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현주 Aug 26. 2021

글쓰기, 원고 투고와 계약까지

네 번째 출판 계약

두 달 넘게 브런치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내내 글을 쓴 것도 아닌데, 꼼꼼하게 다른 작가님들의 글을 읽을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 것 같아요.


그동안 글을 썼고, 몇 번의 퇴고를 했고, 퇴고를 하면서 몇 개의 출판사에 투고를 했어요.

그리고 오늘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습니다.


올해 1월, 1년 반의 여정 끝에 장편소설이 책으로 나왔습니다. 출간 후 으레 그렇듯 허탈감에 빠져 있었어요. 브런치 작가님들과도 글쓰기 슬럼프다 뭐다 그런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여전히 아이는 학교를 가다 안 가다 하였고, 이제 온라인 수업이나 수행을 혼자 모두 척척 잘한다 해도 여전히 시간 맞추어 깨우고 먹이고 소소한 일상을 챙겨주어야 해서 마음은 분주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글쓰기를 하지 않는 핑계가 될만한 일은 아니어서, 이제 뭔가를 써야 할 텐데 하는 부담을 느끼는 날들이었습니다.


쓰지 않는 마음의 짐을 없애려 책을 부지런히 읽었는데, 책을 읽을 때만큼은 의욕이 넘치다가도 책을 덮으면 다시 무기력해졌습니다.

출간한 지 넉 달이 지났을 무렵, 이제는 털고 일어나 다시 새 글을 쓸 때가 되었다는 생각을 했어요.


'글럼프'를 없애는 건 글쓰기뿐이라는 걸 알았지만 여전히 두려운 마음이 있습니다.

항상 시작이 가장 어려워서 그렇습니다.

또 얼마나 바보 같은 글을 쓸지 잘 알고, 그걸 다시 읽으면서 실망할 것도 알고, 부단히 고쳐야 할 것을 너무 잘 알아서 그렇습니다. 가장 힘든 것은 어떤 확신도 담보도 없는 상태로 많은 양의 글을 써야 한다는 것입니다. 쓰는 행위를 온통 즐거운 것으로 가질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래도 한가닥 위안은 고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고치는 일은 글쓰기의 모든 과정 중에서 가장 즐겁습니다.

퇴고가 지겹다 하지만 그래도 오류를 바로잡고 글이 나아지는 걸 보는 기쁨은 있으니까요.



겨우 마음을 먹고 한글 프로그램의 빈 페이지를 마주한 게 5월 17일이었습니다.

시작하려다 말은 단편 소설이 여섯 개나 있었지만 당장 소설을 시작할 여력과 에너지는 없는 상태입니다.

지금은 그저 머릿속의 생각을 쭉 적어나갈 수 있는 것을 쓰는 게 낫겠다 싶어 산문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구상을 하고 나서 쓰지 않고, 쓰면서 생각을 정리하고 구상을 해나가는 스타일입니다.(좋은 건 아닙니다)

쓰다 보니 목차도 생기고 순서도 정리가 되었어요.

한 달 열흘 동안 한글파일 107쪽의 초고를 썼습니다.


한 달 열흘 만에 원고지 763장짜리 초고를 완성했습니다.



초고는 원래 금세 쓰는 편이지만, 이번에는 조금 더 빨랐습니다.

아마 여태까지의 초고 중에 가장 분량이 적어서 그랬던 것 같기도 하고, 평소에 생각을 많이 하던 주제라 그랬을 수도 있고요. 또 중학생 아이의 학기말고사 시험 기간과 맞물려 조용한 시간이 더 많기도 했습니다.

저녁식사 후 아이가 공부할 때에 저도 열심히 썼습니다.


일단 초고가 완성되면 마음이 좀 놓이고 편안한 상태가 됩니다.

일단 내가 쓴 원고의 양을 보면서 이만큼이나 썼다는 만족감이 있어요. 이런 만족감은 소중한 것입니다.

이 정도 분량을 쓸 정도의 이야기가 내 안에 있었다는 것이므로 혼자서는 좀 자랑스러워해도 괜찮습니다.

그리고 수많은 관문 중에서 가장 힘든 지점을 통과했다는 안도 같은 것도 있고요.


초고쓰기 단계에서 많은 분들이 애를 먹습니다. 어려워서 그렇습니다.

앞 뒤가 안 맞는 것이나 오류와 엉망인 문장은 미래의 내가 지우고 고칠 테니까, 일단은 어떻게든 우와악~하고 써내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저도 박음질을 하듯이 어제 쓴 부분을 다시 읽으면서 고치고 나서 다시 쓰고 그러느라 진도가 나가지 않는 날들이 많은데, 일단 많은 양을 써내는 것이 초고쓰기에서는 가장 중요합니다.

