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광고 상품은 어떻게 만들까?

“광고 붙이면 돈 된다던데?”에 대한 현실적인 이야기

by 안나

스타트업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모인 해커톤 행사에 참여한 적이 있었다. 당시 심사 기준 중 하나는 ‘매출을 만들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었다.

놀랍게도 많은 팀들이 수익 모델로 '광고'를 들었다. 광고 수익화를 이야기한 팀들의 대부분은 막연히 앱에 광고 붙이는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생각해 보면 그럴 만도 하다. 광고를 실제로 기획하거나 팔아본 적도, 그 과정을 들어본 적도 없으니까.

하지만 광고로 돈을 벌고 싶다면, 그전에 꼭 한 번 생각해봐야 할 게 있다.


"사람들은 왜 광고를 할까?"


목적은 다양하겠지만 결국 한 가지로 귀결된다.

"대중에게 제품이나 서비스를 알리고, 구매로 이어지게 만들기 위해서."

단기든 장기든, 투자한 광고비보다 더 많은 매출을 기대하며 거액의 돈을 쓴다. 그러니 내 자산이 광고 매체로써 돈을 벌려면, 광고를 보는 사람이 회원가입, 구매, 좋아요, 앱설치 같은 전환 행동을 하게끔 유도해야 한다. 그러려면 가장 먼저 '보여야'한다. 그래서 광고를 통해 노출되는 양, "트래픽"이 나의 광고 상품 가격표를 매기는 기준이 된다.


광고 상품을 만들 때는 아래 4가지를 고려해보아야 한다.

첫 번째는, 광고로 활용 가능한 영역을 정의하는 일

두 번째는, 실제로 수익화를 할 수 있을지 테스트하고 검증하는 일

세 번째는, 광고 목적에 따라 상품을 포지셔닝하는 일

네 번째는, '더 많이, 더 비싸게' 팔기 위해 상품을 패키징 하는 일


이번 편에서는 이 중 1번과 2번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1. 광고로 활용 가능한 영역을 정의하는 일

광고로 활용 가능한 영역을 정의하는 일은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가장 어려운 일이다. 광고 노출 지면과 플랫폼 사이에서 ‘적절한 접점’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플랫폼 자산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광고 성과를 낼 수 있는 그 접점.


앱 여기저기에 단순히 '광고 배너를 노출해야지'라는 생각은 자칫 위험할 수 있다. 광고주가 원하는 건 단순한 노출이 아니라 효과적인 노출이다.


대표적으로 앱의 광고 지면은

메인 홈 배너

푸시 알림

상세페이지 내 추천 영역 (ex. 같이 보면 좋은 상품 등)

앱 진입 시 팝업

키워드 검색 배너가 있고,

여러 UI 요소 중에서 광고로 전환 가능한 영역이 더 있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채널을 확장해 본다면, 앱뿐 아니라 카카오 플러스친구 채널, 연계 앱들도 자산이 될 수 있다.


여기서 고려해야 할 건 다음과 같다

사용자가 해당 영역을 얼마나 자주 보는가?

노출량, 클릭수, 클릭률, 전환수, 전환율, 체류 시간 등과 같은 데이터가 충분히 확보되어 있는가?

광고로 활용해도 사용자 경험(UX)을 해치지 않는가?


정의하는 것과 설득하는 것은 다르다

스타트업 창업자이거나 대표님이라면, 스스로 내 자산 안에 광고 지면을 정의 내리면 된다.

하지만 나는 직장인이었고, 광고 지면을 정의한다는 건 각종 이해관계 조율의 시작이었다.


"앱의 첫 화면에 팝업 광고를 띄우겠습니다."라는 말을 꺼낸다고 생각해 보자. 그러면 앱 메인 전시를 책임지는 PO(Product Owner)는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앱 진입 시 팝업이 뜨면 사용자 경험을 해치고, 연속적으로 노출될 경우 사용자가 아예 앱을 이탈할 수 있어요.”


"그럼 앱 푸시를 광고화 해보겠습니다." 이번에는 마케팅팀이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앱 푸시에 광고를 담기 시작하면, 사용자들이 마케팅 수신 알림을 꺼버릴 수 있어요. 그렇게 되면 장기적으로 리텐션 관리가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리테일미디어사라면, MD에게 저항을 받을 수도 있다.

특히 리테일미디어사는 잘나가는 브랜드를 유치하기 위해, 신규 소싱을 명목으로 이미 회사의 자산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자산을 유료화하겠다고 하면, “지금까지 무료로 쓰던 배너를, 왜 이제 와서 돈을 내고 써야 하죠?”라는 당황스러운 반응에 직면하게 된다.


위 예시들은 사실 모두 나의 경험담이다.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충분히 할 수 있는 말이다. 그렇다고 그냥 포기할 수는 없다.

"이 사람들을 어떻게 설득해 나갈지"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내가 찾은 실마리는 바로 MVP(최소 기능 제품) 테스트이다. 일명 '한 발 짚어 넣기' 전략



2. 실제로 수익화를 할 수 있을지 테스트하고 검증하는 일

사람들은 새로운 것에 본능적으로 경계심을 갖는다. 특히, 잘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해 큰 결정을 내려야 할 때는 더욱 그렇다. 그래서 나는 광고 상품을 정식 출시하기 전, 꼭 ‘Beta 운영’ 과정을 거친다. 베타 운영의 목적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유관부서의 우려 해소

둘째, 광고 상품의 실제 ‘체력’ 확인


여기서 말하는 ‘체력’이란 노출 수, 클릭 수, 클릭률, 전환 수, 전환율과 같은 정량적 지표를 말한다. 이 지표들을 통해 이 상품이 광고주 입장에서 가치를 가질 수 있는지,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지를 가늠하게 된다.


나의 사례로 얘기해 보자면 이렇다.

(광고사업팀) "앱푸시를 광고 수익화하고 싶습니다."

(마케팅팀) "반복적으로 광고성 푸시를 발송하면, 회원이 이탈하거나 마케팅수신을 비활성화하면서 장기적으로 회원 리텐션 악화 우려가 있어요."

(광고사업팀) "그럼, 전체의 5% 대상으로만 선테스트 해보겠습니다. 그리고 최근 3개월 신규 고객은 제외해서 리텐션 영향을 덜 수 있게 하겠습니다."

→ 이렇게 작은 실험으로 시작하면, 리스크는 줄고 설득력은 올라간다.


그리고 파일럿 광고주를 모집해 타겟, 시간대, 문구 등을 테스트하며 가장 성과 좋은 조합을 찾아낸다.

(경험적으로 파일럿이더라도 돈을 받고 진행하면 좋다. 눈에 보이는 돈은 유관부서 설득에 용이하고, 처음엔 공짜로 하던 것을 나중엔 돈을 받겠다고 하는 것이 쉽지 않다.)


이렇게 내부 테스트나 파일럿 광고주를 통해 효율을 확인하고, 유의미한 성과 지표가 나온다면 정규 상품화하는 식이다. 테스트에서 유의미한 결과가 나오면, 이제 본격적으로 상품화하고 시장에 내놓을 준비를 할 수 있다.


물론, 그다음엔 포지셔닝과 가격 전략이 기다리고 있다. 그 이야기는 다음 편에서.


keyword
화요일 연재
이전 02화누구냐, 광고로 돈 버는 곳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