을까, 배가 아프다고 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하지, 어디가 아픈지도 모르면 어떡하지, 수영은 언제부터 가르치면 좋을까, 친구들이 괴롭히면 우리가 가서 혼내 줘야 하나, 외롭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훌륭한 펭귄으로, 아니, 그럭저럭 괜찮은 펭귄으로 키울 수 있을까..... 걱정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소설 <긴긴밤> 45~46쪽

     


치쿠와 윔보처럼 나 또한 처음 엄마가 되었을 때 모르기 때문에 두려웠다. 무지는 나에게 두려움과 걱정을 안겨주었다. 막연히 아이에게 좋은 엄마가 되어 주고 싶었지만 출산에서부터 시작된 육아의 현실은 언제나 내가 겪는 첫 번째 경험이었다. 새벽녘 갑자기 양수가 터져서 급하게 병원으로 가야 했다. 거꾸로 있는 아기 덕에 제왕절개 수술을 결정할 때에도 혹여나 태어날 아이에게 안 좋은 영향을 끼칠까 싶어 무통 주사도 맞지 않고 수술했다. 어떤 것이 더 좋은 지는 모르지만 아기에게는 해로운 것은 피하고 싶은 엄마였다.    

  

"하지만 치쿠가 걱정을 시작하면 윔보가 희망적인 얘기를 해 주고, 윔보가 걱정을 시작하면 치쿠가 희망적인 얘기를 해 주었기 때문에 둘은 괜찮을 수 있었다. 알을 품는 하루하루가 치쿠와 윔보에게는 값진 날들이었다." 소설 <긴긴밤> 46쪽     




남편과 나는 아빠와 엄마가 처음이라 서툴고 어색하고, 때때로 허둥거렸지만 각자의 역할을 하며 서로를 이끌어주었기에 괜찮을 수 있었다. 남편은 아기가 사용한 천기저귀를 매일 밤 퇴근 후 베란다에서 하나하나 손빨래를 하고 커다란 솥에 삶아 널었다.  낮 동안 햇볕에 잘 마른 기저귀 차곡차곡 개어 서랍장에 넣었다. 하루 종일 아기가 사용한 젖병을 깨끗하게 씻고 삶아 건조해두었다. 덕분에 나는 아기에게 온전히 집중할 수 있었고 조그마한 변화나 반응을 통해 아기의 마음을 수월하게 알 수 있게 되었다. 따뜻한 물을 아기 욕조에 받아 한 사람은 아기를 안고 한 사람은 뽀득뽀득 씻기며 목욕을 시키고, 아기에게 눈을 맞추며 말을 건네고, 밤사이 잠에서 깬 아기를 번갈아가며 토닥이곤 했던 그 나날들이 모두 값졌다. 그렇게 우리는 조금씩 초보 아빠, 엄마에서 벗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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