다시 읽으면서 좌절감을 견뎌야 하지만, 고치면서 나아진다는 것을 이제는 너무 잘 아니까요.

 


저는 초고를 쓰고 나서 바로 고쳐쓰기에 들어가지 않고 쉬는 시간을 갖습니다. 그래 봤자 고작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입니다. 영화도 보고 책도 읽어요. 그러면서도 머릿속에서는 계속 생각합니다. 아예 떨칠 수는 없어요. 영화나 책에서 영감을 받을 때도 있는데, 그럴 때는 간략한 메모를 해둡니다. 메모를 해놓지 않고 생각만 하면 100% 기억하지 못합니다. 이건 잊을 수 없을 거다 자신해도 반드시 잊어버립니다.


이런 식으로 1차 퇴고 후에도 쉬고, 2차 퇴고 후에도 쉽니다. 분량이나 이야기가 소설에 비할 바가 아니라 퇴고 한 바퀴 도는 데에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한 달 열흘의 기간 동안 네 번의 퇴고를 할 수 있었어요.


네 번째 퇴고. 쓸데없는 것을 삭제하다 보니 분량이 다소 줄었습니다.


8월 9일까지 네 번의 퇴고를 하고 원고 투고를 시작했습니다.

퇴고 네 번은 물론 너무 부족하지만 (지난번 소설의 경우는 이 두배가 넘는 원고 양을 13번 퇴고하고 - 퇴고 시간만 일 년 -  투고하였습니다) 투고의 과정이 시간이 퍽 걸리는 일이라 퇴고를 하면서 같이 진행하자는 생각을 했습니다.

콘텐츠가 중요하지 문장이나 글과 구성의 오류 같은 건 감안하고 봐주실 거라고 생각했어요.



원고 투고의 과정은 어렵습니다.

일단 기획서를 써야 하는 것이 첫 번째 어려움입니다.

내 글에 대해 명확하게 파악하고 있어야 하고, 장점을 피력해야 합니다.

저는 이번에 각 꼭지의 요약본까지 쓰느라  A4 9장에 달하는 기획서를 썼습니다.


두 번째 고난은 내 글과 어울리는 출판사를 찾는 것입니다.

출판사는 끝도 없이 많다는데 제가 찾아낸 출판사 목록은 한 줌입니다.

그 목록을 그룹으로 나누어 봅니다. 스무 개의 출판사 목록을 손에 쥐었다면 한날한시에 스무 곳에 전부 다 원고를 보낼 수는 없습니다. 4개씩 다섯 그룹으로 묶거나, 5개씩 네 그룹으로 묶어서 시간차를 두고 투고합니다. (저는 여태 늘 혼자 쓰고 투고해온 사람이라서 다른 분들은 어떻게 하는지 모릅니다)


한 그룹에 기획서와 원고를 보내고 열흘 정도 기다렸다가 다시 그다음 그룹에 보내고 기다리는 것이 저의 방식인데(그래서 시간이 꽤 걸립니다), 첫 그룹에서 연락이 오는 경우도 있었고 마지막 그룹에서 연락이 오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출판사의 사정에 따라 유동적인 일이라 어떻게 될지 모르고 그 과정에서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를 일입니다.


메일을 보내고 나면 답메일을 기다리는 고난이 시작됩니다.

내가 보낸 메일을 출판사가 확인했는지 계속 수신확인 창을 봅니다.

며칠이 지나도록 메일을 읽지 않으면 일단 마음에서 제합니다. 지금 저 출판사는 투고를 받을 여력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또 메일을 열었는데도 며칠이 지나도록 답변이 없으면 답답하고 짜증이 나고 우울해지기 시작해요.

새 메일이 도착했다는 알림만 와도 심장이 벌렁거리죠. (쇼핑몰은 메일을 그만 보내시오.) 그럴 리 없지만 혹시 스팸으로 분류되어 들어가 있을지도 모르니까 스팸메일함도 허투루 보지 않습니다.

 

출간이 어렵겠다고 빨리빨리 답장을 주는 출판사의 경우는 그래도 낫습니다. 아무런 말이 없는 경우도 꽤 있어요. 투고가 많아서 일일이 답변을 주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래도 마음이 상하는 것은 어쩔 도리가 없습니다.

더러 거절의 메일도 굉장히 성의 있게 몹시 안타까워하며 주시는 곳도 있는데, 그런 곳은 내 마음속에 저장해 둡니다. ^^


보통 일주일 안에 연락이 없으면 그 출판사에서 출간은 어렵다고 판단합니다.

매우 작은 규모의 출판사이거나 편집장님이나 대표님이 바로 결정하는 곳이 아니라면 하루 이틀 안에 결정하긴 힘들겠다 생각합니다. 아마도 매주 어느 요일에 편집회의 같은 것을 할 테니까 일주일은 걸릴 수 있겠다고 예상하고 최대 열흘 정도 기다립니다.

 

출판사에서도 자기네 출판사 말고 다른 곳에도 함께 투고했다는 걸 압니다. 그래서 원고가 괜찮다면 최대한 빨리 연락을 주리라 예상할 수 있어요. 하지만 위에 쓴 대로 하루 이틀 안에 결정할 수 있는 출판사 상황이 아니라면 그럴 때는 일단 출판사에서 메일을 줍니다.

몇 년 전에는 제 원고를 출간하고 싶다는 출판사에서 이런 메일을 받은 적도 있어요.

[저희 출판사에서 작가님 원고를 출간하고 싶은데요, 다른 출판사에도 원고를 보내셨을 테니까 며칠 기다려 보신 후에 확답을 주셔도 괜찮습니다. 저희는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이렇게요.


이번에는 투고한 출판사 중 몇 군데에서 검토할 시간을 조금 더 달라는 메일을 받았어요.

궁금해하실 분들을 위해서 세 곳의 메일 일부를 공개해드려 봅니다.


[Re: 검토 결과를 조금만 더 기다려주십사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000000입니다.

먼저 저희 출판사에 출간 제의를 해주신 데 감사드립니다.

저희 출판사는 출간 가능성이 있는 원고를 보다 면밀하게 살피기 위해 검토 시간을 여유 있게 두고 있습니다.

실무진의 2차 검토 과정을 거쳐야 하므로 보내주신 원고에 대한 최종 검토 결과는 앞으로 1~2주 이내에 확정해 연락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소중한 원고를 저희 출판사에 보내주신 것 다시 한번 감사드리며,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는 부탁 말씀드립니다.]


[Re: 출간기획서와 원고를 보내드립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0000000 편집부입니다.

저희 출판사에 귀한 원고를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편집부 전체에서 선생님의 원고를 검토하는 데 시일이 좀 걸릴 것 같습니다.

2주 이내로 답신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무더위에 건강 유의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RE: 출간기획서와 원고를 보내드립니다.

  김현주 선생님, 안녕하세요.  

0000 편집팀입니다.

소중한 원고를 검토할 기회를 주신 데에 감사합니다.

정성스럽게 써주신 기획서와 원고의 2 꼭지 정도를 읽어보았는데요.

(...... 생략.......) 지점이 몹시 흥미로웠습니다.

좀 더 시간을 두고 꼼꼼히 원고를 검토하고 싶어서 메일 드립니다.

투고 원고의 경우, 기획안과 시장성 등을 유관부서와 논의하는 몇 가지 내부 절차가 있습니다.

최종 검토 결과는 차주에 안내해드릴 예정이오니, 조금만 기다려주시길 바랍니다.

긍정적인 소식을 전해드릴 수 있기를 바라며, 충분한 검토와 논의 후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마지막 메일은 조금 더 구체적이고 원고를 잘 읽어주신 것 같아 제 마음이 조금 더 기울었는데요,

4일 만에 이곳에서 제일 처음으로 전화로 연락이 왔습니다.


출판사의 선택을 기다리는 작가의 입장에서는 확신을 주는 출판사와 손을 잡게 되어있습니다.

(제 마음이 결정되면 나머지 곳에는 검토를 더는 진행하지 마시라고 제가 메일을 보냅니다.)

제가 꽤 마음에 두고 있던 출판사였기에 기쁘게 손을 잡았습니다.


저의 네 번째 책을 만들어주실 출판사는 청림출판입니다.


http://www.chungrim.com/


제 책은 청림출판의 생활, 실용 관련 브랜드인 청림라이프에서 나오게 될 것 같아요.


올해 말까지 출판사 스케줄이 꽉 차있어서 내년에 출간될 예정입니다.

아직 시간이 꽤 남아있으니 글을 더 갈고닦아보겠습니다.


책의 내용에 대해서는 나중에 따로 한번 적겠습니다. :)

브런치에도 다시 글 많이 쓸게요!

브런치 작가님들의 글을 두어 달이나 읽지 못했는데, 다시 부지런히 읽겠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왜 글을 쓸까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